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보호자들로부터 ‘우리 집 아이는 자주 구토하는데 정상일까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털이 많이 빠지는 시기에 헤어볼을 뱉어낼 때, 혹은 사료를 급하게 먹었을 때 구토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 구토가 몸이 아픈 증상의 시작, 즉 전조 증상일 때가 많아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 부분이다.

흔히 구토는 사료가 맞지 않거나 위장염이 있을 때 나타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위염이 있거나 공복 시간이 길 때 구토를 하는 것은 맞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방광염 또는 우리 아이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심부전이나 신부전이 있을 때도 구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부전 진행 시 체내 요독소 배출 능력이 떨어지고 순환 요독소량이 증가하게 되면 중추신경 자극을 통해 구토가 발생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구토를 할 때마다 항상 주의 깊게 보거나 병원을 가봐야 하는가요?” 라는 질문을 한다면, 아이의 상태를 유심히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할 수 있다. 육식동물은 몸에 이상이 있어도 음식을 먹기도 한다. 동물원의 호랑이가 내부 장기의 손상이 매우 심해도 끝까지 밥을 먹어, 부검 시 아침에 줬던 밥이 위 내에서 발견되는 사례도 있다. 고양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프다는 신호를 적극적으로 주인에게 표현하는 강아지와는 달리 고양이는 아파도 아프다고 표현을 하지 않고, 오히려 숨기기 때문에 아이가 아픈지 잘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몸에 이상이 생기면 사료를 먹는 양이 줄어들면서 살이 빠지고, 화장실을 가는 횟수가 증가한다. 따라서 몸에서 빠져나가는 수분의 양을 채우기 위해 물을 먹는 양이 늘어나게 된다. 급성 질병은 매우 빨리, 만성 질병은 매우 천천히 변화가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신부전은 급성 신장손상과 만성 신부전으로 나누어 진다. 수컷 고양이의 요도 폐색 또는 신장에 독성이 있는 식물 섭취 시 발생하는 구토 증상은 빠른 진행의 급성 신장손상에 의한 것이나, 만성신부전의 경우 구토를 할 정도라면 이미 신장손상이 중등도로 진행된 것이다. 만성 질병의 경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뒤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관찰력이 좋은 집사라면 금방 아이 상태의 변화를 알아채기도 한다.

어린 아이들은 더욱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나이가 많은 아이들일수록 심장병이 생길 확률이 높은 강아지와는 달리 고양이는 어린 연령에서도 스트레스 요인, 유전적 요인 등으로 인해 심장병이 발생하는 경우가 강아지에 비해 더 많기 때문이다. 7~8개월령의 비교적 어린 아이들이 중성화 수술 후에 심장병이 발생되는 사례도 있으며 다낭성 신장 질환 같은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1~2살 령부터 신부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구토는 단순한 증상일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심한 중병의 상태를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식욕과 활력이 평소와 같다면 시간을 두고 아이를 지켜봐도 된다. 하지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졌거나 평소보다 물을 먹는 횟수, 화장실을 가는 횟수가 늘었다면 가까운 동물병원에 방문하여 진찰받을것을 추천한다.

글 : 대전동물병원 24시성심동물메디컬센터 대표 원장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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