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시설 <사진=연합뉴스> 
▲ 산유시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은주 기자] 국제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가운데, '유가 회복‘을 기대하며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개미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매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유가연동 ETN 파생상품들의 ‘괴리율‘이 확산되는데다 ‘레버리지’로 설계된 일부 종목 특성상 투자금이 전액 손실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유가의 반등 시점도 불확실하다. 금융당국은 투자에 유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 유가 회복에 베팅하는 투자자들 늘어... 금융당국은 ‘투자 유의’ 경고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신한 레버리지 WTI 선물 ETN(H)은 전장 대비 28.18% 떨어진 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한 WTI원유선물 ETN(H)(-23.91%),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35.22%), KODEX WTI원유선물(H)(-10.80%), 대신 WTI원유 선물 ETN(H)(-29.97%), 미래에셋 원유선물혼합 ETN(H)(-29.98%) 등도 동반 급락했다.

‘코로나19‘ 이후 원유의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총 2조4366억 원의 개인 투자 자금이 유가 회복을 기대하며 이 기간 ETN·ETF에 집중적으로 투자 하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코로나19 쇼크로 인한 주식 시장의 ‘폭락세’가 연출되면서, 저가 매수를 통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동학개미운동’이 벌어지며 대거 매수 행렬이 이어진 바 있다. 이와 같이 지금의 초저유가 또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반등을 기대하는 매수 행렬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유가 반등의 시점이 불확실한 가운데, 원유 선물 ETN의 ‘괴리율’이 높아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WTI원유 관련 ETN에 대한 추가 안정화 조치 시행' 자료를 내고 WTI 선물 가격이 50% 이상 하락할 경우 WTI 선물 레버리지 ETN의 투자금 전액 최종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거래소는 WTI 선물 레버리지 종목은 WTI 선물 가격이 50% 이상 하락할 경우 기초지표 가치가 0원이 되므로 투자금 전액 손실이 확정될 위험이 있으니 투자에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경우, 지난 22일 장중 한때 괴리율이 1000% 넘게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거래소 <사진=연합뉴스> 
▲ 한국거래소 <사진=연합뉴스> 

 

■ 유가 하락 ‘이상’의 손해 발생하는 이유, ‘괴리율‘이 뭐길래

괴리율은 지표가치와 시장가격 사이의 차이를 의미한다. 괴리율이 높다는 것은 ETN의 추종 지표인 해당 유가가 하락‧상승해도 가격이 이를 그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표가치가 올라도 시장 가격에 반영되기 전까지 투자자들은 이득을 보기 힘들다. 반면 시장 가격의 거품이 빠질 경우 투자 피해가 높아진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기초지표 가치가 하루에 50% 하락하면 수익률이 –100%가 적용되므로 손해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삼성증권은 22일 자사의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에 대해 "기초자산이 50% 이상 하락하면 지표가치가 0이 되어 투자금 전액 손실의 위험이 있다"고 투자유의를 홈페이지에 공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최근 원유 ETN에서 ‘괴리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해당 파생상품이 증권사의 신용을 기반으로 발행한 가상의 상품이라는 특성에서 기인한다. 유가선물은 매월 만기일까지 해당 상품을 매도하지 않으면 현물을 매수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실제로 현물 매수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다음달 월물을 매입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증권사가 대리하는 과정에서 ‘롤오버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유가는 매월마다 다른 가격에 판매되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상품은 증권사가 자사의 신용으로 발행한 상품이기에 증권사는 유동상 공급자(LP)를 통해서 물량을 조절한다. 지표가치보다 시장가격이 지나치게 높으면 갖고 있던 물량을 매도해 가격을 낮추고, 지나치게 낮으면 물량을 매수해 가격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한국거래소는 LP가 매수‧매도를 할 때 상한가와 하한가 안에서만 주문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런데 지금은 지표가치가 시장가격의 하한가에 한참 못 미친다. 게다가 최근 이례적으로 원유 파생상품 매입 수요가 폭등하면서, 유동성 공급자가 물량을 확보해 시장에 공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괴리율’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멕시코 국영 석유사 페멕스 트럭 <사진=연합뉴스> 
▲ 멕시코 국영 석유사 페멕스 트럭 <사진=연합뉴스> 

 

■“지금은 투자 유의할 때”

증권가에서도 원유투자에 리스크가 상당히 존재한다고 보면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원유에 대한 투자를 유의해야 하는 시점이다. 원유선물시장의 콘탱코 심화에 따른 롤오버 비용 외에도 국제 유가의 상승 탄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코로나19가 진정된다고 해도경제활동이 코로나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어야 원유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며 “수요 반등이 가시화된다고하더라도 원유재고가 역사적으로 높은 상황이기에 유가 상승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괴리율이 수 거래일 연속 급등하면 한국거래소는 일시적으로 거래 정지를 선언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유의해야 한다. 지난 22일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가격은 28.18%,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은 35.22% 각각 급락했다. 이 2개 종목의 기초지표 가치 대비 시장가격의 괴리율이 이날 장 마감까지 30% 미만으로 정상화되지 않자 거래소는 23~24일 이틀 동안 이들 종목의 거래를 정지하기로 했다. 이들 종목의 이날 장 마감 기준 실시간 지표가치 대비 시장가격 괴리율은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이 848%,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은 214%까지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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