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은 당을 패배의 충격에서 추스리고 재건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우선 20대 국회의 남은 임기 동안 해야할 일도 소홀하지 말아야 함
코로나19 방역과 함께 경제 충격을 완화하고 이후의 성장동력을 살리는 조치들이 향후 1~2개월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
야당을 외면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정책 대안은 없는 무한 비판’이라는 점을 되새기며, 추경 편성 등 시급한 과제에 협조해야 하고,
그렇게 20대 국회 마지막에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만, 21대 국회에서 야당이 존재감을 찾고 의미 있는 행보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줄 것으로 생각됨

개표가 끝나기 전 황교안 대표의 퇴진을 불러올 만큼 충격을 받았지만, 많은 자성론에도 불구하고 선거 패배의 원인에 대해서는 보수진영 내부에 다른 해석이 제기되는 상황
근본적인 혁신이 부족했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공천파동에서 드러난 숙성되지 않은 보수통합과 분열에서 원인을 찾는 주장도 있음
지난 토요일 ‘패자 3인의 반성문’이란 제하의 한 언론 인터뷰 내용이 현재의 실상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보여짐
“통합당은 유권자들의 인식이 어떻든 집단 최면에 걸린 것처럼 ‘우리가 옳다’고 주장했다”(이혜훈)
“중도층이 아닌 골수 우파를 향한 메시지만 냈다”(이혜훈)
“국민의 삶과 미래를 책임질 능력과 품격도 없이 정권 심판의 목소리만 높였다”(김용태)
“반 문재인이 어떻게 한 정당의 정체성이 될 수 있나”(이준석)
“스스로를 낮추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공감능력부터 키워야 한다”(김용태)

원인에 대한 공감이 새로운 변화의 전제라는 점에서, 총선 패인에 대한 합의된 반성문이 비대위 체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과제라 생각되며, 이와 관련하여 선거전에 나타난 집단적 최면 현상은 냉정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음
미래통합당과 보수세력은 작년 하반기 이른바 조국사태로 빚어진 아스팔트의 대결 양상을, 탄핵 이후 수세에 몰렸던 보수진영이 총 결집하여 다시 정국의 주도권을 가져온 승리로 보았다고 판단됨
그 과정에서 메이저 언론의 일방적인 지원 속에 그 기사를 퍼 나르고 확대하는 보수 유튜버들이 난립했고, 정당 지도부에서 골수 지지층에 이르기까지 그 테두리 안에 안주하며 스스로의 확증편향 만을 강화해 갔음
선거 막판, 여론조사가 대부분 여당 후보 우세로 나타날 때조차, 보수 유튜버들은 정부에 헌신하는 조작된 여론조사라고 조사 자체를 불신했고, 통합당의 지도부조차 이런 논조를 되풀이하는 상황으로 진행되었음
결국 공감능력을 상실한 정당이 집토끼만으로 치른 선거가 21대 총선 미래통합당의 모습이라는 사실에 스스로 주목해야 함

미래통합당은 비대위 체제로 신속히 전환하고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모습을 새롭게 정비하는 과정을 밟게 될 듯함
지난 주말 비대위를 둘러싼 내부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적어도 3자의 입장에서 당을 바라볼 수 있고 책임론에서 다소 자유로운 인물이 적임일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비대위원장 김종인 카드는 여전히 유효함
다만, 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수습 보다는, 대한민국의 보수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이고 깊은 고민이 수반된 재창당 정도의 의지가 필요해 보임

미래통합당 스스로 ‘그라운드 0’의 출발점을 어디서 찾게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대한민국 보수의 성립과 성장과정을 이해해야 새로운 보수의 탄생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음
해방 정국과 정부수립, 6.25를 거치며 친미 반공을 내세운 집권세력은 스스로를 보수라 칭했고, 4.19를 무력화한 군사정권이 산업화 시대의 경제주체들을 끌어안으며 정치 권력과 경제 기득권 세력이 결합된 일종의 카르텔이 형성되고, 이것이 한국 보수의 뿌리가 됨. 스스로의 기득권 체제를 포장한 ‘한미일 동맹에 기반한 반북 체제’와 ‘경제적 유능함’은 보수의 핵심가치가 되었음
87년 체제 성립 이후 민주화의 경험을 많은 국민들이 공유하며 보수와 진보의 대결 구도가 성립되었지만, 진보세력이 세번째 집권하는 현재까지도 보수의 강고한 카르텔은 스스로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이상의 가치나 명분을 생산하지 못했음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 결국 한계에 도달한 것이 이번 총선의 참패라 할 수 있겠지만, 수구라고 분류되는 보수세력 내부의 주류는 아직도 패배의 원인을 보수통합 실패에 돌릴 만큼 스스로의 울타리에서 벗어날 마음이 없음

따라서 한국 보수의 재건은 기득권이라는 성장토양을 부정해야 하는 만큼 어렵고, 미래라는 기초 위에 새로 세워져야 하는 만큼 불확실한 과제임. 그러나 적어도 2년후 대선 경쟁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으려면, 보수의 재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생각됨
정부여당의 실패가 보수세력의 살 길이라는 식의 접근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이 이번 총선에서 확인됨
이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국가차원의 전략과 정책을 마련하여 진보진영과 승부를 겨룰 수 있는, ‘실력과 품격’을 갖춘 대안정당의 모습이 그려져야 하며, 수구정치의 경험에서 자유로운 젊은 보수정치인들에게 이와 같은 새로운 도전을 기대해 봄 
한가지 예를 들자면, 코로나19를 통해 크게 자극 받은 ‘당당한 선진국이라는 국민의 자부심’에 부합하도록, 보수정당의 정책기조 전환 노력이 필요함
‘한미일 공조만이 살 길’이라는 식의 과거 상식을 전제로 접근하는 통일외교 정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동북아 중심국가로 한반도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젊은 세대들의 바램과 일치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임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반성과 치열한 논쟁을 통해, 기득권 수구와는 대별되는,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진정한 보수의 길을 찾는 노력이 이제는 시작되어야 함

좌우의 날개는 국가가 성장 발전하기 위한 건전한 토양이고,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보수의 발전적 재건은 이 시점에 가장 중요한 역사적 과제 중 하나가 되어 있음
21대 총선의 결과는 변화하려 하지 않는 세력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 볼 수 있고, 이에 따라 현재 보수라 분류되는 세력의 내부 판도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임
수구세력의 입지가 분명히 줄어들 것을 감안하면, 2년 후 대선은 이분법적 진영 논리에서 벗어난 보다 발전적인 대결구도로 접근할 것임
즉, 변화 아젠다는 공유하되 추진 방식과 속도에서 차별성이 보이는, 진보와 보수의 발전적 논쟁과 경쟁이 있는, 새로운 대통령 선거의 모습을 기대해 봄

오래된 주제이지만, 이번 총선을 계기로 진보와 보수를 제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도 다시 시작되고 있음. 폴리뉴스는 이와 같은 취지에서 ‘보수 재건의 길’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다양한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시리즈로 진행하고자 함. 많은 관심을 기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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