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당, 선거보조금만 79억 7,965만 원…2분기 국고보조금 최소 10억 원
손학규, 유성엽 사퇴…김정화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만 쇄신 아냐”
유성엽 “김 대표, 전당대회에서 지도부로 재선출 상상하기 어려워”
김정화 국민의당과 통합설 “그런 일 없다” 일축
[폴리뉴스 송희 기자] 20대 국회에서 제3당으로서 원내교섭단체까지 만들었던 민생당이 이번 21대 총선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포함 단 한 석도 얻지 못하고 원외정당으로 전락했다.
총선 결과의 책임에 따라 당 지도부가 일괄 사퇴했지만, 김정화 민생당 대표는 전당대회를 준비하며 버티기에 들어섰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 김 대표가 사퇴하지 않고 버티는 이유로 대표의 권한으로 자신의 측근들을 주요직에 임명하고 전당대회 이후로도 자신의 세력을 유지해 국민의당과 통합하려 한다는 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0일 자신의 측근이자 2012년 안철수 진심캠프에 합류하며 정계에 발을 들인 이내훈(전 바른미래당 상근부대변인) 비례대표 후보 2번을 최고위원으로 임명했다.
김 대표도 지난 2014년 안철수의 새정치추진위원회에 합류한 이후 국민의당 산하 국민정책연구원, 바른미래당 대변인 등 안철수계로 활동했기 때문에 이런 통합설이 일리가 있다는 뒷말이 있다.
민생당의 한 관계자는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속된 말로, 민생당의 자산을 국민의당에 갖다 바치기 위해서라도 김 대표가 버티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민생당은 적지 않은 재산과 4월 20일 기준 46만 943명에 달하는 당원을 보유하고 있어, 원외정당이지만 단순 ‘군소 정당’으로 보기 어렵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민생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보조금 79억 7,965만 원을 받았다. 또 현재 국회 의석수를 적용한 2분기 국고보조금은 민생당,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미래한국당 등 교섭단체 4개 정당과 약 57억 5,774만 원을 나눠 갖는 것을 감안하면 당의 자산이 적지 않다.
여기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창당해 부자 정당으로 알려진 바른미래당이 민생당으로 합류하기 전 갖고 있던 원래 자산까지 포함하면 최소 100억 원대로 추산된다.
물러나는 지도부와 반대로 전당대회 준비하는 김정화 대표
지난 16일 손학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먼저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모두 다 내 잘못”이라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유성엽 공동대표도 2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대표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날 4선 중진인 정동영 의원도 이번 총선에서 낙마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새 지도부 구성을 위해 내달 중 개최될 전당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의결했다.
이와 함께 전당대회준비위 구성 및 사무와 관련한 사항을 담은 당규를 제정하기 위해 전당대회실무준비TF를 별도 설치하기로 했다.
또 당의 변화와 쇄신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기 위해 ‘미래를 위한 혁신TF’도 만들고 이날 이내훈 비례대표 후보를 최고위원으로 지명했다.
김 대표는 앞서 손 위원장이 사퇴한 날 “당의 대표로서 5월 내로 민생당 전당대회(전국당원대표자대회)를 개최하기 위한 준비를 해나갈 것”이라며 “정식으로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설치하여 실무준비를 위한 TF팀(전략대책본부)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화 대표 사퇴 촉구…국민의당과의 통합은 일축
김 대표의 이런 행보와 관련, 당내에선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이인희 최고위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행 지도부의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판단된다”며 “최고위에서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총사퇴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손학규 대표의 트라우마다. 김 대표의 행보는 지난 손 대표의 버티기 행보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도부의 반성과 성찰 없는 자리다툼은 정말 아니다”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민생당 중앙선대위 설영호 대변인은 “선거 결과에 따라, 현 지도부는 분명한 책임과 용퇴가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며 “어떠한 명분을 앞세워도 현 상태에 지도부의 존재와 연속성은 정당성과 책임성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유성엽 전 대표 또한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정화 대표 사퇴 촉구에 대해서 원외 위원장 중심으로 이야기되고 있다는 것을 들었고, 현역 의원도 직접 전화해 비대위를 구성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 전 대표는 “김 대표가 전당대회까지 맡는다고 해도 그 이후 대회를 통해 재신임을 얻어 지도부로 선출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행자 전 바른미래당 사무부총장은 “김 대표가 손학규 대표에게 배운 것은 버티기를 위한 TF구성”이라며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무조건 해임”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지난 선대위 문정선 대변인에게 김 대표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 전 대변인은 “김 대표는 일단 이번 전당대회까지는 맡는다는 입장이었다”며 “자신이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만이 당의 쇄신이 아니라고 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대표와의 통합 소문을 다른 곳에서 듣고 이에 대해 김 대표에게 직접 물어봤지만,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본지 기자가 김 대표의 입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21일 수차례 접촉한 결과 김 대표로부터 "당을 수습하기도 바쁜데 국민의당과의 통합이 웬말이냐"는 답변을 받았다.
이어 지도부 총 사퇴에 대한 입장을 묻자 "각자 책임을 다하는 방식이 다르다"며 "비공개 회의 때도 말씀드렸지만, 각자의 방법을 존중하겠다. 사퇴를 주장하시는 분은 사퇴하시고, 남은 임기동안 당을 수습하고 전당대회를 준비할 사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 묻자 김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차기 지도부에 선출된다면 직을 맡겠다"고 답했다. 이어 전당대회에서 선출되기 위해 후보로 출마할 것이냐고 질문하자 "출마할 생각은 현재 없다"고 말했다.
민생당은 비례대표 투표용지에도 1·2번 없이 기호 3번으로 맨 윗칸을 점하는 특수를 누렸지만, 의석 확보 기준치인 3%에 못 미치는 2.7%를 얻으면서 지도부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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