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했던 원내교섭단체는 물거품
최대 수혜자 될 줄 알았던 정의당, 결국 최대 피해자
비례대표 후보 자질 논란, 청년들의 분노 끌어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적격 문제도 ‘정의롭지 못한’ 실수

1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고양갑 선거사무소에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지지자들의 요청에 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고양갑 선거사무소에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지지자들의 요청에 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송희 기자] 4월 15일, 제21대국회의원선거에서 정의당은 비례의석 5석을 확보하면서 지역구를 포함해 총 6석으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꿈꾸던 원내교섭단체는 물거품이 되었다.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비례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 없었다면 비례에서만 12석을 얻을 수 있었다. 고양갑 지역구에서 승리한 심 대표의 의석까지 합하면 13석이다. 

정의당은 정당 득표율 9.67%를 얻어 원래대로라면 보정된 연동배분 의석수 10석에, 병립형 비례 의석수 2석을 합해 총 12석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확보한 비례의석수는 이보다 7석이나 적은 5석에 불과하다. 

정의당의 정당 득표율을 방해한 시민당과 한국당은 정당 득표율에서 각각 33.35%와 33.84%로 각각 17석, 19석을 차지했다. 이들이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이 의석의 대부분은 소수 야당과 녹색당 등 원외정당이 정당 득표율 3%만 넘으면 받을 수 있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의당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장서 통과시킨 ‘연동형 비례대표’…결국 비례위성정당 낳아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비례위성정당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정의당에 책임이 있다.  

지난해 12월, 정의당은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과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4+1 협의체’를 만들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통해 공직선거법 개정안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밀어붙였다. 

여기서 통과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정의당은 정당 득표율을 최대한 반영한 국회 구조, 다양한 정치 세력의 국회 진출, 표의 등가성·비례성 강화 및 사표 방지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앞장서서 주장했다. 

그동안 10% 이상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했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만 통과된다면 정의당이 10석 이상을 가져가면서 지역구에 출마한 의원들과 본인을 포함해 20석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심 대표가 목표했던 원내교섭단체 구성인 원을 충족한다. 

그러나 이를 강하게 반대했던 통합당이 비례대표제에서 의석수를 확보하고자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했다. 이를 견제하던 민주당도 결국 더불어시민당이라는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거대 양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흔들었다. 

최대 수혜자가 될 줄 알았던 정의당이 최대 피해자가 된 것이다. 

그동안 정의당은 민주당과 통합당이 비례위성정당이 ‘꼼수’라며 비판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성정당 불허를 촉구하고, 헌법 소원도 제출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16일, 심 대표는 국회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눈물을 보였다. 

심 대표는 “무엇보다...(입술을 깨물고 잠시 침묵한 뒤) 무엇보다, 모든 것을 바쳐서 고단한 정의당의 길을 함께 개척해온 우리 자랑스러운 후보들을 더 많이 당선시키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며 “고생한 후보들과 당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후 심 대표는 끝내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정의당 류호정 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음료를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의당 류호정 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음료를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례대표 후보는 더 문제…조국 적격 판정 논란에 이은 ‘정의롭지 못한’ 정의당 

그러나 총선 이후 정의당이 참패한 것이 단순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악용한 거대 양당의 비례위성정당 때문이 아닌 비례대표 후보도 문제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의당의 비례대표 후보 1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류호정(27) 당선인에 대한 이야기다. 비례대표로 당선된 ICT, 과학기술분야 전문가가 진보진영에서는 류 당선인이 유일하다.

그러나 비례 공천 과정에서 유권자들은 류 당선인의 과거 ‘대리 게임’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가 업계 대표성을 갖췄는지를 의심했다. 류 당선인은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등급을 올릴 목적으로 대학 재학 시절, 남자친구가 대리 게임을 한 사실이 드러난 후 청년들의 비판을 받았다.

프로게이머 출신인 황희두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은 이와 관련 “대리 시험을 걸렸다고 보면 된다. 과연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정의당에 1번으로 나올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류 당선인은 게임·IT업계 노동자를 대변하겠다며 청년 몫으로 비례 1번을 받았다. 게임 관련 방송을 진행하며 게이머로도 활동했고 게임사 스마일게이트에서 근무하다 퇴사,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이종락 논설의원은 이달 2일 논설을 통해 “비례대표 선정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정의당에 악재”라며 “비례대표 1번 류 후보의 대리게임 논란이 여전히 정의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심 대표는 류 후보에 대한 논란이 거셌음에도 불구하고 “깊은 성찰을 하는 만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음을 보이며 재신임했다. 

류 당선인은 당선 직후 “무거운 책임감이라는 말로 부족하다. 이제 저는 너무 많은 분들의 기대와, 그만큼 많은 분들의 걱정과 우려를 온몸으로 받게 됐다”면서 “10% 가까운 유권자가 정의당에 힘을 모아주셨다. 끝까지 원칙과 정도를 지킨 정의당을 지켜주신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도봉구 북부지법에서 열린 조 전 장관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우종창 전 월간조선 편집위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도봉구 북부지법에서 열린 조 전 장관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우종창 전 월간조선 편집위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외에도 전문가들은 정의당이 앞서 민주당에 편에 서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 적격 판정을 내렸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은 것이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당시 심 대표는 “정의당의 결정이 국민적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사회의 특권과 차별에 좌절하고 상처받은 청년들과 또 당의 일관성 결여를 지적하는 국민께 매우 송구스럽다”고 사과한 바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결국 정의당의 ‘정의롭지 못한’ 실수가 이어져 지금의 성적표를 받게 됐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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