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금리 인하 전격 결정에도 글로벌 주식 시장은 ‘하락’
시장은 연준이 ‘긴급개입’할 만큼 심각한 건가... 우려로 해석

뉴욕증권거래소 <사진=연합뉴스> 
▲ 뉴욕증권거래소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은주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습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했음에도 글로벌 주식시장은 하락했다. 미 회사채에서 일부 발생한 신용 경색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연준의 ‘긴급 개입’이 되레 경기침체의 공포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이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종전의 1.50~1.75%에서 1.00~1.25%으로 50bp를 전격 인하했다. 미 증시는 3% 가까이 하락했다. 다만 아시아 증시는 4일 오전 혼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준이 지난 달 28일 긴급 성명서를 발표한 지 4일 만에 기습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이유는, 미 회사채에서 발생하고 있는 신용경색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빨라지면서, 주요 국가들의 공장 가동이 멈춰 생산에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이에 일부 비우량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끊기다시피하는 등 신용 경색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 제공한 분석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미국 회사채 시장에서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지난 2월 중순부터 확대되는 조짐이 있었다. 2월 중순은 코로나19의 확진자가 증가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신용 스프레드의 확대는 우량채권 대비 비우량채권의 금리차를 의미한다. 시장에서 비우량 기업의 투자를 꺼리면서, 비우량 채권의 금리가 높아지고 이들의 부도 가능성도 높아졌다. 파월 연준 의장은 전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배경으로 “금리인하가 금융환경의 긴축을 막을 수 있다. 기계와 기업의 자신감을 높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이후 하이일드 스프레드 동향.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시점부터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는 비우량 기업들의 신용경색 조짐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연준이 지난 3일(현지시간) 전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하이일드 스프레드의 추가 확대는 미국, 신흥국 모두 주춤하는 모습을 볼 수있다. <사진=유진투자증권 제공> 
▲ 지난해 7월 이후 하이일드 스프레드 동향.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시점부터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는 비우량 기업들의 신용경색 조짐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연준이 지난 3일(현지시간) 전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하이일드 스프레드의 추가 확대는 미국, 신흥국 모두 주춤하는 모습을 볼 수있다. <사진=유진투자증권 제공> 

 

그러나 글로벌 투자자들은 연준의 ‘긴급한’ 개입을 경기침체의 우려로 해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긴급 금리 인하로 인해 주식 시장이 하락한 이유로 “오히려 연준의 급작스러운 금리 인하가, 코로나19의 경제적 파장이 클 수 있다는 공포심을 줬다. 또 (시장은) 금리인하가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공급망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감을 씻기엔 한계가 있다고 봤다”고 해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실물 경제의 위기는 글로벌 공급망이 훼손되고 있는 데서 출발했다. 중국의 공장 등 조업 가동률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전세계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이 차질을 빚었다. 기업들이 공급난을 겪으며 위험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연준은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다만 시장은 연준의 조치만으로, 실물 경기의 결함을 해소할 수는 없다고 봤다. 글로벌 증시가 하락한 배경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한 뒤 연준을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한 뒤 연준을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이미 금리가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연준이 ‘양적완화’에 대한 답을 주지 않은 점도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줬다. 박 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이 금리 인하보다 더욱 간절히 원한 것은 양적완화 재개를 통한 유동성 공급 확대였지만 미 연준은 이에 뚜렷한 답을 주지 않으면서 시장의 실망감을 줬다”고 봤다. 파월 의장은 “코로나19의 전반적인 영향의 강도나 지속성은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고 유동적이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고 기준금리 인하 외에는 다른 정책적 수단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양적완화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미국 주식시장의 급락 현상만으로 미 연준의 금리인하가 잘못된 처방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박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이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일시적인 경기침체가 아니라 과잉 부채와 자산가격의 과열 리스크 촉발로 금융위기와 같은 신용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따라서 미 연준이 선제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해 신용 리스크를 일정 부문 방어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봐야한다”고 봤다.

허 연구원도 “미국금리 인하는 (회사채 시장의) 장단기 금리 차 축소를 막아 미국 중소기업들의 유동성 공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연준 금리 인하 이후 일부 신용지표들은 개선됐다. 미국 하이일드 스프레드와 신흥국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추가적인 급등이 멈추거나 진정됐다”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인하로 코로나19 위험 확산에 따라 발생하는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확산되는 것은 차단할 수 있는 사전 조치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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