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적 보수의 새로운 리더십 창출만이 보수정당의 활로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개표상황실에서 총선 결과 관련, 당대표직 사퇴를 밝히고 있다. 2020.4.16
▲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개표상황실에서 총선 결과 관련, 당대표직 사퇴를 밝히고 있다. 2020.4.16

 

보수정당에게는 악몽 같은 총선이 탄핵 역풍 속에서 치러진 2004년의 17대 총선이었다. 그 때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반발한 민심의 역풍을 맞으면서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는데 그쳤다. 그런데 그런 대형 사건도 없었는데 미래통합당은 103석을 얻는데 그친 역대급 참패를 당했다. 정권심판을 외쳤던 야당이 거꾸로 심판 당한 이 결과를 단지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19 대처를 잘한 영향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박빙의 접전지로 알려졌던 많은 지역들에서도 통합당 후보들은 맥을 추지 못한 채 패했다.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미래통합당이라는 보수정당이 정권을 심판할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결론을 유권자들이 내린데 있다. 도대체 너희가 누구를 심판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민심은 던진 것이다.

통합당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보수통합도 하고 공천 물갈이도 했지만, 근본적인 체질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차명진 이외에도 민경욱, 김진태 같은 막말 정치인들이 버젓이 후보로 살아남았던 광경은 당 전체에 대한 함량 미달의 심판을 받을 일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2인자였던 황교안 대표가 당을 이끌고 있는 상황 자체는, 아무리 선거용 대책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박근혜 시절의 터널에 아직도 갇혀있는 정당이라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대다수 국민들은 다행스러워 하고 있는 코로나 19 방역에 대해서도 무조건적인 비판을 계속함으로써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야당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고, 결국 대안세력으로서의 가능성에 완전한 불신임을 당한 결과를 맞게 된 것이다.

나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라는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생각들을 반영할 수 있는 보수정당이나 진보정당, 그리고 다른 소수정당들의 발전을 바란다. 그래서 한 사회 속의 여러 생각들이 공존하며 경쟁하는 정당정치를 소망한다. 현존하는 보수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가 형편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래도 보수정당이 완전히 괴멸 당하지 않고 훨씬 나은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보수정당이 있어야 보수층의 의견도 대변하며 집권세력으로 하여금 독선에 빠지지 않고 긴장하도록 만드는 합리적이고 좋은 견제도 가능하다. 사회를 구성하는 좌우의 날개 가운데서 한쪽 날개가 완전히 없어져 버리면 그 부작용은 그것대로 나타나게 되어있다.

21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눈에 비친 미래통합당은 여전히 수구정당의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가짜 보수의 옷을 던져 버리고 합리성과 정치적 도덕성을 갖춘 진짜 보수의 정치세력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그들이 숙제일 것이다. 문제는 당 해체와 재건의 수준에 걸맞는 변화의 요구를 이들이 이행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당 대표급의 후보들은 대부분 패배했고, 복당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홍준표, 김태호 당선인 정도가 향후 당권과 대권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의 얼굴이 황교안에서 홍준표나 김태호로 바뀐다고 얼마나 달라질까 싶다. 본질은 인물의 단순한 교체가 아니라 낡은 리더십의 청산과 새로운 리더십의 창출에 있다. 어떻게든 낡은 보수를 청산하고 개혁적 보수의 리더십을 세우는 실천 없이는 ‘그 밥에 그 나물’ 소리를 듣게 되어 있다. 그것을 인식하고 감당하지 못한다면 상당 기간 이 나라 보수정당에게는 별다른 활로가 없어 보인다. 국민들은 진작부터 다 알고 있는 정답을 자기들만 모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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