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정치공작 2~3개 준비한 듯, 주말에 터뜨릴 것”
김어준 앞서 “통합당의 ‘n번방’성명, 정치공작 냄새 나” 주장
통합·민생·정의 “근거 없는 비방”-“명단공개 하라”-“통탄스럽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15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래통합당이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이용한 정치공작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격’ 대상 통합당을 포함한 민생당·정의당 등 야권은 ‘n번방 공작설’은 부적절하다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앞서 7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알릴레오’에 출연해 “총선까지 남은 변수는 정치공작”이라면서 “이번 주말에 터뜨리려고 하는 것 같다. 대응할 시간을 안 주고 바로 선거까지 몰고 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채널A’ 이 모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 유착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캐려고 했다는 의혹을 언급하면서 “그걸 보고서 정치공작이 본격화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개 내지 세 개를 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에서 특별대책팀을 만들어 대응할 것인데, (통합당 측에서) 발표 나가기 전에 (민주당이) 손대면 오히려 ‘긁어부스럼’이 된다”며 “(통합당 측에서) 공개하면 바로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대표는 “제가 어느 자리에서 그 얘기를 좀 했더니 자기들 내부에서도 (공작을) 재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 아주 터무니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이어 8일에도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다스뵈이다’에 출연해서도 “유 이사장건 하나가 아니라 제가 파악하는 것도 또 하나 있다”며 야권의 정치공작설을 제시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정치공작설’은 앞서 김어준 씨가 제시한 ‘n번방 정치공작설’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씨는 지난 6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통합당이 ‘우리 당에 n번방 연루자가 있다면 정계에서 완전히 퇴출시킬 것’이라는 성명을 냈는데, 공작의 냄새가 진하게 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명 발표는) 매우 이상한 상황이다. 정치메시지 관리의 기본 중 기본을 어겼다”며 “선거기간에 부정적 이미지와 연결되는 메시지를 상대방이 거론하지 않았는데 자신의 입으로 직접 거론하는 것은 초보들이나 하는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이 메시지를 굳이 주말에 낸 것은 정반대로 민주당의 n번방 연루자가 나올테니 정계에서 완전히 퇴출시키라는 이야기”라며 “민주당 쪽에서 강한 여성과 30·40대에게 충격파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또 “통합당 같은 선거의 달인들은 이런 실수를 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튀어나온 발언이 아니라 성명을 내지 않았나. 이것은 고민해서 만들어진 메시지”라며 “‘n번방은 텔레그램이라는 메신서를 통해 대부분의 대화가 오갔고, 텔레그램 서버는 외국에 있다. 누구도 실제로 오간 이야기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어 만들어내기에 최적의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野, 이해찬 발언에 ‘선동’ 비난
미래통합당은 이러한 주장에 반발했다. 황규환 통합당 선대위 상근부대변인은 김 씨가 ‘n번방 정치공작설’을 주장한 6일 논평을 내고 “피해자들의 마음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다면 온 국민의 공분을 산 ‘N번방 사건’마저 정치공작 운운하며 선동에 이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어 9일에도 임윤선 통합당 상근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도대체 야당이 무슨 힘과 권력이 있어서 정치 공작을 한다는 말이냐”며 “야당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흑색선전에 몰두하는 집권 여당 대표는 존재만으로도 절망을 느끼게 한다”고 맞섰다.
민생당도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문정선 민생당 선대위 대변인은 8일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n번방에 대한 엄단을 장담하던 기세는 사라지고 정치공작만 운운하고 있다”며 “n번방의 정치공작을 알면서도 공개할 수 없는 말 못 할 사연이라도 있는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무관하다면 n번방의 명단 공개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정치 공작을 알면서도 공개하지 못한다면 그 역시 파렴치한 정치공작일 뿐”이라며 “정치 공작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대처법은 명단 공개”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역시 이해찬 대표의 발언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강민진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8일 논평을 통해 “여야 거대 정당들의 머릿속에서는 텔레그램 n번방마저 정치공작의 프레임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가. 어떻게든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삼아 활용할까 하는 궁리, 혹은 역으로 당할까 하는 걱정밖에 없는가”라며 “통탄스럽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한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당의 대표까지 음모론에 빠져있다”며 “아예 김어준을 차기 민주당 대표로 모시라”고 날을 세웠다.
진 전 교수는 “김어준이야 원래 그렇다 치고 집권여당의 대표까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김어준에 이어 당대표까지 저러고 나서니 정말 뭐가 있나 싶은 야릇한 느낌도 든다. 김어준의 예언대로 그 쪽의 누군가가 n번방에라도 들어갔느냐”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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