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센터, 자원봉사자가 마스크 나눠주지만…
백신, 치료제 없는 상황에서 취약계층 내몰려

지하철 을지로입구역 앞에 침난을 깔고 있는 노숙인 할머니. 다행히 마스크를 가지고 있지만 추운 날씨에 면역력 저하가 의심된다. <사진=안희민 기자>
▲ 지하철 을지로입구역 앞에 침난을 깔고 있는 노숙인 할머니. 다행히 마스크를 가지고 있지만 추운 날씨에 면역력 저하가 의심된다. <사진=안희민 기자>

[폴리뉴스 안희민 기자]“할아버지, 마스크 안쓰세요?”...“마스크? 응 잃어버렸네”

노숙자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취약계층으로 내몰리고 있다. 6일 오후 2시 지하철 을지로입구역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노숙인들은 더러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만 마스크 착용없이 간만에 쐬는 따스한 햇빛에 몸을 맡긴채 잠을 자는 노숙인도 있었다. 삼한사온의 쌀쌀한 날씨가 변덕을 부리면 이들의 면역력은 뚝 떨어진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버티기엔 마스크 한 장은 아슬아슬하다.

“마스크는 어디서 구하셨어요”...“”응 근처 센터에서 주네“

다행일까? 노숙인이 낀 마스크는 때가 덜 타 흰빛이 살아있었다. 마스크를 다행히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재활센터에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노숙인을 규휼하는 자활치료센터에서 나눠주거나 자원봉사단이 노숙인들을 찾아 다니며 나눠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숙인들이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상식적이다.

“코로나... 걸리면 걸리는 거구...”

지하철역에서 막걸리를 들이키던 어느 노숙인은 코로나19의 무서움에 대해 잘 모르는 눈치였다. 늘 그렇듯 오늘 추위도 알코올의 힘을 빌려 넘기는 그는 질문하는 기자를 무심한 얼굴로 처다 볼 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에만 3400명의 노숙인들이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활치료센터를 설치해 노숙인의 건강을 돌보고 있고 자원봉사자들이 순찰 돌 듯 노숙인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노숙인을 위한 마스크 물량도 넉넉해 아직 모자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염병이 창궐하면 가장 취약한 계층이 바로 극빈층이다. 극빈층은 가난으로 인해 기초 영양상태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이 고령이면 더욱 위험하다. 코로나19에 희생당한 이들의 통계를 보면 고령자가 월등히 많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0대 이상 환자가 모두 63명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가 2명 나왔다. 따라서 80대 이상의 확진자 치명률이 3.2%에 달했다. 

정부가 감염 여부를 신속히 알아낼 수 있는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선별진료소를 통해 무작위로 확진자를 골라낸다고 하지만 벌써부터 대구에선 신천지 교인이 아니면 십여만원대의 검사비를 내야한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의 대상은 차량 보유자이기 때문에 노숙인들과 거리 멀다.

따라서 한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역전파를 넘어 광역전파 단계로 접어들면 노숙인들이 가장 취약한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전언이다.

업계 전문가는 “기후변화든 질병이든 가장 큰 희생자는 노숙인과 같은 취약계층”이라며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주위 노숙인들도 코로나19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을지로입구역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인 할아버지. 이 할아버지는 마스크를 끼지 않은채 잠들어 있었다. <사진=안희민 기자>
▲ 을지로입구역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인 할아버지. 이 할아버지는 마스크를 끼지 않은채 잠들어 있었다. <사진=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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