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조직개편 절실, 디자인 전담 부서 신설이 급선무...
"DESIGN은 존재의 DNA와 같은 것"
"4차산업혁명시대 글로벌화의 핵심 키워드는 '디자인'"

부산디자인진흥원 강경태 원장
▲ 부산디자인진흥원 강경태 원장


"공공기관 정책이든, 제품 생산분야든 '디자인'은 배의 방향키와 같은 것인데... 놀랍게도 부산시 조직에는 디자인 전담 부서가 없다"

부산시디자인진흥원 강경태(59) 원장이 폴리피플과의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꺼내든 '화두'다.

부산디자인센터는 2006년 설립됐다. 그동안 디자인업계 전문가가 수장을 맡는 것을 상식으로 여겼다.
2018년 12월 제7대 원장으로 취임한 강경태 원장은 정치학박사 출신이라, 업계로서는 아웃사이더인 셈이다.

강 원장은 취임 초기 약속을 기억했다. "비즈니스 마인드로 산업·공공디자인 수출에 앞장설 것이다" 이 약속에는 디자인이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내포됐다. 그래서일까, "'전문가'보다 '세일즈맨'이라는 생각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기억하고 있었다. 또한 "동남아 국제교류 자신 있다"고도 했다.

부산디자인진흥원은 베트남 하노이에 교류사무소 문을 열었다. 거기에 부산지역 디자인기업들이 베트남 현지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 업체 연계 등의 활동을 진행 중이다. 해외에 교류사무소를 연 것은 베트남 하노이가 최초다.

전문 영역을 다져 디자인전람회를 아시아지역에서 참여하는 행사로 꾸밀 계획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출품 대상지역을 아시아로 확대하고, 심사인도 아시아 권역에서 다양하게 뽑을 방침이다. 모든 출품작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해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다. 이른바 '아시아 디자인 플랫폼'을 개발해 출품작이 기업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사전 작업에 들어갔다. 3500명의 디자인 전공자를 배출하는 인도네시아 대학, 베트남 대학과 교육 교류에 관한 협약을 추진 중이다.

강 원장은 "동남아의 제조업 호황으로 산업 디자인 수요가 많다"며 "디자인도 국제적인 무대에서 활약해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해외 활동 뿐 아니다. 특히 부산디자인센터의 공공 디자인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자갈치시장 글로벌 명품화 사업으로 한 해 190만 명이던 관광객은 사업이 끝난 지 1년 만에 100만 명이 더 늘었다. 셉테드(CPTED, 환경 설계를 통한 범죄 예방) 디자인도 사업 대상지에서 주민 만족도가 100%에 이르는 등 경쟁력을 보였다.

강 원장은 "200개에 달하는 공공디자인 사업을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산업디자인과 공공디자인을 축으로 디자인 "수출'에 앞장설 것"이라는 각오도 다졌다.

부산디자인센터의 이름도 바꿨다. 디자인을 담을 그릇이 작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센터'를 '진흥원'으로 개명해 이제 어엿한 부산디자인진흥원이다.

강 원장이 조직 명칭을 부산디자인진흥원으로 바꾼 이유를 "전국 4개 디자인 관련 기관 중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부산 대구 광주)은 모두 '센터'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며 "센터라는 명칭은 전문적이고 작은 조직에 붙인다는 통념 때문에 진흥원으로 명칭을 바꿔 업계 종사자의 사기를 진작하고 더 폭넓은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 때문이라"고 밝혔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지난 37년 동안 후원했던 부산산업디자인전람회(이하 디자인전람회)도 부산디자인진흥원이 맡으면서 대대적인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졌던 사업을 부산상의가 갑작스레 내려놓은 원인을 찾던 강 원장은 우선 전람회에서 무분별하게 상을 남발해 행사의 권위가 떨어졌다고 파악했다.

강 원장은 "출품비를 내면서 지난해 800점의 출품작 중 무려 500점을 시상했다"며 "출품작의 10% 수준을 시상해 상의 권위를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출품을 하기 위해서는 2만 원의 참가비를 내야 했던 과거와 달리, 무료로 출품할 수 있도록 손을 봤다. 이렇게 되면 떨어졌던 '디자인의 권위'가 살아난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또한 강 원장은 취임한 직후 조직을 새롭게 정비했다. 그동안 부산디자인진흥원은 3개로 출발한 팀 조직이 8개로 늘었다. 조직이 병렬 구조로 나열되면서 부서 간 소통은 오히려 줄었다. 진흥원은 공공디자인과 기업진흥 부문을 나눠 본부체제로 꾸리고, 경영지원실을 만들어 지원 체계를 갖췄다. 공간을 리모델링해 2명의 사업 본부장이 나란히 앉도록 꾸며 협업과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부서 간 장벽을 없앴다.

