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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박근혜 옥중 편지의 덫

더 이상 그가 등장 인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옥중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존의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힘을 모으라는, ‘태극기 세력’을 향한 공개 메시지였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옥중에서 오랜 고초에 시달리면서도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그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서신”이라고 반겼다. 그렇지 않아도 자유공화당이나 친박신당 같은 박근혜 마케팅 정당들로 보수표가 분산될까 우려하던 통합당은 앞 뒤 가리지 않고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절절하다” “박 전 대통령의 애국심이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는 황 대표의 ‘절절한’ 표현들은 그가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냈고, 탄핵 이후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박근혜와는 떼어놓을 수 없던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줬다.

‘태극기 세력’을 기반으로 한 극우 성향 정당들의 충성스러운 반응들은 더욱 가관이다. 조원진 자유공화당 공동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태극기 우파세력과 통합당 등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자신들이 창당하면 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던 홍문종 친박신당 대표는 기대와는 정반대의 메시지가 나왔음에도, “박 전 대통령의 고난에 찬 결단을 받들어 최종적으로 관철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과는 선을 그어왔던 ‘태극기 세력’이 박근혜 메시지 하나로 순식간에 입장을 바꾸는 광경이 빚어졌다. “충성!”의 다짐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하다.

이 얼마나 희극적인 장면인가. 헌법재판소 이전에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탄핵당했던 전직 대통령의 편지 하나에 춤추는 보수 정치권의 모습이라니. 혁신공천을 한다며 칼을 갈던 제1야당의 감읍하는 모습이 우습고, ‘박근혜’를 팔아왔지만 정작 ‘박심’(朴心)' 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음이 드러난 태극기 정당들의 모습 또한 우습기 이를 데 없다.

그렇지 않아도 ‘태극기 정당’들로 인한 보수표 분산을 우려하던 통합당은 자신들을 중심으로 힘을 모으라는 메시지에 고무되었을 법하다. TK 물갈이에 대한 불복과 탈당 출마도 생각보다는 잦아들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황 대표가 드러냈던 절절한 마음이 감사의 답례를 넘어 다시 박근혜 시절의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는 모습으로 귀결된다면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동안 보수통합과 김형오 공관위가 만들어낸 중도성 강화라는 성과는 여전히 박근혜를 섬기는 당이라는 낙인이 찍힌다면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태극기 세력이 당 안으로 들어와서 다시 온갖 극단적인 언행을 벌이는 순간, 막말 국회의원들을 컷오프 시켰던 일들조차 잊혀지게 된다. 그래서 통합당에게 ‘박근혜 편지’는 자칫 자신들의 발목을 잡아버리는 덫이 될 수 있다.

여당인 민주당도 혹여 박근혜의 덫에 걸려들 일은 아니다. 지금 집권여당이 해야 할 일은 감옥에 있는 박근혜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늘어난 국민의 실망을 신뢰로 다시 바꾸어 놓는 일이다. “박근혜가 나타났다”는 외침으로 진영의 표를 결집시키려 하기에 앞서, 집권세력으로서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은 시기이다.

총선정국에 등장한 ‘박근혜 편지’를 놓고 정치권과 언론의 반응이 제법 뜨겁다. 하지만 박근혜가 더 이상 등장 인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가 등장하는 총선은 우리 정치의 시계를 탄핵 이전으로 되돌려 놓게 될 것이다. 박근혜의 등장이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하느냐를 따질 일이 아니다. 이제는 그 시대의 터널에서 완전히 빠져나와야 한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슈] ‘협치’ 다짐한 21대 국회...원구성 협상·개헌·검찰개혁·朴사면 등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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