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피겔, 12일 '세계는 한국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보도
최근 표지사진 '메이드 인 차이나' 이후 아시아 반발 여론도 의식한 듯
총선 시기 여야 정략적 '아전인수 vs 폄하' 경계해야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코로나 바이러스' 특집. <사진=홈페이지 캡쳐>
▲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코로나 바이러스' 특집. <사진=홈페이지 캡쳐>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강타하고 있는 독일의 주요 언론들이 한국의 방역 체계를 높이 평가하는 기사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들 매체는 더 나아가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까지 그 토대로 주목하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사회 전반의 대응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것을 주문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12일 한 누리꾼은 '독문학자 이재영 선생께서 정성 들여 번역해 페북에 올려놓은 걸 다시 포스팅 한다'면서 글을 게재했다.

독일의 주간지 슈피겔이 보도한 '코로나 위기, 세계는 한국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라는 제목의 기사는 몇가지 사례로 한국의 대응을 요약한다. 

'신속한 전국적 테스트와 최첨단 의료기술의 결과인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는 이제 독일 남부에서도 설치될 정도이며, IT강국답게 앱으로 격리를 통제하며, 도시와 국민을 통제하기 보다 자율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적 역량이 그 저력'이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슈피겔이 이처럼 코로나 사태를 맞아 한국 띄우기에 논조를 집중하는 데는 전반적으로 선진국인 유럽이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예상 외로 너무 쉽게 취약한 방역 시스템을 노출하고 있는데 대한 위기 의식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슈피겔의 '중국 폄하' 보도 표지(왼쪽)와 반크가 이를 패러디해 전 세계에 배포한 포스터. <사진= 반크 제공> 
▲ 슈피겔의 '중국 폄하' 보도 표지(왼쪽)와 반크가 이를 패러디해 전 세계에 배포한 포스터. <사진= 반크 제공> 

여기에 더해 최근 잡지 표지에 중국을 노골적으로 폄하하는 사진을 내보냈다가 아시아권으로부터 인종혐오 반발을 자초한 데 대한 화해 제스처의 의미로도 해석된다. 슈피겔은 지난 2월 '코로나바이러스-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자극적인 제목과 사진을 담아 '반크' 등이 나서 반발 여론을 제기했다. 

최근 독일에서는 슈피겔 외에도 '코로나 위기에서 우리가 한국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들'(WEB.de News), '우리는 한국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Die Presse) 등 여러 매체가 유사한 논조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 언론의 이 같은 호평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시름이 깊어가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도 한줄기 바람과 같은 용기를 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시기에서 한가지 경계할 점도 엿보인다. 여야 각 진영의 이해관계에 맞춰 외부의 평가를 아전인수격으로 홍보하거나 거꾸로 폄훼하려는 시도는 여론이 잘 분별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음은 슈피겔의 번역 기사. 

'코로나 위기, 세계는 한국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신속한 전국적 테스트와 최첨단 의료기술> 

 한국은 코로나 전염병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잘 대비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감염자 숫자는 급속하게 증가했다. (중략) 한국에는 테스트에 10분도 걸리지 않는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가 전국적으로 50개소가 넘는다. 고양시가 선구적 역할을 했는데, 이 도시의 공무원들은 맥도날드의 드라이브 스루에 영감을 받았다. 이 검사는 무료이며, 한국의 보건체계가 이 검사에 들이는 비용도 비교적 저렴하다. 드라이브 스루의 검사비용은 48유로 정도에 그치는 반면, 병원에서는 121유로에 달한다. 

이 검사소들은 전염병의 폭발을 통제하기 위한 남한 정부의 조치들 가운데 하나다. 남한에서는 약 8천 명의 확진자들이 생겼는데, 세계에서 확진자가 이만큼 많은 나라는 거의 없다. 하지만 지금 증가속도는 완화되었고, 사망률은 비교적 낮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여러 측면에서 모범적으로 전염병에 대처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평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러스에 '전쟁'을 선포했다. 한국에서는 매일 평균 1만2000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며, 검사실들은 매일 최대한 2만 건의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 관청은 결과를 6시간에서 24시간 안에 전달받는데,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따라서 한국에서 이렇게 많은 감염자 숫자가 보고되는 것은 특별히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이 모범: 독일 남부에도 첫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가 설치되다>