이런 경험 때문일까. 부산광역시 국제관광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에 '디자인(design)'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산업디자인'은 물론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공공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부산시에 디자인 전담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폴리피플은 부산시에 디자인 전담부서 신설이 왜 필요한지 부산디자인진흥원 강경태 원장을 만났다. 강경태 원장은 부산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텍사스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 신라대 국제학부 교수를 맡으며 부산경실련 운영집행위원으로도 활약했다.

부산디자인진흥원 강경태 원장은 부산의 디자인 인턴을 선발해 면담과 개별과제를 부여하는 등 활발한 인재양성과 소통의 장을 열어놓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초 인턴 디자인 관계자와 한 컷.
▲ 부산디자인진흥원 강경태 원장은 부산의 디자인 인턴을 선발해 면담과 개별과제를 부여하는 등 활발한 인재양성과 소통의 장을 열어놓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초 인턴 디자인 관계자와 한 컷.


지난 2월 부산디자인진흥원이 부산시의 일자리 통합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2년 연속 최우수 성과를 축하드린다.

코리아디자인멤버십 등 취업지원사업과 예비창업자를 위한 컨설팅, 부산패션창작스튜디오 운영, 소셜프랜차이즈 사업, 창업 도약 패키지 사업 등으로 신규 일자리 창출 481건, 고용유지 551건을 달성했다. 지난해 취업창업진흥팀을 조직화해서 지역 일자리 창출에 집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도 디자인을 통한 창업 지원, 취업 연계, 인재 양성 등 다양한 일자리 창출 사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올 초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산업 창업지원센터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부산디자인진흥원이 올해부터 3년간 13억2000만 원을 지원받아 연간 10개의 스포츠 관련 창업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진흥원이 보유한 디지털 디자인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 스포츠 스타트업 센터를 운영하면서 부산의 패션·섬유·신발 산업 등과 연계할 계획이다. 일반 레포츠, 피트니스, 스포츠용품·웨어 등 전문 스포츠 장비를 넘어 보다 넓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도록 돕는다. 우리의 브랜드를 사용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세계적인 한국 스포츠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는 데 부산이 역할을 다할 것이다.

 

국내활동도 활동이지만, 해외활동이 돋보인다. 특별히 해외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라도 있는가?

'디자인' 자체가 상품이란 걸 사람들이 잘 모른다. 부산디자인진흥원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하노이건축대학교, 하노이산업미술대학교, 하노이건축협회 등 3곳에서 디자인 관련 특강을 열었다.

공공디자인 특강과 더불어 현지 대학과 협약도 맺었다. 부산디자인진흥원 실무진들이 패션디자인과 도시공공디자인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는데 베트남의 대학교수와 업계 종사자, 전공 학생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셉테드(CPTED)로 널리 알려진 범죄예방환경설계에 대한 현지 도시계획·건축분야 관계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또 하노이 지역 대학교, 건축협회와 디자인 프로젝트 공동개발과 디자인 워크숍 공동 개최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노이응웬짜이 대학교에 디자인 교류센터를 개소, 이를 중심으로 부산 지역 디자인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하도록 돕겠다는 게 목표였다.

남들은 '확장성' 또는 '인프라'라고 표현하겠지만, 우리는 '디자인을 뿌리는 작업'이다. 베트남을 기점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디자인 분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갈 방침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도 해외 특강과 워크숍을 열었다. 지난 하노이 특강과 업무협약 체결은 부산디자인진흥원의 국제화 사업의 일부이기도 하며 한류가 대세인 동남아시아에서 부산디자인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씨뿌리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사람에게 우리 화장품이 인기인 것은 '디자인' 때문이이라고 확신한다. 이제 제품의 성능만으로는 안된다. 이번 코로나사태에 경험했듯이 중국 뿐 아니라 유럽조차도 우리 마스크와 진단키트를 안심하고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류가 제품의 기능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지 않은가.


'K팝'처럼 'K디자인' 열풍을 예고하는 것인가.

그렇다. 부산디자인진흥원이 하노이에 사무소를 열었다. 부산지역 디자인기업들이 베트남 현지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 업체 연계 등의 활동으로 도우고 있다. 동남아 디자인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디자인시장은 '포스트차이나' 흐름이 있는데 반해 생활수준이 올라간 베트남은 산업과 환경의 영역에서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은 K팝, K뷰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류가 강하고 디자인 영역에서도 K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지역 디자인기업의 진출이 유리하다.

부산디자인진흥원이 베트남 하노이에 교류사무소를 열고 기념 촬영.
▲ 부산디자인진흥원이 베트남 하노이에 교류사무소를 열고 기념 촬영.

 

베트남 대기업인 BRG, BacA bank, TH Milk, PostbBank, King Coffee(G7), CMC 등이 참석한 경제개발정책포럼에 한국과 베트남의 디자인기반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발표자로 부산디자인진흥원이 초대받기도 했다.

