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과 3자 연합 모두 회사 미래위한 청사진 제시 없어
대한항공은 전문경영인의 도입 가능한 환경
전문경영인, 총수 중심 경영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시도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 <사진=폴리뉴스>
▲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 <사진=폴리뉴스>

[폴리뉴스 강필수 기자]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항공업계가 침체된 가운데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이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반도건설의‘3자 연합’측이 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20일, 대한항공의 미래를 위한 대안으로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 재벌닷컴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대한항공의 현 상황에 대해“코로나19로‘내셔널 셧다운’이 각국에서 발생했으며, 항공업계가 국내외를 불문하고 전 세계적인 위기에 봉착했다”면서“이런 상황에서 경영권을 두고 총수 일가가 다툼을 벌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은 적자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플래그 캐리어로서의 상징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실적을 내지 못하며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라며“총수 일가가 화합보다 대결 구도를 보이는 것에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양측이 경영권 문제와 관련해 의견이 나뉜 것에 대해 “양측 주장의 핵심은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조 회장이 자신이 회사를 맡아야 하는 이유와 회사를 어떻게 경영할 것인지에 대해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고, 조 전 부사장 측 3자 연합 또한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방안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이대로는 “(양측 모두)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고 주주들 또한 무엇이 좋은지 판단할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도, 3자 연합도 기업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평가받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와 같은 대립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한진그룹은 세대가 넘어갈 때마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점을 언급했다.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 한국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을 두고 총수 가문이 다툼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에 미래의 다음 세대에도 이런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한항공은 부채비율이 높은 상황으로, 이는 자산이 은행의 돈인 부채로 구성돼 있으며, 부채는 다시 국민의 돈으로 이뤄져 있다고 보았다. 이에 총수 일가가 국민 돈으로 이뤄진 대한항공을 사유재산인 것처럼 다툼을 벌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설득력 있는 경영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면 스스로는 대주주로 남고 전문경영인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문경영인을 소유와 경영의 분리 관점으로 보면 국내에서 이 둘이 일치하는 것이며 해외에서는 이런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소유와 경영은 자본주의에서 분리된 지 오래라는 것이다. 과거 서구권에서도 창업 초기에는 창업자의 뜻을 반영해 기업을 운영하며 소유와 경영이 일치했지만, 이러한 구조는 시간이 흐르며 새로운 시대 상황에 따라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대기업들도 설립 이후 역사가 60~70년을 넘어가는 현재 전문경영인의 시험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다. 더불어 항공업은 국가기간산업이므로 전문경영인 도입을 논의하기에 나쁘지 않은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한항공이 위기 상황인 만큼 실험적으로 전문경영인의 도입이 가능한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항공업은 세계적으로 전문경영인이 도입된 산업 중 하나라는 점을 제시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데 새로운 경영방식의 실험적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총수 일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정 대표는 오는 27일 예정된 한진칼 주총에 대해 조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총수 일가의 다른 구성원들과 현 경영진, 해외항공사와 해외투자자의 조력으로 경영진 교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주총이 지나도 KCGI 측에서 지분을 40% 넘게 확보해 견제가 이어질 가능성 높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재벌 내부 경영권 분쟁은 실질적으로 재산권 다툼이며 한진 경영권 분쟁에도 이런 성격이 있다고 보았다. 한진그룹의 핵심 산업은 대한항공이며 이를 차지하기 위해 다툼이 일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의 전개는 대한항공에도 치명타이며 회사를 살리기 위해선 합심이 요구된다고 보았다.

정 대표는 대한항공이 50년 이상 역사 가운데 출범 초기 창업세대가 큰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이후 항공업의 위기에 한진그룹에도 위기가 찾아왔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경영방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총수 일가 체제를 고집하고 틀에 박힌 방식을 지속하면 대한항공과 한국경제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았다. 전문경영인은 총수 중심 경영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다며, 국가와 정부에서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정선섭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Q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셧다운된 상태에서 항공사는 직격탄을 맞은 상황인데 가족 간 경영권분쟁중인 대한항공에 대해 대표님은 어떻게 보는가?

코로나19 때문에 전세계가 내셔널 셧다운, 국가가 셧다운된 상황에서 이동 수단인 항공사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대한항공만의 문제는 아니며 전 세계의 항공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것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 간에 분쟁을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본다. 대한항공은 적자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국적기로서 많은 지원을 받았음에도 제대로 된 실적을 낸 적이 없고 투자를 제대로 한 것도 아니다.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가족들이 화합보다 대결 구도를 가져가는 것이 안타깝다.

Q 그럼 양측이 대한항공을 어떻게 경영할 것이라는 청사진이라든가 국적기이니만큼 국민. 주주, 직원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을 제시했는가?

