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요양원 등 병원發 집단감염 속출
감염관리법상 300병상 이상 병원만 감염관리실과 인력 갖추게 돼 있어
전문가들, 요양병원 감염관리 정부 대책 촉구
일부 지자체, 정부 지침 있기 전 미리 자체적으로 대응 체계 운영

[폴리뉴스 송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잡혀가는 듯했지만 요양병원발 확진자 속출 사태가 또 발생하면서 집단감염에 대한 보건 당국의 제도적 한계가 드러났다.

집단 감염에 대비해 병원은 감염관리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설치 기준이 300병상 이상인 경우에만 해당돼 평균 병상수가 192개인 요양병원이 사각지대로 몰린 것이다. 

30일 오후 대구시 서구 한사랑요양병원 앞에서 육군 2작전사령부 장병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30일 오후 대구시 서구 한사랑요양병원 앞에서 육군 2작전사령부 장병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 사각지대…대다수 요양병원 감염관리실 없어

대구시와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현재까지 대구 시내 소재 한사랑요양병원(110명), 배성병원(15명), 대실요양병원 (91명) 등에서 잇따른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지난 27일엔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대실요양병원과 같은 건물을 사용 중이었던 제이미주병원에서도 총 13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본부에 따르면 일반인 확진자는 지난 15일부터 감소하고 있지만, 요양병원 등 고위험군 집단 시설 등에서 감염된 확진자는 지난 26~28일에만 98여 명으로 집계돼 다른 감염경로보다 감염률이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의료계에선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요양병원을 집단감염 취약지대로 꼽았다. 요양병원엔 고령인데다 기저질환이 있는 입원환자가 많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증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로 감염관리실을 운영하지 않는 점도 감염자 발견과 대응에 어려웠던 이유로 꼽힌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300병상 이하의 병원은 이를 갖출 법적 의무가 없다. 

의료법 제 47조(병원감염 예방) 제1항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은 병원 감염예방을 위하여 감염관리위원회와 감염관리실을 설치·운영하고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감염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전담 인력을 두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현행법상 ‘일정 규모’는 300병상이다. 

여기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전국 요양병원은 모두 1,577곳으로 평균 병상수는 192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병상수 300개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18년 질본부 실태조사에서 조사대상 요양병원 (973곳)의 93.6%가 감염관리실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제이미주병원에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7일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제이미주병원에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0병상 이하 요양병원도 감염관리 체계 구축하도록 제도 개선

30일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방역에서 사망자를 줄이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정신병원과 요양병원, 요양원 등 고령과 기저질환, 약한 면역력 등으로 치명률이 특별히 높은 집단 취약시설에 대한 방역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민생당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혜선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요양병원의 감염관리가 아주 시급하다”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정 교수는 “현재 요양병원 감염관리에 대한 체계가 구축돼있지 않다”며 “여기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해 요양병원에 대한 감염관리를 시행하고 장기적으로 요양병원 감염관리 인력을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날 폴리뉴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는 300병상 이하의 요양병원 등에도 감염관리 관련 부서와 인력을 두도록 법을 개정해야 하고, 한시가 시급한 지금은 요양병원이 1명 이상의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인적, 물적 자원을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대병원 ‘건강고대로 고고TV’ 채널에서 “정부의 병원 전수조사보다도 예방이 우선이다. 예방 조치를 전국 요양병원에서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풍주의보가 전국에 내린 19일 경기도 고양시의 자동차 이동형(Drive Thru) 선별진료소에서 육군 1공병여단 장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진자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강풍주의보가 전국에 내린 19일 경기도 고양시의 자동차 이동형(Drive Thru) 선별진료소에서 육군 1공병여단 장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진자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양시·서울시 구로구, 감염관리자 의무 지정 등 자체적 대응 체계 운영

국내 곳곳의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가운데 일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신속하고 촘촘한 대응 체계를 운영해 각광 받고 있다. 

30일 고양시에 따르면 시는 취약계층의 선제적 관리를 위한 정부지침이 내려오기 전부터 각 병원 및 시설에 감염관리자를 의무 지정하고 보건소와 핫라인(직통전화)을 유지하도록 했다. 

고양시는 지난해 연구용역을 실시해 노인의료복지시설의 감염병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감염관리매뉴얼을 활용해 직무교육 실시 후 감염관리자를 지정했다. 감염관리자는 출근 전 종사자 건강 모니터링(호흡기증상여부 및 발열체크), 증상자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 등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무증상 감염자에 대비한 선별검사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동 검체반을 운영해 폐렴환자 등 유증상자 14명에 대해 전수검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음성판정 받았다. 또 지역 내 노인요양병원·노인요양시설에 대해 지난달 20일 이후 신규입소자들을 전수조사하고, 효과적인 취약계층 집단감염 예방을 위한 사전작업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고양시 내 요양병원 338명·요양시설 104명 등 검사결과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 

한편 서울시 구로구는 관내 모든 요양병원과 요양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샘플 검체 검사를 실시했다. 구로구는 요양원 17곳의 종사자 570명 중 12%인 71명을 무작위로 추출했고, 요양병원 7곳에서는 1월부터 원인불명의 폐렴 증상이 있었던 20명을 검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