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10일 “한국기업의 유턴 촉진, 해외 첨단산업의 유치” 포부
공급망 붕괴 리스크 대비 ‘생산 라인 안정화’ 목적
반면 LG전자는 20일 인도네시아로 TV 생산라인 일부 이동 발표
주 52시간 규제‧공장총량제 등

 

LG전자의 구미A3 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 LG전자의 구미A3 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은주 기자] 지난 20일 LG전자는 구미사업장의 TV생산라인 6개 중 2개를 올해 말 인도네시아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한국 기업의 국내 유턴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 열흘 만이다.

정부는 2013년부터 제조업 국내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U턴 기업 지원법(유턴법)’을 시행해왔다. 그러나 국내 노동·입지 규제와 까다로운 리쇼어링 조건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정책 실효성이 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 유턴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 2018년까지 국내 회귀를 선택한 기업은 52개에 불과했다. 

현행 유턴법에 따르면 리쇼어링 기업으로 지정된 국내 복귀기업은 토지·공장 매입비와 설비 투자금액, 고용보조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공장 신증설을 위한 토지 분양가나 임대료는 기업별로 최대 5억원까지 9∼50%를, 설비투자는 투자액의 6∼32%를 보조해준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2년간 1인당 최대 60만원의 고용자금을 지원한다.

그러나 지난 2014~2018년 5년간 유턴을 선택한 국내 기업은 41곳에 불과했다. 코트라가 2018년 해외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해외 설비의 국내 이전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절반 이상의 기업(52.1%)이 ‘인건비 등 생산비용 증가’를 꼽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해외 사업장을 보유한 기업 150곳을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이들은 ‘고임금(16.7%)’과 ‘노동시장 경직성(4.2%)’ 등을 U턴의 장애물로 꼽았다.

한국의 연공급(직무 능력보다 근무 연수에 따른 임금 지급)과 기업복지를 중심으로 한 ‘정규직’ 과보호 구조의 노동시장이 기업의 해외 투자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는 지적은 고질적이다. 정승국 중앙대 교수의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 노조 중심의 가파른 임금 상승에 따라 기업은 하‧도급 사용과 해외공장 설립, 해외 투자로 한국 생산기지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국내 투자를 하지 않고 해외투자만 하게 됐다.

주52시간 근무제를 비롯한 강력한 노동 시간 규제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 ‘보복소비’(억제된 대외활동의 반작용으로 이뤄지는 소비)와 글로벌 경쟁 심화에 따라 집중적으로 공장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노동자에겐 국내 산업현장에선 잔업과 특근을 통해 무급휴직 등으로 줄어든 소득을 보충할 기회이기도 하다. 경영상 사유에 따른 근로시간 연장기간은 1회 최대 4주에 불과하고, 또 연장근로 사유가 발생할 때마다 고용부에 인가를 받아야 한다.

고용부도 올해부터 300인 미만 중소기업까지 넓어진 주52시간제를 보완하려면 탄력근로제 최대 단위기간이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되어야 한다고 봤다. 일이 몰릴 때는 오래 일하고 다른 날 적게 근무하는 한에서 법정근로시간을 운용하는 제도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 단위기간을 연장하는 탄력근로제는 통과되지 않으면서, 유연한 수요 변화에 맞추기 위한 생산 변화는 더욱 힘들어진 상황이다.

리쇼어링 기업으로 지정되기 위한 문턱도 높은 편이다. ‘제조업’ ‘정보통신업’ ‘지식서비스산업’을 2년 이상 국외제조사업장으로 운영해야 하고, 국내에 신설 또는 증설할 운영사업과 업종이 동일해야 한다. 또 국외사업장과 국내사업장 운영 신청기업의 실질적 지배자도 같아야 한다. 과밀억제권역 이외 사업장에 신‧증설할 경우에만 법인세‧소득세를 5-7년간 감면받을 수 있다. 반면 2018년 한 해에만 886개 자국 기업 리쇼어링을 유도한 미국은 좀 더 관대한 편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물량을 본국으로 돌린 부분도 리쇼어링으로 인정해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과 함께 강력한 규제 철폐 정책을 시작했다. 집권 이후 연간 1억 달러 이상 영향을 미치는 주요규제를 기준으로, 신설 규제 1개당 기존규제 2.5개가 없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규제1개 신설시 기존 규제 2개를 폐지하는 ‘2:1 규칙’을 강력히 적용한 결과다. 이에 따라 미국 독립사업자연맹의 소기업 대상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전에는 2016년 10월까지 정부규제가 기업경영의 가장 큰 애로중 하나라고 조사된 경우가 전체조사의 45%였다. 트럼프 당선이후 정부규제가 가장 큰 애로라고 조사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반면 한국은 리쇼어링 선택 가능성을 반감시키는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공장총량제에 따라 수도권에 자유로운 공장입지를 선택하기 어렵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 경기에 3년 단위로 일정 면적을 정해두고 이 범위 안에서만 연면적 500㎡ 이상 공장 신·증설을 허용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경기도 산업단지의 수도권 규제를 철폐할 경우 투자를 유보한 417개 기업이 총 67조원에 달하는 투자와 14만7000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봤다. 물류·유통이 자유롭고 지방 이전을 꺼리는 인재 등을 유치하길 원하는 기업으로서는 해당 규제가 리쇼어링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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