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강필수 기자］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동안 조원태 회장의 경영 기간을 비롯해 한진그룹의 총체적 경영 실패가 있었다”며 지배구조개선과 경영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대세는 기울었다”며 다음 달 한진칼의 주주총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이날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 연합의 활동이 기업 총수 집안 내부의 알력다툼이 아닌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 대표는 “경영인이 경영만 잘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KCGI 활동이)사적인 영역으로 들어가 집안 내 싸움으로 변질되는 모습으로 많이 비치는데, 저희가 제시하는 회사의 장기적 미래와 비전에 대한 부분을 비중있게 봐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또한 “주주연합은 회사의 발전과 효율 경영으로 가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역할”이라며 “언론 등에서 자꾸 ‘조현아 연합’이라고 하는데, 최대 주주인 우리(KCGI)가 자꾸 뒤로 빠지고 조현아 씨가 앞으로 나오는 부분에 약간 섭섭한 생각이 든다. ‘주주연합’으로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강 대표는 조 전 부사장에 관해 “개인 일탈 얘기도 있는데, 그런 얘기를 하고 싶진 않고 품격있게 얘기하고 싶다”며 “(주주연합이) 가족 간 일이 계기가 됐는지는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서로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물음에는 “주주연합의 협약에 주주들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라는 답으로 선을 그었다.

한편 조원태 회장에 관해 “미국의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취득으로) 들어오고 나서 더 기고만장해졌다”며 “조 회장이 ‘KCGI는 대주주일 뿐’이라고 말하는 등 주주들과 소통이 매우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 회장 등 경영진이) 우리가 요구한 것들을 커닝하듯 베껴서 내놓고 자기들 공인 양 호도하는 걸 보면서 실망을 했다”며 “갑자기 열심히 한다고 말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을 설명하며 “조 회장은 경영 능력에 대해 계속 불신만 주고 있다”며 “예전 땅콩 사건 때문에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라 생각한다. 대표이사라면 대표이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861.9%로 코스피 200 기업 가운데 제일 높다. 이는 코스피 200 기업 중 부채비율이 두 번째로 높은 기업의 부채비율인 589.6%의 2배 수준이다. 막대한 부채로 인해 이자비용으로 연간 5464억 원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채비율은 항공업계 내의 유나이티드항공 366%, 델타항공 329% 등 다른 항공사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연합 측이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 인물인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은 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깜짝 놀랄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강 대표는 한진그룹 경영 문제에 관해 “전문경영인과 소유경영인의 싸움으로 볼 수 있는데, 서양은 대부분 기업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를 채택함에도 국내에서는 재벌기업 대부분이 소유경영 체제를 채택해 거부감이 많은 것 같다”며 전문경영체제를 그룹 경영의 대안으로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엘리엇이랑 자꾸 비교돼 ‘투기자본’, ‘먹튀’라는 비난을 많이 듣는데, 이걸 극복하려 많은 애를 썼는데도 이렇게 계속 불리는 것에 아쉬움이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엘리엇과 가장 큰 차이는 주요 펀드의 만기가 10년이 넘는 등 ‘타임 호라이즌’(참여 기간)이 굉장히 길고 장기투자로 기업 체질을 개선해 기업가치가 올라간 부분에 대해 정당한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가 (한진그룹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나는 이전 LK파트너스 시절부터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개인적인 소신을 얘기하자면 기업을 한다는 것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지 없애는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노조가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일종의 (회사) 녹을 먹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 아직도 오너 경영에서 못 벗어나고 의리를 지키고 싶어하는 분들도 있고 언론에서 (우리가) 구조조정을 할 거라는 식으로 써 그런 두려움도 충분히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직접 만나서 설득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강 대표는 “대세는 기울었다”며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밤이 아닌 아침, 겨울이 아닌 봄이기 때문”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한 한진칼 지분 매입의 출구 전략을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게 끌어올려 지분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며 "단기적인 출구전략은 아예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KCGI는 앞서 지난 2018년 11월 한진칼 지분 취득으로 2대 주주에 올랐으며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총수 일가를 강하게 압박해 왔다. 지난달 말부터는 조현아 전 부사장 및 다른 주주인 반도건설과 손잡고 조 회장에 맞선 연합 세력을 구축해 대응해 왔다.

연합 측은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상황이 심각한 위기상황이며 그것이 현재의 경영진에 의해서는 개선될 수 없다”면서 오는 3월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정기 주총에서 행동을 같이하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된 이사 후보군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내이사 후보 중 한 명으로 추천된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가 최근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KCGI를 비롯한 연합 측은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항공업 전문가가 필요할 것 같아 어렵게 모셨는데, 그분도 본인이 생각 못한 전 직장 동료들의 만류라든지, 다양한 외압이라든지 이런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진칼 측은 김 전 상무가 “3자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본인의 순수한 의도와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KALMAN으로서 한진그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오히려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언급했다며 견해차를 드러냈다.

강 대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기업 지배구조 관련 보고서를 여러 차례 내는 등 국내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LK투자파트너스 대표를 거쳐 지난 2018년 7월 사모펀드 KCGI를 설립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조현아 주주연합의 이번 기자간담회는 명확한 비전도, 세부적인 경영전략도 제시하지 못한 보여주기식 기자간담회”라고 평가했다.

또한 연합에 대해 기존에 제시했던 전략의 재탕일 뿐만 아니라, 산업에 대한 전문성도 실현 가능성도 없는 뜬구름잡기식 아이디어만 난무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현 경영상황을 오도하고 논리적인 근거 없이 당사 최고경영층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일색으로 상식 이하의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며 유감을 드러냈다.

먼저 한진그룹 측은 조현아 주주연합이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공표했지만 이사회를 장악하고 대표이사를 선임 후 대표이사 권한으로 조현아 주주연합의 당사자나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를 미등기 임원으로 임명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연합은 이같은 수순으로 회사를 장악할 것이 뻔하며, 바로 이것이 명백한 경영참여이며 경영복귀라고 강조했다. 해외 금융·투기세력들이 기업 경영권을 침탈하는 과정과 판박이하는 것이다. 따라서 조현아 주주연합의 주장은 사실상 시장과 주주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연합이 이사로 추천한 후보 인물들이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룹의 독립성·다양성에 위배되는 인물이 다수라고 혹평했다.

또한 부채 비율에 대해서는 항공기를 도입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로 타 산업보다 부채비율이 높은 항공업의 특성에 리스회계기준 변경(운용리스의 부채 반영)과 환율 상승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달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KCGI가 전문경영인 체제의 도입을 주장하며 한진그룹은 조현아 연합을 단기 성과만 바라보는 투기세력으로 규정하는 가운데 양측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