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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코로나19 사태와 '악마 만들기' 선동들

“우리의 적을 단순히 악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괜히 애꿎은 국민 괴롭히지 말고 차라리 시진핑 주석의 중국 공산당으로 가시는 게좋겠다."

미래통합당 이언주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같은 당의 김성원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런 말을 했다.

"지금 우한 코로나19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위협 요소는 문재인 정부의 오만함과 무능일 것이다."

대구 동구갑에서 21대 총선에 출마한 김승동 미래통합당 예비후보는 "문재인 폐렴"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있어 문 대통령의 대처를 보면 볼수록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중국 대통령을 보는 듯하다”는 주장이 담겨있었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늑장 대응을 하거나 안이하게 생각했던 점은 있을지 언정, 대한민국 대통령이 중국의 이익을 먼저 생각했으리라 상상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가장 큰 위협이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코로나19가 집단 감염과 지역 감염으로 국가적 난국이 초래되기는 했지만, 문재인 정부도 방역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는다. 잘못된 정책은 비판해야겠지만, 이 정부가 마치 나라를 팔아먹은 악마라도 되는 듯이 몰아붙이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런데 야당의 반대 편, 그러니까 정부의 편도 더하면 더했지 다르지 않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알릴레오> 방송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을 향해 "보수당 소속이니까 책임을 중앙정부에 떠넘겨야 정치적으로 볼 때 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 시민들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지 않겠나", "별로 열심히 막을 생각이 없지 않나 하는 의심까지 든다"라고 말했다.

물론 권 시장의 대처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특히 최대 감염원인 신천지에 대한 대응이 단호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다. 하지만 대구시장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코로나19를 고의로 막지않고 방치한다고는 상상해본 적이 없다. 지역주민들의 인기를 먹고 살아야 하는 선출직 시장이 전염병을 의도적으로 막지 않는다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만에 하나 그런 공직자가 있다면 그는 악마임에 분명하다. 아무리 그가 속한 정당에 대한 불호의 감정이 앞선다 해도, 그런 선동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SNS에서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괴담들도 마찬가지이다. ‘신천지=새누리당=미래통합당’이며, 검찰도 언론도 한패를 먹은 정치공작이 대구 집단 감염 사태라는 주장이다. 신천지 측의 은폐나 비협조가 있었던 점은 마땅히 비판받아야겠지만, 그들과 야당과 언론을 한데 엮어 전염병을 퍼뜨린 악마로 몰고가는 음모론이야말로 정치공작적인 사고이다.

리처드 번스타인은 『악의 남용』에서 미국에서 9.11테러 이후 넘쳐나는 ‘악에 대한 담론’이 대중의 공포를 극대화해 정치·종교적으로 이용함을 지적한다. 번스타인이 ‘악에 대한 담론’을 굳이 ‘악의 남용’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런 담론이 자유로운 질문과 사유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악에 대한 호소는 양분될 수 없는 것을 선악으로 나누고,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치환하고, 공적 토론과 논쟁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적을 단순히 악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라고 번스타인은 묻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치코 가쿠타니는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원제:The Death of Truth)에서 ‘트럼프’로 상징되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개탄하고 진실이 힘을 잃은 시대를 진단한다. 포스트 트루스(post truth), 즉 사실의 진위와 상관없이 신념이나 감정이 여론형성을 주도하는 시대가 되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고, 하루 평균 5.9가지의 거짓말을 하고서 미국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실에 대한 무관심, 이성이 아닌 감성, 그리고 그를 조종하려는 선동의 언어들이 진실의 가치를 길바닥에 굴러다니게 만들고 있다. 이 위기 속에서도 어떻게든 상대를 악마로 만들어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려는 모습들이 도처에 횡행한다. 하지만 진실은 그런 선동의 스피커들이 가리키는 지점이 아닌, 그 사이에 있는 다른 어디인가에 존재할 것이다. 그 진실을 찾기 위해 우리는 선동의 언어들을 물리치고 진실성과 투명성을 갖는 언어를 복원시켜야 한다.

인간의 삶은 시련을 거치면서 성숙한다.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공동체가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며 극복하느냐에 따라 위기 이후 그 사회의 수준이 정해진다. 우리가 이 난관 속에서 서로에게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에 따라 코로나 이후 우리 사회의 모습도 좌우되지 않겠는가. 그러니 부끄러운 선동은 하지 말자.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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