미국 전염병 당국인 CDC의 전 센터장인 토머스 프리덴은 “우리는 한국에서 검사가 얼마나 많이 이루어지는지를 보고 크게 감명받았다”라고 말한다. 검사가 이렇게 많이 진행되면 누가 감염되었는지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검사하는 것이 감염률을 낮추는 데 중요하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일치된 생각이다. 자신이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조기에 알게 된 사람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지 않도록 주의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학자들은 한국의 대응을 '절대적으로 모범적이다'고 말한다>

베를린 샤리테 병원의 바이러스 학자 크리스티안 드로스텐도 한국의 대응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한국이 절대적으로 모범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그런 정도의 검사율에 도달한다면 좋겠습니다.” 옥스포드 대학의 비교 연구는 한국이 다른 나라들을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3월 10일에 21만144건의 검사를 한 반면, 이탈리아는 6만671건, 영국은 2만6261건, 미국은 겨우 8554건을 하는 데 그쳤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한국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이 60명이며, 사망률이 평균 0.7%에 그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보다 낮은 사망률이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런 낮은 사망률의 원인을 확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한국역학회장 김동현은 감염의 조기 인식과 이에 따른 조기 치료가 그 원인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감염된 것도 원인일 수 있다고 한다. 젊은이들의 경우 경과는 그리 심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5년 전 메르스 사태를 겪은 후 전염병에 대비하는 인프라를 완전히 바꿨다. 그것이 현재의 위기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관청들은 감염자들의 개인 정보를 상세히 물을 수 있고, 역병 응급센터들이 있으며, 전문가 그룹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다.

<앱으로 격리를 통제하다>

한국 전역에서 감염자들과 규칙적으로 접촉한 사람들은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이 자가격리가 지켜지는지는 앱을 통해 감시할 수 있다.

세계보건보안지수(Global Health Security Index)에서 한국은 감염병의 예방과 인식 및 대응 항목에서 최상위에 속하며, '응급체계' 범주에서는 심지어 세계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전염병 당국인 질병관리본부는 얼마 전인 작년 12월 17일에 시뮬레이션을 실행한 바 있다. 그들은 위급시에 책임자가 누구이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고 진단은 얼마나 걸리는지를 실험했다. 우연히도 이때 선택된 사례가 코로나 바이러스였다.

이런 방지책에도 불구하고 2월 중순부터 한국의 남부지방에서 바이러스가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정부가 북경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중국으로부터 오는 승객들의 입국을 계속 허용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한에서 오는 입국자들만 막는 것으로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분노는 무엇보다도 기독교 신천지 종파를 향하고 있다. 신천지는 한국 남부에서 개최된 예배에서 신도들을 대량 감염시켰으며, 그 결과 수백만의 사람들이 사는 도시 대구와 인접 지방을 위기의 용광로로 만들었다. 한국의 감염자들 중 거의 3분의 2가 신천지로 인해 감염되었다.

이번 주 초에 신규 감염자들의 증가세가 주춤하자 조심스런 낙관이 고개를 들기도 했지만, 확산이 아직 중단되지 않았음이 곧 드러났다.

<한국은 자발성에 희망을 건다>

이번 주 중반, 한국은 서울에서 발생한 새 감염 사태에 경악했다. 한 콜센터에서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염된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도 억제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서울 시장은 노래방, PC방, 클럽 등의 운영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대구의 사례를 보면 튼튼한 보건체계조차 한계에 도달할 수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대구의 의료진은 녹초가 될 만큼 고되게 일하고 있다. 특히 최초의 몇 주가 힘들었다. 의사 최상웅은 “우리는 바이러스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었고,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고 말한다. 보도에 따르면 그가 일하는 대구의 계명대학교 병원에서만 2명의 간호사들이 쓰러졌다. 최상웅은 전화에서 동료들이 주사를 맞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안정되었다고 한다.

우한과 달리 대구는 봉쇄되지 않았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집에 머무르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한국인들은 전세계에서 시민의 자유를 시험하고 있는 이 바이러스에 대해 민주주의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투명성과 공동체 의식, 그리고 탁월한 의료기술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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