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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김미균 공천 철회와 '문재인 선물'

인간적 예의를 부정하는 폭력스러움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지켜야 할 예의라는 것이 있다. 선물을 받았을 때 감사 인사를 하는 것도 그러한 예의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이념과 정견을 따지지 않고 인간적 선의에 대해서는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며 됨됨이다.

그런데 선물을 받고 SNS에 감사 인사를 올렸다고 해서 공천 철회를 당했다. 선물을 준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 강남 병 전략공천을 받았다가 당내 반발로 철회된 김미균 대표 얘기이다.

기업을 하는 사람이 대통령에게서 명절 선물을 받고 감사의 마음을 표했던들,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서 사진을 찍었던들 그게 뭐가 대단한 일이며 보수정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일이었을까. 기업인이 기업을 위해 정치와 교류하는 것에 여야와 이념을 따지며 가로막는다면 그것은 보수의 철학에 과연 부합되는 것일까. 그것이야말로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외쳐온 보수정당의 철학과 충돌하는 모습이 아니겠는가. 김 대표 스스로가 “기업인으로서 정치와 교류한다고 생각한 것이지, 누군가에게 강한 지지를 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 당의 신보라 의원은 “이제는 정치적 신념도 검증 안된 청년후보가 강남벨트에 공천되다니 놀랍고 황망하다"며 공천 철회를 요구했다고 한다. 신 의원은 그 당의 무려 청년위원장으로 있다. 철회 당한 김 대표의 나이가 34세니 그도 청년이다. 나이 72세의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발탁한 청년 후보를 향해 다른 청년 정치인이 투철한 이념이 없다며 비토한다. 그런 청년위원장은 생물학적 연령 이외에 다른 무엇으로 자신의 젊음을 설명할 수 있을까. 정치적 신념이 우선인 청년후보는 그러면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표하며 선물을 돌려보냈다는 무용담을 SNS에 올려야 하는 것이었을까. 투철하지 못함을 탓하는 모습을 보며, 인간의 예의를 정치적 이념으로 압살하려는 광기마저 읽혀진다.

인간적 선의에 대한 인간적 예의를 문제삼아 하루 아침에 ‘문빠’로 몰고가는 정치란 그 얼마나 폭력적인가. 우리는 타인들에 의해 끊임없이 정체성에 대한 일방적 규정을 당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자기의 이분법적 잣대를 절대시하며 타인을 함부로 규정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폭력이다. 그래서 프랑스 철학자 데리다는 개인이 어떠한 정체성도 갖지 않을 권리를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권리 중 하나로 ‘답변하지 않을 권리’를 꼽는다. 끊임없이 개인의 정체성을 묻고 그에 대한 고백을 들으려 하는 집착증, 데리다는 그같은 강요를 거부할 권리를 말했던 것이다. 김 대표가 당한 공천 철회의 봉변은 우리 보수정당의 문화가 여전히 얼마나 폭력적이며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김 대표가 자신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이 사회에 대한 걱정을 남긴 얘기가 진솔하게 와닿는다. 그는 공천 철회 통보를 받은 뒤 페이스북에 자신의 심경을 남겼다.

 “저는 괜찮은데, 우리나라는 괜찮지 않다고 생각해요. 무언가 하나만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이념으로 나누는, 성별로 나누는, 연령으로 나누는 지금 우린 괜찮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는 김미균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는 못한다. 다만 지금 보수정당에, 아니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우리 정당들에 필요한 청년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념으로 무장된 전사들만이 아니라 때로는 자유롭게 경계선 위에 설 수 있는 사람들이 정당 안에 늘어날 때, 그들의 외연 또한 폭을 넓히며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보수정당에게는 상징적 지역인 강남구에 이념적으로 덜 무장된, 그래서 조금은 자유분방한 기업인이 출마하게 되었다면 그 또한 보수정치의 변화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기회는 이념의 난도질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저쪽 편과는 감사의 인사말도 섞지 말라고 한다. 그가 우리 편이 맞는가를 끊임없이 확인한다. 김 대표의 말이 맞다. 지금 우리는 괜찮지 않다. 아주 많이.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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