회사 스트레스, 직원의 정신건강 위협
주요 대기업, 심리상담, 고충처리 위한 상담소, 프로그램 운영
조성준 교수, “조기 발견 중요··· ‘관심’과 ‘투자’ 필요”

정신건강 고민. <사진=연합뉴스>
▲ 정신건강 고민.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필수 기자] 대기업이 직원 정신건강 관리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상담실, 프로그램 운영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가 우울증 등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취업포털 사이트 인쿠르트는 지난해 8월 직장인 671명을 대상으로 ‘직장병’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입사 전보다 건강이 나빠졌다고 느끼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3.9%가 ‘그렇다’고 대답했다(‘매우 그렇다’ 44.0%, ‘다소 그렇다’ 39.9%). ‘보통이다’는 11.3%, ‘그렇지 않다’는 4.9%에 불과했다.

또한 직장인들이 호소하는 직장병 1위는 ‘스트레스성 정신 질환’으로 총 18.9%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는 우울증, 화병, 불면, 만성피로 등이 속했다.

직장인들은 원인으로 ‘상사 괴롭힘, 동료 스트레스’(15.8%)를 뽑았다. ‘사무실여건, 근무환경’과 ‘업무강도’도 각 13.1%를 기록했다.

취업포털 사이트 인쿠르트는 지난해 8월 직장인 671명을 대상으로 ‘직장병’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사진=인쿠르트 제공>
▲ 취업포털 사이트 인쿠르트는 지난해 8월 직장인 671명을 대상으로 ‘직장병’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사진=인쿠르트 제공>

직장인의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의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제보 712건 가운데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사례가 98건으로 13.8%를 차지했다. 또한 지난 2009년 잡코리아가 직장인 62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74.4%(466명)가 회사 밖에서는 활기차지만, 출근만 하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는 ‘회사 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은 일부 사례의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로 위험하다. 지난 2013년에는 실적 스트레스에 시중은행 지점장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지난해 9월 극단적 선택을 한 사망자 103명을 분석해 발표한 ‘2018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일례로 업무 과중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직장인의 경우 ▲빈번한 직무·부서 변화 ▲업무 부담 가중 ▲상사의 질책과 동료의 무시 ▲급성 심리적 신체적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원인으로는 ‘불확실한 회사의 비전’(47.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45.7%), ‘과도한 업무량’(34.1%), ‘상사와의 관계’(26.6%), ‘조직에서의 모호한 위치’(25.5%), ‘업적성과에 따라 이뤄지지 않는 임금인상’(16.5%) 등도 원인이었다.

이에 주요 대기업들은 각종 프로그램과 상담소 등을 운영하며 직원 정신건강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주요 기업별 우울증 등 상담 운영 내용. <사진=각사 제공>
▲ 주요 기업별 우울증 등 상담 운영 내용. <사진=각사 제공>

LG전자는 심리상담실에서 직원의 업무상 우울 등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매년 신체검사·설문조사를 통해 직원이 우울·업무상 스트레스가 있다고 응답하면 심리상담실에서 이를 챙기게 된다. 또한 직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할 경우 개인·팀단위로 심리상담실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LG 생활건강은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직원들이 찾아와서 상담하는 구조다. 이 외에 사내 문제점에 대해 개선을 건의할 수 있는 사내 창구가 설치돼 있다.

삼성증권은 사옥이 아닌 별도의 공간에서 상담실을 마련해두고 있다. 사내에서 상담을 하게 될 경우에 다른 직원에게 상담 사실 등이 공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담 내용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는다.

현대·기아차는 심리상담소를 두고 있다. 공장 등 각 사업장 별로 상담사와 심리상담소가 구비돼있다. 상담자의 개인정보, 상담내용과 관련해 비밀을 보장한다.

SK이노베이션은 ‘하모니아’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회사에 소속된 전문 심리상담사가 있어 직원의 우울증 등 각종 고충을 상담한다. 프로그램은 필요에 따라 직원의 고충 해소에 도움을 주기위해 외부 전문가를 동원한다.

SK 텔레콤은 별도의 상담실 대신 ‘스트레스타파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외부 상담사를 초빙해 직원의 심리상담 진행한다. 또한 ‘심기신 수련’을 운영한다. 임직원이 명상, 요가, 필라테스 등으로 정서적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공간과 프로그램을 구비했다.

여기에 ‘사내체육관 액티움’을 운영 중이다. 이는 일종의 사내 헬스장으로, 운동을 통해 심신의 안정을 꾀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또한 상호 호칭을 통일해 직급을 제외하고 이름을 부르도록했다. 업무 처리 시 수평적인 문화를 정착시켜 직장 내 스트레스를 근절하는 목적이다.

효성의 경우 지난 2012년부터 지원본부 아래 HR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각 계열사 별로 인사팀에서 직원의 고충 상담을 진행한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회차 차원에서 직원들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직원의 정신건강과 업무효율을 위해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회사에서 겪는 고충이 우울증을 비롯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에 업무상 고충 처리 뿐만 아니라 심리상담 등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우울증, 사내 스트레스 등 직원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상담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만 접근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기업 직원 출신의 한 관계자는 “사내에 상담실이 있지만 사실 찾아가기 꺼려지는 구조다. 소문이 두렵기 때문에 실제로 찾아가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신건강 상담. <사진=연합뉴스>
▲ 정신건강 상담.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는 ‘조기 발견’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진표 서울삼성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지난 2015년 ‘한국 직장인에서 우울증의 인식과 태도조사 및 우울증이 근무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통해 “우울증을 앓는 경우 노동 생산성이 저하되고, 직장 내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대상자의 생산성 저하를 대체하기 위한 각종 행정적인 비용이 발생하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의 직장에서는 직장인들의 프레젠티즘(신체적, 정신적 문제에도 회사에 출근하는 행위)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예방하기 위하여 우울증의 조기 발견, 적절한 의뢰체계, 직장인 지원 프로그램 등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교수는 “직원들의 정신건강은 기업의 생산성과 직결된다. 사내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직원의 앱센티즘(결근)이나 프레젠티즘으로 이어진다. 이는 그 직원이 따돌림, 업무상 차별을 받고 다른 직원에게 업무가 가중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기 발견과 조기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국내에서는) 정신적인 문제를 너무 특별하게 여긴다. 얼어붙는 것이다. 조기 발견·개입을 위해서는 사내 환경 개선, HR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정신적 문제를 털어놓을 수 있는 문화가 정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대안으로 ‘관심’과 ‘투자’를 제시했다. “회사 지도부가 직원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인지해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기업에 자문 세무사, 자문 변호사는 있어도 직원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자문 정신과 의사는 없다. 삼성전자 정도가 정신과 의사를 채용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업 지도부가 직원의 정신건상이 생산성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직원의 입사부터 정신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한다. 회사에서 신입사원 OT에서 교육을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직원이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용기, 결단력을 키울 수 있으면 한다”고 역설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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