산업디자인전문회사 블레싱(주), 고령친화용품 디자인전문회사 (주)아이온, 공공환경디자인전문회사 예홀, 애견용품디자인전문회사 요기펫, 환경색채 디자인 전문회사 ICI색채연구소 등 부산지역 디자인업체 5곳도 베트남 하노이에 지사를 차리고 베트남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미 베트남에 앞서 진출한 기업들과 K디자인의 영향으로 해외 진출에 좋은 무드가 조성됐다. 하노이 영재고등학교와도 업무협약 체결하고, 응우옌짜이대학교 디자인학과와 학제교류 협의도 추진 중이다.

 

디자인의 의미망은 참 넓다. 특히 요즘은 부산시 행정조직에 디자인부서 신설을 주장하고 있는데.

디자인의 영역도 넓어서 제품디자인, 시각디자인, 디지털디자인, 공간디자인, 패션디자인, 서비스디자인 등 우리 생활과 연관되지 않는 부분이 없지만 현재의 구조로서는 공간과 패션 같은 일부 영역밖에 관여하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부산시에 디자인 전담 부서 하나 없다. 현재 부산시의 디자인 관련 부서는 건축주택국 건축정책과 도시디자인팀, 미래산업국 첨단소재산업과 섬유신소재산업팀으로 나눠져 있지만, 어느 하나 전문 부서라고 하기는 애매한 상황이다.

지자체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서울시는 2007년 처음으로 '디자인부시장' 직을 신설했고 서울디자인재단을 출연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현재도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에 29명이 공공 디자인 사업, 공공 미술 등 총 6개 팀에서 활동한다. 과 예산도 총 475억 원으로 시 예산의 0.12%를 차지한다. 167명이 근무하는 서울디자인재단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운영하며 서울의 디자인 분야 발전에 앞장선다. 재단의 1년 예산은 659억 원 규모로 시 전체 예산의 0.15%에 이른다. 이는 서울과도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서울은 오래전부터 디자인 부시장을 둘 정도로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도 디자인정책과를 두고 디자인정책팀, 공공디자인사업팀, 공공디자인관리팀 등을 운영하고 있다. 동대문 디자인플라자가 서울 디자인 전담 부서의 대표적 성과다. 이외에도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마을을 대상으로 인지건강디자인을 입히고 경로당을 어르신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바꾸는 일도 한다.

부산에 비해 규모가 작은 대구도 도시디자인과라는 주무부서를 두고 있다. 대구는 부산과 섬유패션분야에서 경쟁관계이기도 하다. 부산은 과거 셉테드(범죄예방환경설계) 등으로 전국의 주목을 받은 경험도 있지만 여전히 디자인 전문 부서가 없다.

가까운 경남 김해시도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도시디자인과를 개설하고 '김해를 디자인하다'는 마스터플랜을 토대로 김해 경전철 야간경관 연출사업을 시작하는 등 공공 디자인 역량을 기르고 있다.

 

산업디자인은 물론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공공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부산시에 디자인 전담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부산시에는 이렇다 할 디자인 전담 조직이 없다. 시 건축주택국 건축정책과에 도시디자인팀이 있지만 디자인 정책 보다는 건축 인허가에 관련된 업무가 중심이다. 미래산업국 첨단소재산업과 내 섬유신소재산업팀의 주무관 1명이 산업 디자인과 공공 디자인 등 디자인 정책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국제관광도시 부산을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디자인의 중요성은 필수적이다. 부산이라는 도시를 브랜딩하기 위해서는 도시 전체에 디자인의 요소가 필요하지만 이를 전담할 부서가 없는 상황이다. 유럽의 관광도시들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처럼 부산이 어떤 이미지의 관광지로 남을지 논의하고 이에 맞는 디자인을 입혀야 한다.

시 출연기관인 부산디자인진흥원이 산업·공공 디자인 분야 관련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인원은 총 80명이고 1년 예산은 230억 원으로 전체 시 예산 대비 비율은 0.03%에 불과하다. 시 예산 지원이 부족하다 보니 정부 수탁 사업을 진행하며 지역의 디자인 산업을 견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시의 행정적인 지원과 디자인진흥원의 관련 사업 추진 간에 적합한 시스템이 없다. 부산이 국제관광도시로 거듭나려면 디자인 행정 체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전담부서 조직은 필수적이다.

얼마전에 시에 디자인 전담부서 구축과 관련된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시장 직속의 해양도시디자인본부를 신설하는 안, 둘째 안으로는 행정 부시장 직속 도시디자인단과 경제부시장 직속 지역산업디자인단을 두는 방식과 마지막으로 첨단소재산업과 내 지역산업디자인팀 개설안을 제시했다.

이는 국제관광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에 '디자인design'이 없다는 가장 간단한 사실에서 제안한 것이고,
각 조직에 흩어진 디자인 업무를 일원화·체계화하기 위함이다. 올해 하반기 시 조직 개편에 반영되었으면 좋겠다.

[폴리뉴스 부·울·경 정하룡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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