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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김종인 비대위 무산, 미래통합당의 동상이몽

 

기정사실이 되는 듯하던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대위’가 일단 무산될 상황을 맞았다. 차기 전당대회 일정을 '8월 31일까지'로 명시한 당헌 부칙을 삭제해야 할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는 바람에,  전국위원회가 김종인 비대위 안을 가결했지만 그 임기가 네 달로 못 박히게 된 것이다.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 측은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위원장직 수락에 대해 일단 거부 입장을 밝혔다.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재원 의원이 설득 방문을 했지만 김 전 위원장은 답을 주지 않았다. 전당대회 준비나 하는 관리형 비대위원장은 하지 않겠다는 김 전 위원장의 기존 입장을 감안할 때 임기 제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김종인 비대위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상황은 다소 유동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까지 펼쳐진 장면만으로도 통합당의 민낯은 세상에 드러나고 말았다. 21대 총선에서 180대 103으로 참패를 당하고서도 각자 자기 살 길만 찾으려는 모습들이 그것이다. 이번 상임전국위가 무산된 데는 김종인 비대위 출범에 강력히 반대해온 일부 중진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통합당 안팎에서는 돌고 있다고 한다. 조경태·김태흠 의원 등 김종인 반대파들이 상임전국위가 무산되도록 불참을 종용하는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그동안 반대파 중진들이 김종인 비대위에 완강하게 반대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영향력이 어떤 식으로든 작용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들 중진들이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하며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해온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자신들의 당권 도전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아직 복당도 되지 못한 홍준표 전 대표는 대권도전 의사까지 밝힌 상태이다. 자신들이 속한 당이 참패하여 존립의 위기를 맞게 되고 보수정치의 궤멸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는 마당에, 그 당 중진들의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국민의 심판을 받고 저 지경이 된 당에서 당 대표나 대선 후보가 누가 된 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 밥에 그 나물 소리를 들으며 연패의 행진을 이어가게 될 뿐이다.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당사자들만 모르고 있는 셈이다. 아니, 어쩌면 이들도 자신이 당권이나 대권 후보를 맡아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보수정당의 미래 같은 문제가 아니다. 자신은 당선되었으니 하늘이야 무너지든 말든 자신의 기득권을 넓히고 지키면 된다는 생각일 것이다. 그러니 김종인 전 위원장이 꺼낸 세대교체론 같은 것에 펄쩍 뛰며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나이 여든의 김종인 전 위원장이 제1야당의 비대위원장직에 다시 오르는 장면이 정상이라는 것이 아니다.  노(老)정객이 여야를 넘나들며 비대위원장을 하는 광경은 그것대로 우리 정당정치의 비루한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김종인은 밉든 곱든, 위기의 보수정당이 가야할 길을 제대로 짚어내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세대교체와 중도화를 통한 보수정당의 개조를 말하고 있는 그의 생각은 통합당이 안고 있는 근본 문제에 대한 객관적 진단과 처방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개인의 기득권을 지키는데 눈먼 그 당의 중진들은 보수정당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은 그냥 덮어버리고, 자신들끼리의 당권경쟁 잔치를 하루빨리 벌이는 데만 관심이 가 있는 모습이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을 ‘망국병’(亡國病)이라고 한다면, 자기가 속한 당을 망하게 하는 것은 ‘망당병’(亡黨病)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조경태든, 김태흠이든, 홍준표든, 누가 당의 얼굴이 되고 권력이 된다 한들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자신들은 황교안과는 다르게 보이기를 기대하는 것일까. 국민들 눈에는 다 낡고 지겨운, 그 사람이 그 사람일 뿐이다.

참패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지역구에서 40%가 넘는 득표율을 올린 정당이다.  이들이 구시대적 정치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야당으로 변해야 우리 정당정치도 안정의 궤도에 오를 수 있다. 그런데 103석으로 쪼그라 들어 망하게 되었는데도 작은 기득권이라도 지키려고 난리법석들이다. 여전히 정신을 못차렸다. 이미 죽었는데도 자신이 죽었는지 모르고 돌아다닌다. 그러니까 김세연이 말했던대로 ‘좀비’가 틀림없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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