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 마스크 공장 퓨리온…진짜 문 닫았다, 이유는 ‘필터 부족’
오포읍 도부라이프텍은 ‘가동’…식약처 공무원 등 삼엄한 경계·감시
시청, 판로 끊긴 농가 돕기…공무원들 일과 중 딸기 사러 나와

[폴리뉴스 황수분 기자]마스크를 생산하다가 가동이 멈춰 선 공장은 물론 겨우 생산 중단을 모면한 회사마저 관계 공무원들의 삼엄한 경계와 감시의 눈길에서 또 다른 마스크 대란의 실태를 실감케 했다.

마스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마스크를 미리 구비해두지 못한 시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줄을 서는 행렬을 보는 게 익숙하다.

국내 확진자는 점차 증가하고 어디를 가나 마스크 얘기는 떠나질 않는다. 시민들은 마스크를 구할 수 없거나 구하더라도 어렵게 고생해 일주일에 겨우 2개를 살 수 있다. 그나마도 다행이다는 측과 정부 정책에 불만인 편으로 나뉘어 세상은 온통 마스크 얘기뿐이다.

필터 부족으로 가동이 멈춘 마스크 회사 퓨리온 전경. <사진=황수분 기자>
▲ 필터 부족으로 가동이 멈춘 마스크 회사 퓨리온 전경. <사진=황수분 기자>

지난 4일 경기도 광주의 한 마스크 공장이 가동 중단 사태라는 보도가 나왔다. 마스크에서 가장 중요한 필터 원단 부족이 주된 요인이다.

KF 마스크를 만들 때 쓰는 원단을 ‘MB 필터’(멜트블로운)라고 하는데 원단이 없어 원단을 자르는 기계와 마스크 머리끈을 끼우는 기계도 함께 가동이 멈춘 것이다.

퓨리온 공장 대표는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마스크를 만드는 주원료 중의 하나인 멜트블로운 수급이 안 돼 부득이 공장 가동을 멈추게 됐다”며 “중국과 국내 양쪽에서 조달했는데 중국에서 수출을 금지하다 보니 국내 생산업체로 수요가 몰렸고 우리 회사처럼 규모가 작은 회사는 물량 배분이 여의치 않아 공급 중단으로 결국 생산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폴리뉴스는 경기도 광주시의 퓨리온 공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 역시나 문이 닫혀 있었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나 싶어 닫힌 문틈으로 귀를 대봤지만 들리지 않았다.

자동차를 돌려 공장 뒤편으로 이동하다가 만난 다른 공장 직원들에게 이 마스크 회사의 가동 중단에 관해 아는 바가 있는지를 물었다. 

한 직원은 “바로 공장이 가까우니까 한 번씩 들러 직접 마스크를 구입해 왔다”며 “마스크 난리가 나자 아예 구할 수가 없고 공장 측도 ‘마스크를 주고 싶어도 물량이 없어서 못 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서 “뉴스에 이 회사가 보도된 그 날(문 닫은 4일) 멈춰선 이후  아직 공장 문을 못 열고 있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그는 또 “오죽하면 아무 관계 없는 우리 회사로 신문사나 방송사 기자들이 ‘마스크 회사가 전화를 안 받는다’며 어떻게 알고 전화를 걸어 온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퓨리온에는 공장 가동 중단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이 나와 있었다. 아마도 개인적으로 와서 사 가거나 현금 들고 와서 물건을 달라고 하는 업자들이 있었으니 매점매석을 막으려고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덧붙였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마스크 전문 회사 도부라이프텍 전경. <사진=황수분 기자>
▲ 경기도 광주에 있는 마스크 전문 회사 도부라이프텍 전경. <사진=황수분 기자>

기자는 이어 인근인 광주시 오포읍에 있는 마스크 회사도 방문했다.

퓨리온 보다 규모가 제법 큰 도부라이프텍이라는 마스크 전문 회사이다. 직원들이 일하는 건물 동이 여러 개가 보여 차량을 통해 더 안쪽으로 이동했다.

앞 건물 끝 출입구 쪽으로 건장한 남성 4~5명이 모여 있었다. 그중 한명이 기자가 타서 이동하는 차량을 계속 주시하며 따라왔다.

이때 다른 차량 하나가 들어오자 또 다른 남성이 문을 열고 짐을 내리는 현장을 살폈다.

도부라이프텍 앞에서 식약처, 조달청 등 정부에서 나온 직원 4~5명이 삼엄한 경계와 감시를 하고 있다. <사진=황수분 기자>
▲ 도부라이프텍 앞에서 식약처, 조달청 등 정부에서 나온 직원 4~5명이 삼엄한 경계와 감시를 하고 있다. <사진=황수분 기자>

인근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도부라이프텍 사장님과는 인맥이 있어 마스크가 필요하면 들러서 사가기도 했다”며 “마스크 사태가 일어나자 저렇게 지키고 있으니 마스크 한 장 못 구한다. 전화나 문자도 일부러 안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기 나와 있는 사람들은 식약처, 조달청 등 정부에서 나와 지키고 있다고 들었다”며 “회사에서 아예 저기 상주할 수 있도록 자리를 따로 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도부라이프텍의 또 다른 건물 동. <사진=황수분 기자>
▲ 도부라이프텍의 또 다른 건물 동. <사진=황수분 기자>

돈 있어도 못 사는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혼선도 있었지만 진짜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마스크란 인식이 들며 그야말로 대란이 되었다.

미국은 의료용 마스크인 N95 마스크가 한 장에 2만 원 선이고 일본은 4000원, 이탈리아  1만3000원, 프랑스는 처방전 있는 경우 6000원, 국내 마스크 공적 마스크 1500원이다.

물론 조사에 따라 마스크 가격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세계 곳곳 마스크 품절 현상은 그마저도 구하기 어려운 ‘금스크’(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며 마스크가 마치 금처럼 구하기 힘들고 가격이 높다는 뜻)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친환경 딸기 팔아주기 행사를 개최하는 경기도 광주시청 로비 현장. <사진=황수분 기자>
▲ 친환경 딸기 팔아주기 행사를 개최하는 경기도 광주시청 로비 현장. <사진=황수분 기자>

기자는 다시 차를 돌려 인근 광주시청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친환경 딸기 팔아주기’ 행사 현장으로 향했다.

행사는 수확 철을 맞았으나 코로나19로 인한 학교 급식 중단 등으로 인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내 친환경 딸기 농가에 도움을 주고자 마련됐다고 한다.

판매 가격은 1kg당 1만 원으로, 일반 판매 가격보다 약 25% 저렴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에 알리지 않고 공무원들과 볼일을 보기 위해 방문한 일반 민원인들이 대상이다.

오후 4시에 광주시청 로비에서 시작된 행사에는 딸기와 버섯이 담긴 싸인 박스들이 빠른 속도로 비워져 가고 있었다.  

현장의 시청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피해자인 농가들을 위해 준비했는데 반응이 예상보다 좋아서 다음 행사는 기업지원과가 중심이 돼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의회의 한 시의원은 “어려운 농가를 돕는다며 딸기를 사러 나왔다”며 “딸기도 싸고 싱싱해서 많이 샀다. 이렇게라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시민들이 서로 도우며 잘 견뎌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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