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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인, 억측과 진실 사이에서

억측은 걸러내고 책임질 일은 책임져야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과 당선인 15인이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윤미향 당선자를 향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며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해 전심을 다해온 단체와 개인의 삶을 모독하지 말라”고 했다. 비슷한 무렵 330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시민사회연대회의도 “횡령이나 편취 의혹도 대부분 해명됐다”면서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여론몰이는 중단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의연과 윤 당선인에 대해 일종의 정치적 연대보증을 하고 나선 셈이다. 이런 입장을 밝힌 사람들 가운데는 필자가 평소 신뢰하던 이들도 적지 않고, 그래도 정의연과 윤 당선인을 비교적 잘 아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일단 그렇게 믿는 것이 옳을 것 같다. 30년 세월 동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인생을 바쳤던 사람이 설마하니 사욕을 채우기 위해 횡령 같은 범죄행위를 저질렀겠는가. 여러 언론들의 무차별적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횡령이나 유용 같은 일이 없었다고 해서 별 문제가 아닌 것은 아니다.  쏟아지는 여러 억측은 배제하고라도,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만 갖고도 정의연과 윤 당선인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아 보인다. 회계전문가를 내부에 둘 수 없는 시민단체의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모두 합해 8억원이 넘는 국가보조금이 공시에서 누락되었다는 사실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기부금과 국가보조금으로 운영되는 단체라면 수입과 지출 내역을 누가 봐도 소상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래야 시민들이 내가 낸 후원금과 세금이 취지에 부합되게 사용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돈을 기부한 시민들의 뜻을 생각한다면 만원 짜리 한장 허투루 써서는 안되는 것이 정의연의 공적인 책임이었을 것이다. 곳곳에서 부실회계의 구멍이 발견되고 있는 정의연의 현실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안성 쉼터’를 둘러싼 논란과 의문들은 무척 아프게 느껴진다. 할머니들의 쉼터가 왜 할머니들은 가기도 힘든 곳에 만들어져야 했는지부터 의아하고,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사들이고 그렇게 낮은 가격에 팔아서 결과적으로 수억원 대의 기부금 손실이라는 결과를 맞았으니 말이다. 역시 설마하니 언론에서 의심하는 업계약서 같은 행위를 했을 것으로 상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잘못한 일이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정의연도 이에 대해 사과했고 윤 당선인도 경위를 설명했지만, 지켜보는 사람으로서의 솔직한 느낌은 “10억원이라는 지정기부금을 주체하지 못해 ‘부르는게 값’으로 사들이고 내 돈이 아니니까 매입가와 인테리어 비용을 합한 금액의 절반만 받고 매도한 것 아닌가”하는 것이다.  "내 돈이었다면 그렇게 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이다. 기업에서 기부했다고는 하지만, 그 좋은 뜻에 따라 맡겨진 소중한 돈을 어떻게 이렇게 졸속으로 집행할 수 있었는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결국은 초심(初心) 의 문제일 것이다. 30년전 정대협을 만들어 알아주는 사람도 없이 어렵게 위안부운동을 시작했던 것이 오늘의 정의연과 윤 당선인이었다. 그 공로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은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고 우리 국민들도 할머니들이 입은 상처의 치유를 위해 마음을 모으게 되었다. 그 공로를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은 동시에 정대협 혹은 정의연의 영향력이 커지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제 정의연은 상당한 액수의 기부금과 국가보조금을 받아 활동하는 단체가 되었다. 실제로 정대협 출신의 여러 인사들이 정관계로 진출하여 요직을 맡기도 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토로한 섭섭함과 배신감도 그 과정에서 생겨난 마음이었을 것이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는데, 그것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마음이 딴 곳에 가 있는데 대한 화난 마음이 전해졌다. 지금 정의연을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사욕을 추구하는 횡령 같은 일이야 없었더라도, 그래도 뭔가 기본적인 긴장을 내려놓은 정의연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시민들과 국가로부터 많은 돈을 받아 운영하고 사업을 벌여온 조직이 이렇게 허술하게 운영되었다니. 그 와중에 ‘할머니의 30년 동지’가 할머니의 성토를 받으며 국회의원이 되는 광경이 벌어지고 말았다. 정의연이 위안부운동의 대표성을 독점적으로 갖게 되어 영향력도 커지고 관리하는 돈의 규모도 커지면서, 30년 전의 초심이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시선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당선인 사이의 오해와 갈등은 당사자들이 풀어야 할 성질의 것이겠지만,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기된 의혹들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가리는 일이다. 아직 남아있는 여러 의문들에 대해 정의연과 윤 당선인은 국민에게 더 소상히 소명해야 할 일이다. 이미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정의연이 외부 전문 회계기관의 검증을 받겠다고 했으니 신속하게 이행하면 된다. 그리고 안성 쉼터의 매수와 매도를 둘러싸고 계속되는 의혹에도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사실이 아닌 억측들은 가려내고,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합당한 수준의 책임을 지는 것이 정도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윤 당선인들이 어려운 길을 갈 때는 남의 일로만 여기다가 잘못이 눈에 띄니까 입을 여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어쩌면 함께 아픈 시간이다. 그렇다고 피해갈 일은 아니다.  냉정하게 돌아보고 판단하며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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