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사회의식에 공감,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 겪는 국민께 용기 줘서 감사”
봉준호 “대통령 말씀 시나리오 2페이지 줄줄,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에 빠져” 유머

봉준호 감독이 2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배우 초청 오찬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봉준호 감독이 2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배우 초청 오찬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정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한 4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등 관계자를 만나 “불평등 해소를 최고의 국정목표 삼는데 반대도 많이 있고 속 시원하게 금방금방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매우 애가 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기생충’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등 영화제작 관계자들 초청 오찬에서 “나는 ‘기생충’에서 보여준 사회의식에 깊이 공감한다. 우리나라 뿐 나이라 전 세계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불평등이 하도 견고해져서 마치 새로운 계급처럼 느껴질 정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까지 문화예술 산업분야가 다 저변이 아주 풍부하다거나 두텁다거나 그렇게 말할 순 없을 것”이라며 “문화 예술계도 기생충 영화가 보여준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영화의 제작, 배급, 상영, 유통구조에 있어서도 여전히 불평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산업에 있어서도 똑같은 문제의식으로 표준근로(표준근로계약) 시간제, 주52시간 이런 것이 지켜지도록, 그 점에서도 우리 봉준호 감독님과 제작사가 솔선수범해서 그것을 준수해 주셨다”며 “그런 선한 의지로서가 아니라 그것이 제도화되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영화 유통 구조에서 있어도 독과점을 막을 스크린 상한제가 빨리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 한마디로  영화산업 융성 위해 영화 아카데미 지원 늘리고, 확실히 지원하겠다”면서 “그러나 간섭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에 대해 “무척 자랑스럽다. 우리영화 100년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도 아주 자랑스럽고, 오스카 역사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쓰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아주 자랑스럽다”며 “오스카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최고 영화제이지만 우리 봉 감독이 핵심 찔렀다시피 로컬 영화제라는 비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생충이 워낙 빼어나고 봉 감독이 워낙 탁월해서 비영화권 영화라는 그 장벽을 무너뜨리고 최고 영화, 최고의 감독으로 인정치 안을 수 없게 했다. 특별히 자랑스럽다”며 “그 자랑스러움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려움 겪는 우리 국민에게 큰 자부심이 됐고 아주 많은 용기 줬다. 그 점 특별히 감사드린다”고 치하했다.

문 대통령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K팝, 한국 드라마, 음악 콩쿠르 등에서 한국이 두드러진 활약을 벌이는 상황을 언급한 뒤 “한국은 일부 분야 아니라 정말 문화 전반에서 정말 이미 변방 문화가 아닌 세계 중심부에 진입해 인정받는 세계적 문화가 됐다”며 “여기 봉 감독 포함한 모든 분들의 열정과 노력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말로 오찬 메뉴를 얘기하면서 “준비한 메뉴 외에도 제 아내가 우리 봉 감독 비롯해 여러분에게 헌정하는 짜파구리가 맛보기로 포함돼 있다. 함께 유쾌한 시간 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봉준호 “대통령 말씀 시나리오 2페이지 줄줄,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에 빠져” 유머
 
봉준호 감독은 문 대통령의 격려 말에 “대통령님이 길게 말하는 것 보면서 저는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며 “작품 축하부터 한국 대중문화, 영화산업 전반, 결국 짜파구리에 이르기까지 말하신 게 거의 시나리오 2페이지다. 이걸 분명히 암기한 것 같진 않고 평소 체화된 어떤 이슈에 대한 주제의식이 있기에 줄줄줄 풀어내신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서 많은 시상식 갔지만 지금 말한 것의 1/4 정도 짧은 스피치도 프롬프터 보면서 하는데 대사를 많이 외우는 배우들, 미국 배우들도 그렇다”며 “어떻게 하시는 것인지. 의식의 흐름인지 궁금하다. 너무나 조리 있게 정연한 논리 흐름과 완벽한 어휘 선택하시면서 기승전결로 마무리하는 거보며 저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유머를 담아 얘기했다. 

또 봉 감독은 “작년 칸 영화제부터 한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 개봉, 오스카까지의 대장정을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됐는데, 이렇게 근래 많이 모인 적이 별로 없었다”며 “오랜만에 보는 스텝도 있고, 정연준, 다송이도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다. 영광스럽게 청와대에서 대통령 내외분과 함께 좋은 자리서 대장정 마무리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배우 송강호 씨는 이 자리에서 “음식이란 게 특별히 우리 민족에게는 참 특히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냥 먹거리 아니라 정서가.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이렇게 대장정의 마무리를 짓는다는 게 특별하지 않나. 그런 자리 마련해준 대통령 내외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오찬에는 봉준호 감독, 곽신애 제작사 대표, 장영환 프로듀서, 한진원 작가, 김성식 조감독, 홍경표 촬영감독, 이하준 미술감독, 최세연 의상감독, 김서영 분장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최태영 음향감독, 은희수 녹음기사 등 제작 관계자와 배우 송강호, 장혜진, 박소담, 최우식, 이선균, 조여정, 이정은, 박명훈, 정지소, 정현준(정현준 배우는 보호자 동반) 등이 참석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의 친구인 육성철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실 행정관도 행사에 참석했다. 봉 감독은 육 행정관과의 인연에 대해 “제가 결혼하고 충무로에서 연출부 할 때 쌀도 한 포대 갖다 주고 그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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