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정의용 백악관 기자회견, 미국 쪽 파트너 맥매스터 기자회견 동석 거부”
한반도문제 장애 “미국 전체가 한반도 문제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게 갑갑한 현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폴리뉴스 정찬 기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문제를 풀려 했지만 국무부, 백악관 참모, 정보부처 등 “내부 참모들 중 아무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문제를 풀도록 도와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임 전 실장은 22일 출간된 <창작과 비평> 2020년 여름호 대담에서 2018년 3월 대북특사로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후 오벌 오피스(Oval Office)에서 정 실장이 미국 쪽 참석자 없이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윤제 미국대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며 이같이 그 상황을 설명했다.

임 실장은 당시 정 실장은 자신의 카운트파트너인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에게 평양 방문 결과를 설명하고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정 실장을 만나자고 해 정 실장이 당황해했다고 했다. 정 실장이 맥매스터 보좌관에게 설명하면 맥매스터 보좌관이 대통령에게 이를 전하는 것이 상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만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임 실장은 “(정 실장이 백악관에 들어가자) 트럼프 대통령과 그쪽의 주요 책임자 스무명 가까이 않아 있고 바깥 복도에 또 그만한 숫자가 서성대고 있었다”며 정 실장은 그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는데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가지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을 희망한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 트럼프 대통령 반응이, 대부분의 참모들에게 ‘거봐, 내가 뭐랬어, 맞지? 그래 맞아, 그거야’ 계속 그러더라는 것이다”며 “그 장면으로 미루어봐서도 내부 참모들은 다수가 부정적이었던 것이다”고 얘기했다.

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면담 직후 “나는 좋다,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의사가 있다. 그러니 당신이 가서 기자회견 하라”고 정 실장에게 말해 정 실장은 크게 당황했다고 했다. 이에 정 실장은 맥매스터 보좌관에게 같이 기자회견하자고 하니까 “노 노, 당신 혼자 하라”고 했고 이에 정 실장이 맥매스터 보좌관에게 의논한 후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으나 맥매스터 보좌관이 “노, 그냥 당신이 하라니까”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백악관 기자실로 가서 ‘조금 있다가 한국의 국가안보실장이 중요한 발표를 할 것이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의 엄청난 반대를 뚫고 뭔가를 만들어보려고 한 점은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임 실장은 “국무부를 포함해 미국 정보부처와 백악관 핵심관계자들이 한반도문제에 얼마나 부정적인지 보여주는 장면”이라고도 했다.

임 실장은 이에 한반도문제 해결의 장애로 “미국 전체가 한반도 문제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게 갑갑한 현실”이라며 “오바마 정부 8년 동안 단 한 번도 한반도 의제를 백악관 테이블 위에 우선순위로 올려놓은 적이 없었다. 국무장관부터 동북아·한반도문제를 다룰 때 우리가 합리적으로 풀어보려는 방식을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임 실장은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해 “그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서는 우리가 기대를 품을 만 했다. 그럼 왜 노딜로 갔느냐?”라며 “(미국 국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 가기 전에 미국 의회, 정부 부처, 조야 등 사방에서 배드 딜보다는 노딜이 낫다고 압박하는 상황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더 나아가지 못하게 한 것”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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