양측 주장의 핵심은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려운 부분 있다. 이를테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왜 자신이 회사를 맡아야 하나, 회사에 어떻게 기여를 할 것이라는 청사진이 없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은 자신이 주장하는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했을 때 대한항공이 향후 어떻게 될 것이라는 그림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래서는 (대한항공을) 누가 어떻게 맡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고 주주들 또한 어떤 주장이 옳은지 판단할 기준이 없다. 양측이 경영권, 결국 재산권을 놓고 벌이는 싸움에 주주뿐만 아니라 임원, 노조까지 편이 갈려 각자의 지지 이유를 분별할 잣대가 없다. 양측은 이런 잣대, 청사진을 먼저 제시하고 사회적으로 외부에서 평가를 받아 좋다 나쁘다를 판가름하는 것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Q 대한항공의 부채가 1000%가 넘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던데? 

항공사들은 리스 등으로 부채비율 높은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영업이익 여부로 영업이익이 나는가, 나지 않는가하는 문제다. 현재는 구조적으로 코로나19 때문에 상당히 큰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다만 과거를 보면 평소에도 대한항공의 영업실적이 좋진 않았다. 이는 경영진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보수, 상여 문제에서 지금은 작고한 조중훈 전 회장이 받은 보수나 상여금을 보면 방만한 경영을 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미 언급했듯 양측이 왜 대립하는가에 대한 상호 간의 명분을 분명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 ‘내가 경영을 맡으면 어떻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경영을 맡아야 한다’하는 주장이 논리적으로 성립되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왜 대한항공에서 경영권 갈등이 일어나는가, 이는 비단 현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진그룹은 세대가 넘어갈 때마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 국적기(플래그 캐리어)인 대한항공을 두고 오너 가문이 경영권, 재산권을 차지하기 위해 다툼을 벌였다는 것이다. 다음 세대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부채비율이 1000%를 돌파하는 상황, 이는 자산 가운데 자기 자산이 없고 은행 부채라는 것이다. 은행 돈은 국민 돈이다. 결국 국민 돈으로 사유재산인 것처럼 다툼을 벌이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라도 설득력 있는 경영 청사진을 제공하고 그것이 비판받거나 설득력이 없으면 대주주인 본인들의 합의 하에 전문경영인 도입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Q 일각에서는 소유와 경영은 분리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도 있는데?

소유와 경영은 국내에서만 일치할 뿐이다. 국내와 같은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군이 해외에는 전례가 없다. 소유와 경영은 자본주의에서 분리된지 오래다. 과거에는 미국이나 서구권에서도 창업자의 뜻을 기업에 담아야 해 소유와 경영이 일치했다. 시간이 흐르며 새로운 모멘텀이나 시대 상황에 따라 (지배구조가) 변화했다. 지금 국내에서는 대기업의 역사가 60년, 70년이 넘어가는 상황이다. 이제는 실험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른 기업에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일지 모르나 항공업은 국가기간산업이므로 전문경영인 제도를 확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시점이 됐다.

Q 그럼 전문경영인을 제도 적용된 사례가 있는가?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에서 적용한다고 했을때 문제는 없는가?

국내에서 전문경영인은 전례가 없었다. 과거 기아자동차에서 전문경영인 제도를 처음 시험적으로 도입했었다. 당시 김선홍 회장이 맡았다. 국내 기업 토양은 전문경영인이 안착하기 어려운 구조다. 대주주가 전문경영인을 흔들고 자신에게 종속된 것으로 본다. 그래서 전문경영인이 본인의 뜻을 펴기 어려운 구조다. 그런데 항공업은 전문경영인 도입이 가능하다. 대한항공은 현재 부도 직전이다. 그런 측면에서 전문경영인 제도를 실험적으로 도입 가능한 환경인 것이다. 다음으로 전문경영인이 올바른가 하는 문제를 짚어볼 필요 있다. 일반기업에서 전문경영인 도입이냐, 오너경영이냐 하는 것은 다소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항공업은 세계적으로 전문경영인 제도가 확립된 산업 중 하나다. 이는 항공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데 오너의 클래식한 경영방식보다 새로운 경영방식을 실험적으로 도입할 상황이 마련돼 가능한 것이다. 대한항공에서는 오너 일가의 결단이 필요하다. 가족 내분보다 양측이 경영에서 물러나 최선의 방식을 택할 시험지인 상황이다.

Q 대한항공의 미래를 위해 양측에 요구되는 사항이 어떤 것이 있을까?

한진그룹이 처한 상황은 ‘백약이 무효다’라고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선택을 할 시점이다. 계속 가족 내부에서 대립할 경우 국내 기업의 특성상 임원들·직원들이 줄서기를 하고, 미래를 위한 경영보다 현재에 안주하거나 과거퇴행적 경영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대로 방치하면 경영인과 직원들은 회사의 발전을 위해 기여해야 할 사람들인데 줄서기로 힘을 낭비하게 된다. 주총 앞두고 양측의 대립이 이어지는 것은 쓸모없는 낭비다. 선제적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Q 27일 이번 주총 결국은 어떻게 될 걸로 보는가?

조원태 회장 측이 경영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유로는 기존 커넥션이 있다. 오너 일가와 현 경영진이 보유한 프리미엄, 여기에 해외항공사와 해외투자자의 조력으로 경영진 교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주총이 지나도 사모펀드 KCGI 측에서 한진칼 지분을 40% 넘게 확보했으므로 경영권에 도전하기보다 견제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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