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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편집국장칼럼]케이뱅크 연좌제와 KT의 '플랜C'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의 운명이 29일밤 결정을 앞두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날 9시로 예정된 본회의 통과 여부에 따라 그동안 파란을 거듭해온 케이뱅크의 운명은 결정된다. KT와 그 계열사인 BC카드, 그리고 케이뱅크로 이어지는 혁신금융의 트라이앵글이 국회의 결정으로 막판 기사회생의 드라마를 연출할지, 아니면 한 판 실험과 같은 백일몽으로 전락할 지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ICT 전문기업인 KT가 당초 미답의 금융 부문에 뛰어든 배경은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혁신 공약 제1호로 인터넷전문은행법을 지정하면서 비롯됐다. 지난 2018년 8월 문 대통령은 관련 간담회에서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지만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은산분리 규제가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론 나아가 금융혁신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지난해 1월 여야 협의 결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발효됐다. 케이뱅크 설립에 순풍을 탄 것 같았던 KT는 지난해 3월 5900억여원의 증자를 통한 케이뱅크의 최대주주 안건을 이사회에서 의결하기에 이르렀다. 

'플랜A'라고 알려진 KT의 계획을 덮친 시련은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KT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 받고 검찰에 고발되면서 금융위가 적격성 심사를 중단한 것이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그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과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예상 외의 장벽에 가로 막힌 KT는 '플랜B' 카드를 빼들었다. 지분 69.5%를 보유한 자회사인 BC카드가 KT가 보유한 케이뱅크 주식 2231주를 363억원에 취득한 것이다. BC카드는 앞으로 금융위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요청해 케이뱅크 지분을 7480만주(34%)까지 끌어올리는 등 지분 10%로 시작해서 지분율을 늘이고 대주주가 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국회에 심의 중인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의 골자는 대주주의 결격 사유 중 중요한 요소인 공정거래법 위반을 제외하는 것이다. 이 조항의 개정을 둘러싸고 시민단체는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팽팽한 이견이 맞서고 있다. 개정에 찬성하는 쪽은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업이 침체된 상황에서 신규 진입을 촉진해서 국내 핀테크 산업의 활성화는 물론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특히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는 아니며 대기업과 대주주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충분하다는 점을 법안 처리의 당위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반대 측은 대주주 자격 심사 대상 법률에서 공정거래법의 삭제는 KT라는 특정 기업을 위한 분명한 특혜이며 인터넷전문은행법은 혁신기업을 위한 것이지 불법기업을 위한 특혜나 면죄부가 되어선 결코 안된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경실련은 '공정거래법위반 범죄자에게 은행의 대주주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측 주장들의 골자를 뒤집어 보면 결국 KT가 신뢰성을 생명으로 하는 금융업, 특히 혁신금융에 참여할 도덕성이 있느냐를 둘러싼 공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짚어보자면 먼저 혁신금융에 선제적으로 뛰어든 외국의 사례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일본 등 인터넷은행 활성화 국가에서는 관련 규제가 전혀 없으며 홍콩 등 후발 추진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주요국들은 산업자본의 지분규제는 물론 한국과 같은 34% 한도를 설정한 사례도 전혀 없다. 

뿐만 아니라 이번 특례법에는 대기업 대출 금지, 대주주 신용공여 금지, 대주주 발행 주식 취득 금지 등 기존 은행법 보다 강화된 예방 장치가 돼 있어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과도하게 제재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규제를 위한 규제라는 지적의 목소리도 크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하는 시민단체와 국회의원들이 이번 KT의 케이뱅크 사업 참여 계획에 대해 심각한 불신을 보이는 데는 과거 법망이 허술하던 시기에 관련 기업들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ICT기업으로서 제재된 담합 행위를 인터넷전문은행업 참여 자격에 대한 절대적 결격 사유로 삼은 것은 기업에 대한 연좌제와 같은 규제라는 논란의 여지는 충분하다. 연좌제가 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고 처벌하는 제도임을 고려할 때 케이뱅크는 KT의 전과나 다름 없는 전력으로 인해 사업을 접어야 하는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29일 법률 개정안의 통과 여부와 상관 없이 KT는 앞으로 준법 이행 의지를 담은 '플랜C'를 수립해 국민의 신뢰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임재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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