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언론진흥재단‧미국 동서센터 공동 주최 '코로나19 세계적 확산과 한반도 정세' 토론회
‘하노이 회담’ 이후 교착된 한반도 정세 개선 방안 논의
한국측 토론자 “북한 방역 지원 통해 남북 관계 개선”
미국측 별다른 언급도 없어, 반쪽짜리 토론회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열린 한미 언론 합동 토론회에서 마크 내퍼 부차관보 발표가 온라인 생중계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열린 한미 언론 합동 토론회에서 마크 내퍼 부차관보 발표가 온라인 생중계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은주 기자] 북한에 대한 코로나 방역 지원 협력을 두고 한미간 온도차가 드러났다. 한미 전문가가 함께한 토론회에서 미국측 토론자는 방역 지원 언급을 회피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측 발표자는 대북 방역 지원을 통한 한반도 긴장 완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반면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등은 대북 방역 협력 방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20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국 동서센터(East-West Center)가 공동 주최한 ‘코로나19 세계적 확산과 한반도 정세’ 화상 토론회가 열렸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하노이 북미 회담 이후 교착 된 북미·남북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고윤주 외교부 북미국장은 “북한은 남북 간, 북미 간 접촉 제의에 대해 전혀 호응 하지 않고 있다"면서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의 대외적 표현의 여건이 제한되면서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전략적인 도발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에는 (미국 정부에) 코로나19와 관련한 감염법 방역 협력 등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고 국장은 미국도 인도적 지원 의사를 계속해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 미국과 협력을 통해서 남북관계의 개선을 이뤄나갈 수 있다고 봤다.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도 코로나19를 계기로 북한에 대한 방역·보건·의료 등에 대한 협력적 지원이 남북 관계 개선의 물꼬를 터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 원장은 “북한도 코로나19 이후 실질적으로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본다. 북한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일찍이 국경을 차단하는 등 ‘셀프 봉쇄’에 들어간 상태”라며 "방역 지원이 남북 관계 개선의 돌파구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고 원장은 지난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문 대통령에게 남측의 '코로나19 극복'을 응원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고 원장은 “남북 정상 사이 신뢰 관계는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현재의 교착 상황을 돌파할 수 있다”고 봤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탈 수 있었던 것처럼, ‘코로나변수’가 남북 사이의 관계 전환의 매개고리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실질적인 지원과 협력이 가능하려면 유엔 등 국제 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패널로 참석한 이제훈 한겨레 기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과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평양 종합병원 건설 지원을 활용해 관계 개선에 여지가 있다고 봤다. 코로나19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보건 의료 시스템의 강화 차원에서 평양 종합병원 건설을 최대 과업으로 삼고 있는 상태다. 이어 "이 건설 프로젝트가 남북관계 개선에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보인다. 한국 정부나 미국 정부가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해 대북 인도적 협력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측 토론자 반응은 냉담했다.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대북 지원 협력을 위한 방안에 대해선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마크 내퍼 부차관보는 “미국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외교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싱가폴-하노이 이후의 대화 이후 실무대화에서 여전히 문 열어두고 있다”고면서도 북한에 대한 언급은 최소화했다. 되레 마크 내퍼 부차관보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칭찬하면서 북한과 비교했다. 마크 내퍼 부 차관보는 “이런 모습은 북한처럼 이동을 완전히 제한하고 경제활동을 완전 중단하고 정보 숨기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국가가 존재하지만 한국은 투명하고 민주적이며 개방적으로 코로나에 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이날 마크 내퍼 동아태 부차관보는 한미간 동맹의 견고함을 강조하며 방위비 협상을 발제하는데 대다수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한미 동맹이 견고하다"면서 “한국 기업들 미국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미국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간 방위비 협상에 대해 “동맹으로서 이것을 진척시키는 것이 양국 간에 유익하다고 믿고 있으며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북한에 대한 방역 협력에 대해 불신을 표했다. 마커스 부소장은 먼저 “과거 사례에 비춰봤을 때 북한은 지원을 받기 위해서, 위기 상황을 ‘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체제 특유의 불투명성과 비개방성을 활용해 국제사회회가 지원한 물자 등을 정권의 안위를 위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19 방역 지원 의사를 담은 친서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등 코로나19 국면에서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 의사를 밝혀왔다. 그럼에도 백악관 주요 관료가 한반도 정세를 논의하는 토론회에서 북한 이슈를 피해간 것은 백악관에서도 북미관계에 대한 자세가 혼란스러운 점을 방증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마크 내퍼 부차관보는 토론 주제를 회피하면서 방위비의 공평한 분담을 강조하며 "한국 기업들의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고 언급하는 등 미국 이익을 위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를 두고 미국 주요 관료로 참여한 토론자로서도 상대국에 대한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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