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남구을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4만1005표, 미래통합당 이언주 3만9575표
이언주, 수차례 당적 변경·사천 논란...보수 성향 강한 지역임에도 유권자에 부정적
박재호, 행안위에 동 분할 선거구 조정... '청년 진보 오고, 노년 보수 가고...'

16일 더불어민주당 부산남구을 박재호 당선인이 선관위에서 받은 당선증을 펼쳐보이고 있다.<사진=박재호 의원>
▲ 16일 더불어민주당 부산남구을 박재호 당선인이 선관위에서 받은 당선증을 펼쳐보이고 있다.<사진=박재호 의원>

[폴리뉴스 정하룡 기자] 4·15 총선 최대 격전지였던 부산 남구을에서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언주 미래통합당 후보를 꺾고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이날 남구을 선거구에서는 개표 시각에 따라, 새 투표함을 열 때마다 1위 득표자가 바뀌는 박빙의 승부가 벌어졌다. 불과 수백표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각 당 선거 캠프에서는 연신 환호와 탄식이 이어졌다.

89.71%까지 개표됐을 때 이 후보가 495표를 앞서 승기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사전선거 투표함이 개봉되면서 박 후보의 표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16일 새벽 2시가 넘어서, 개표율이 99.38% 지점에서 박 후보가 역전에 성공했다.

부산 남구을 지역구 개표 결과, 박재호 후보는 4만1005표(득표율 50.5%)를 얻어 3만9575표(48.7%)를 득표한 이언주 후보를 1430표 차로 따돌리고 극적인 승리를 연출했다.

선거 당일 오후 6시15분 발표된 지상파 3사 공동출구조사 결과에서도 박 후보의 예상득표율은 50.7%로 점쳐졌다. 이 후보는 48.8%의 예상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런데 같은 지역에서 진행된 부산시의원 남구 제2선거구 보궐선거에서는 미래통합당 김광명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반선호 후보를 5370표(10.47%포인트) 차이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승리했다. 민주당 반 후보는 박재호 당선인 정무특별보좌관 출신으로 그의 분신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비례대표 투표에서는 부산남을 지역에 포함되는 대연1·3동, 용호1·2·3·4동 전체에서 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민주당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보다 1만 표 이상 더 많이 득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에서는 보수 바람이 거셌던 지역에서 박 후보가 신승을 거둔 것은 이 후보를 둘러싼 '낙하산 공천' 논란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지역 경기침체와 집권 여당에 대한 불만 기류가 강하게 형성됐음에도 경기 광명을에서 지역구를 옮겨, 통합당 후보라는 이유로 공천깃발만 꽂으면 이긴다는 편견에 반발 심리가 더욱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보수 여전사'라는 별명을 가진 인물로 전국적 지명도와 장년·노년층 지지에 힘입어 인지도에서는 부산 어느 후보보다 탁월하다는 평가이지만 재선으로 지낸 8년 동안 민주통합당,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전진당을 거치는 등 여러 차례 당적을 옮긴 사실에 대해서는 지역민들의 시선이 곱지 못했다.

앞서 이 후보는 자신의 모교인 영도여고가 있는 중영도 출마를 희망했다. 하지만 중영도 현역인 김무성 의원과 갈등을 겪었고 여기다 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사천 논란도 불거지는 등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연이어 나왔다. 지역에서는 반발 목소리가 계속 나오면서 당 공관위는 이 후보를 전환배치, 남을에 전략공천했다.

또한 이 후보 배우자와 박 당선인 선거운동원 사이에 유세 중 몸 싸움 시비가 붙은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 후보 측에서는 유세 과정 중 박 당선인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후보의 배우자가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당선인 측은 "이 후보의 배우자가 박 후보 유세 장소에서 이언주를 외치는 추태를 부렸고, 이 과정에서 지지자와 단순히 몸만 닿은 것"이라고 맞섰다. 당선인 측에서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면서 상황은 이 후보에게 다소 불리하게 돌아가는 형국이 전개됐다.

하지만 이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당초 중영도를 노렸던 이 의원이 갑자기 남을로 옮겨옴에 따라 기존 후보와 조직을 껴안는 것이 최대 관건으로 보였다.

당시 통합당에서는 오은택 전 시의원을 비롯, 김현성 변호사, 서일경 전 부산시 성형외과의사회장이 뛰고 있었지만, 이 후보는 "기존 후보들을 접촉하고 설득하는 중"이라면서 "삼고초려해서라도 협력을 요청드리고, 조언을 듣겠다"며 몸을 낮추는 모습을 좋게 본 것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후보는 이언주 후보를 경쟁 상대로 맞기 전부터 '선거구 획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에 과도한 경계조정으로 혼란이 예상되는 부산 남구 선거구 획정에서 '동 쪼개기'를 허용해달라는 요지였다. 쉽게말해 '동을 분할하는 예외조항'을 둘 수 있도록 행안위에 요청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선거구 획정 결과는 '동 쪼개기'는 무산되고 부산 남구 선거구 경계가 대폭 조정됐다.

부산남갑에 포함된 대연1, 3동을 박 의원 지역구인 남을로, 남을에 있던 우암동, 감만1,2동, 용당동은 남갑으로 편입됐다. 획정위가 인구 편차 하한 기준을 13만6565명에서 13만9000명으로 높이면서 조정 규모가 더 커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박 의원이 말한 것처럼 "새로 편입된 대연1·3동은 대학가라 20대 1인 가구가 많은 만큼 이들을 겨냥한 선거 활동에 주력"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다 '나이 많은 지역(?)'과 '8부두 미 세균실험실'이 있는 우암동, 감만1,2동, 용당동 카드를 부산 남갑에 던져주는 일은, 박 의원으로서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넘치는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부산남갑 투표 양상을 두고 1400여표 차 '박빙 대결'이라 부르지만, 어쩌면 '구획된 대결'이라 불러야 마땅할지도 모른다.

16일 박재호 당선자는 "부산 남구을은 다시 하나가 되어 미래를 향해 전진해야 한다"며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박 당선자는 오륙도선 트램, 도시재생, 일자리 도시, 아기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목표 등의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