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공단 유성찬 상임감사 인터뷰
감사의 ‘탈권위’로 구성원 ‘자기감사’ 유도
관리이사 경험 바탕, ‘안전’ ‘소통’이 감사의 화두

‘감사’(監査)의 이미지는 딱딱하다. 조직 내에서도 구성원들은 감사 부서의 근처를 꺼린다. 하지만 유튜브에 들어가 한국환경공단의 청렴운동 동영상을 보면 ‘이런 감사도 좋겠구나’라는 공감을 경험할 것이다. ‘사람’과 ‘소통’의 가치를 소신처럼 강조함으로써 공공기관 감사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되고 있는 유성찬 상임감사를 만나 감사 철학과 한국환경공단의 청렴 비전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유성찬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폴리뉴스 사진>
▲ 유성찬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폴리뉴스 사진>

 

유튜브에서 ‘청렴’을 반복해 외치며 율동하는 상임감사의 모습이 참 파격적이다. 권위의식과 형식을 멀리하는 메시지로 보이는데 감사업무에 대해 어떤 소신을 갖고 있는지.

원래 천성적으로 권위와 격식을 불편해하는 편이다. 공공기관 상임감사의 청렴 홍보 동영상 출연은 처음이라고 들었다. 보시다시피 외모로 보나 율동은 안 어울리지만 제작에 참여하면서 오히려 감사에 대해 새롭게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 감사든 뭐든 모든 일은 참여자의 공감이 우선이다. 상임감사가 스타일이 좀 구겨져도 부패와 갑질을 배격하기 위해 애 쓰고 있다는 진정성은 공단의 임직원에 대한 백번의 청렴 교육보다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인터뷰에 앞서 주변 취재를 해보니 시민사회운동에 참여한 이력을 실감케하는, ‘사람’과 ‘소통’ 위주의 평판들로 요약되던데 자칫 온정주의나 감사 기율의 이완이 우려되지 않는지.

솔선수범의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해외 반부패 아카데미 연수 출장 때 항공기 좌석이 비즈니스로 배정돼 있었는데 동반 직원과 같은 이코노미로 바꿨다. 나중에 보니 예산이 400만원이나 절감됐다고 했다. 구성원들이 청렴이나 갑질 근절을 딱딱한 규제나 조항의 문제로 여긴다면 자율성은 우러나오기 힘들 것이다. 감사의 윤리성을 위해 실시하는 재능기부도 마찬가지다. 어린이 청렴환경교육의 취지로 실시하는 ‘일일 환경지킴이 교사’로서 지역 3곳의 환경홍보관에서 유치원생들을 교육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아이들의 목소리와 말투를 흉내 냈는데 직원들이 ‘상임감사스럽지 않다’고 의아해 했다. 하지만 어린이 환경교육도 엄연히 감사 윤리 업무의 한 부분인만큼 3번 모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인간적 가치를 중심에 둔 감사는 구성원의 공감과 신뢰를 통해 청렴의 자율성을 유도하고 이를 어길 경우 조직은 물론 인간관계마저 파괴한다는 각성이 중요하다. 사회 시스템, 특히 감사는 유교적 성악설에 기준을 두고 있지만 인간을 신뢰하는 성선설 기반의 감사가 더 위력적이라고 믿는다.

아까 언급했다시피 다양한 시민사회 분야 경력이 이러한 소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는데.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포항KYC, 대구경북민주청년단체협의회 대표로 활동하며 회원, 인력, 재정 등의 관리와 운영 콘텐츠를 만든 경험이 당원 4만여명의 국민참여당 최고위원과 경북도당위원장을 하는데 도움이 됐다. 고 노무현 대통령 당시 2005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을 거쳐 환경관리공단과는 2006년부터 2년 동안 관리이사(현 경영본부장)에 임명돼 인연을 맺었다. 당시 ISP(정보화전략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기획, 인사, 예산, 노사 등 경영 전반에서 경험한 임원의 역할은 현재 감사업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업무 외의 명예직으로 2011년부터 노무현재단 기획위원을 맡고 있다.

코로나19사태와 그 대응의 측면에서 공기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재난 안전에 관한 특이한 경력도 눈에 띄는데.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경기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유관기관과의 협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신설한 안전협력관에 임명됐다. 이듬해 5월 1일 중동호흡기증후군, 이른바 ‘메르스 사태’ 당시 첫 확진자가 5월 1일 발생했지만 처음에는 사회적 경각심이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안전 관련 업무 특성 상 직접 자료를 찾아 보니 단순한 유행병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 5월 29일 교육청 내부망에 처음으로 메르스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올렸다. 그런데 사흘 뒤인 6월 1일 첫 사망자가 2명 나오면서 사태가 시작됐다. 이재정 교육감이 대책팀 구성을 즉시 지시하고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했던 것도 앞서 미리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 당시의 경험이 공단의 코로나 대응과 관련 감사 활동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지금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에 놓여있지만 과거 개성공단 건설과 운영 당시 환경관리공단, 특히 유 감사님이 상당히 선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고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당시 관리이사를 맡으며 남북환경협력추진위원회를 설계하고 위원장을 맡아 개성공단의 환경시설 관리를 책임지는 환경공단 개성사업소를 열었다. 당시 저의 비전은 북한이 경제 개방 개혁을 추진하면 장차 평양에도 하수처리장과 미세먼지 측정망 등 더 고도화된 환경설비가 필요하다는 전망에서 비롯됐다. 즉, 황사(미세먼지)와 같은 환경문제는 남북이 협력해 중국 정부에 공동 대응해야 할 민족문제이며 환경산업으로 평화통일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이처럼 공단이 남북 간 환경 협력 부문에서 축적해놓은 성과와 역량은 지금은 잠시 휴지기에 있지만 교류의 물길이 트이기만 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리라고 확신한다.

유성찬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폴리뉴스 사진>
▲ 유성찬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폴리뉴스 사진>

 

아까 안전협력관 임명을 비롯해 ‘최초’라는 수식어를 몇 개 기록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공단에서도 그런 성과가 있었는지.

지난해 1월 부임해서 10월 24일 환경부 산하기관 중 최초로 부패방지 경영시스템, ISO 37001 인증 취득을 완료했다. 또 감사인의 윤리성 현황 파악을 위해 새로운 윤리성 평가지수를 개발해 지난해 처음 적용했다. 첫 부분에서 언급하신대로 공공기관 상임감사로서는 처음으로 청렴운동 홍보 동영상에도 출연했다.

다양한 시민사회운동 경력이 관리이사 업무에도 도움이 됐으며 이제는 상임감사 업무에서 종합적인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기관의 윤리경영 지원을 위한 감사의 역할은 무엇인지.

공단 감사실은 경영혁신처의 윤리인권경영위원회와는 차별화된 반부패대책추진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를 통해 기관의 윤리 경영을 지원하기 위해 청렴TF팀, 행동강령책임관, 청렴실천리더 등을 통해 반부패 청렴정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청렴시민감사관, 공기업 청렴사회협의회 등 외부 자문조직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 개인적으로 ‘소통’의 가치를 중요시하는데 1차, 2차, 3차 이해관계자들과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직접적 소통 창구인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개설해 현재 700여명이 넘는 직간접 이해관계자와 격의 없는 대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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