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지방노동청 우월적 지위로 성과 없는 중재만 반복
정치권, 노조 회견 주선 역할 탈피 법률 제·개정 나서야

신영LS 직원이던  지게차 노동자들이 고용 승계를 보장하라며 지난 11일 삭발 시위를 벌였다. 롯데칠성과 하청업체의 계약이 종료된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 모호한 상태이다. <사진=민주노총 공공연대 노조 제공>
▲ 신영LS 직원이던  지게차 노동자들이 고용 승계를 보장하라며 지난 11일 삭발 시위를 벌였다. 롯데칠성과 하청업체의 계약이 종료된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 모호한 상태이다. <사진=민주노총 공공연대 노조 제공>

<글 싣는 순서>

① 원청‧하청 끝없는 갈등...'고용 승계' 가능한가?
② '노조 횡포 피해' vs '노무관리 부실' 책임 공방
③ 고용 승계 실효적 대책 손 놓은 정부와 정치권

[폴리뉴스 송서영 기자]정부와 국회가 ‘고용 승계’ 관련법을 정비하지 않은 채 이로 인한 노사 갈등을 손 놓고 보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롯데칠성과 지게차 부문 하청업체인 (주)신영LS와의 계약이 종료되자 신영LS 소속이었던 민노총 공공연대 산하 노조는 고용 승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롯데칠성 공장, 청와대, 대전지방노동청 앞 집회는 물론 지난 11일에는 삭발식까지 진행하며 강경 대응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12일 대전지방노동청의 중재로 신영LS와 노조의 대화 자리가 열렸지만 아무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롯데칠성과 신영LS와의 재계약을 통한 고용 승계를 요구했다. 노조는 “지난달 롯데칠성과의 면담 내용을 미루어 볼 때 롯데칠성이 신영LS와의 재계약 의사를 비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영훈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대전지부장은 “짐작컨대 롯데칠성이 새로 계약한 기업에게 고용 승계를 강요할 수는 없기에 기존의 신영LS와 계약을 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에 관해 롯데칠성은 지게차 정식 계약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신영LS를 도급 업체 중 하나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지 재계약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신영LS가 먼저 계약 해지 의사를 전해 계약이 종료되긴 했지만 신영LS가 노조와 타협이 잘 되고 다시 계약을 하고 싶다고 한다면 하청업체 중 하나로 검토할 수는 있다”는 의미라며 “신영LS가 노조와 협의를 마쳤다고 그들에게 바로 자리를 주겠다는 뜻이 아니며 신영LS를 선택해야만 할 의무도 없다”고 전했다.

롯데칠성은 공개 입찰 형식으로 도급업체와 계약하고 있다. 현재는 2개의 업체와 2개월 간 계약을 하고 공장을 운영하는 상태다. 롯데칠성은 타 업체의 고용 승계에 개입하게 되면 위장 도급으로 판단돼 이들의 요구에 손 쓸 수 없는 상황이다. (폴리뉴스 11일字 [이슈 점검①] 원청‧하청 끝없는 갈등...'고용 승계' 가능한가? 참고)

하지만 신영LS는 롯데칠성과의 계약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밝혔다.

신영LS 관계자는 “파업 등으로 인해 원청의 기업이미지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재계약을 해달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롯데칠성을 볼 명분도 없고 최근에 롯데칠성과 협의를 한 적도 없으며 롯데칠성의 의사도 모른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단협으로는 더 이상 할 수가 없다. 노조가 인사권과 업무 지시권까지 가져 권한이 과잉 상태인 상황에서 현장소장은 스트레스성 안면마비가 와서 병원 치료까지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원청과 하청사, 그리고 노조로 구성된 하도급 협력구조가 임단협 갈등과 도급계약 해지, 고용승계 요구라는 악순환에 허덕이고 있지만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등 관계법을 정비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은 뒷짐을 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이번 갈등이 발생한 뒤 원청과 노조 측에 중재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사태 해결에 실질적인 법적 근거가 없는 한계는 결국 모두가 빈손으로 돌아간 12일 대전지방노동청의 회의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무소불위나 다름없는 특별근로감독권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기업 조차 별다른 법률적 근거도 없는 협상의 테이블로 불러들이는 구태의연한 노동행정의 민낯이기도 하다.

특히 장영조 성남고용노동지청장이 오는 16일 롯데칠성 오포공장을 방문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총선을 앞두고 여당을 중심으로 노사문제가 더욱 민감해진 시점에서 정확한 방문 동기와 예상치 못한 조치가 예고될 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의 한 초선 의원은 "선거 전 어수선한 시기이지만 정부가 약자인 근로자들을 정책적으로 보호한다는 취지를 넘어 행정기관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정무적으로 활용한다면 당 차원에서 대응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등 정치권도 이번처럼 당사자의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법률 제·개정을 통해 정부를 견제하고 하도급사 노사 갈등이 도급계약 해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는데 실질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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