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때의 2배 규모…달러화 가뭄 해소하나

20일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 딜러가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2.00원 떨어진 1253.7원으로 출발해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0일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 딜러가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2.00원 떨어진 1253.7원으로 출발해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 계약이 체결됐다. 이번 스와프 계약 체결로 불안감에 휩싸였던 금융·외환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는 모양새다. 최근 급등하던 환율도 하락세로 전환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20일 오후 12시 40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4.3원 급락한 달러당 1255.7원을 기록했다.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 계약으로 가파르던 환율급등세가 주춤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9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600억 달러 규모의 양자 간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최소 6개월(2020년 9월 19일까지)이다.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은 이번이 두 번째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30일에도 한은과 연준은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었다. 이번에 맺은 한미 간 통화스와프는 당시 2배 규모(600억 달러)다.

한은은 당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통화스와프는 상설계약으로 맺어진 미 연준과 5개국 중앙은행 통화스와프 계약에 더해 최근 급격히 악화된 글로벌 달러자금시장의 경색 해소를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연준도 한국을 비롯한 9개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글로벌 달러화 시장의 긴장을 완화하고, 국내외 가계·기업에 대한 신용공급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은 9개국은 한국·호주·브라질·멕시코·싱가포르·스웨덴(각 600억 달러 규모)과 덴마크·노르웨이·뉴질랜드(각 300억 달러)다. 기간은 모두 최소 6개월이다.

통화스와프는 두 국가가 통화를 교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미리 약정한 환율로 통화를 다시 교환하는 외환거래다.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계약을 맺는다.

앞서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40원 뛴 달러당 1285.7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280원선까지 오른 것은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7월 14일(1293.0원) 이후 처음이다. 상승 폭도 2009년 3월 30일(42.5원) 이후 가장 컸다.

한은은 “이번에 체결한 통화 스와프를 통해 조달한 미 달러화를 곧바로 공급할 계획”이라며 “최근 달러화 수급불균형으로 환율 급상승을 보이는 국내 외환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로 조달한 달러화가 국내 외국환은행들에게 공급되면 최근 폭등한 환율과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상당부분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임시 금통위 후 회견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외 외환시장이 불안해졌을 때 한미 통화스와프가 시장안정에 크게 기여했다”며 “외환건전성이 낮아질 경우 통화스와프, 특히 기축통화(달러화)와의 통화스와프는 훌륭한 안전판”이라고 한미 간 통화스와프의 효용성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2008년 한미 간 통화스와프 계약은 급락한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통화스와프 체결 직전인 10월 말 달러당 1500원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은 통화스와프가 종료됐던 2010년 2월 1일 1170원까지 하락했다. 달러화 가뭄 상황에 통화스와프가 단비 역할을 한 셈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통화스와프는 환율에 대한 불안감을 경감시킬 수 있다”며 “통화스와프를 통해 조달된 달러화가 곧바로 공급되면 수급불균형으로 불안정을 보였던 외환시장에 안정을 주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기축통화 보유국(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로 최근 단기간에 걸쳐 극심한 변동성장세에 휩싸였던 외환 및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이 기대된다”며 “단기적인(향후 1~2주 전후) 시각에서 원/달러 환율의 타겟을 1220원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19일 현재 총 1932억 달러 상당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다.

양자간 계약의 경우 캐나다(사전한도 없음), 미국(600억달러), 스위스(106억달러 상당), 중국(560억달러 상당), 호주(81억달러 상당), 말레이시아(47억달러 상당), 인도네시아(100억달러 상당), UAE(54억달러 상당) 등 8개국과 계약을 맺었다.

이밖에도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 체제를 통해서도 384억 달러를 인출할 수 있는 다자간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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