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공소장 제공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선 헌법적 평가 필요”
“법무부가 내세운 논점은 그 자체로는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 커”
“사안의 성격이 무겁다…권력기관이 공적 영역인 선거에 관여했다는 혐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추미애 법무부가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의 검찰 공소장을 국회에 공개 제출하는 것을 거부한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민변은 12일 김호철 회장 명의로 ‘공소장 국회 제출 관련 논란에 대한 입장과 제안’이라는 논평을 내 “개혁이란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므로 개혁을 하고자 한다면 그 필요성을 합리적으로 제시하고 사회적 설득을 통한 동의를 얻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변은 “국회의원 단독으로 국정감사·국정조사·안건의 심의 등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정부 부처에 자료 제공을 요구하는 경우, 이를 거부했다고 해서 국회법이나 국회증언감정법을 위반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며 “법무부가 국회의 요구에 따라 공소장을 제공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헌법적 평가가 요구된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검사의 공소장은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에 대한 법률적 평가 및 사실관계에 대한 피고인의 반박 등을 통해 재평가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결국 검사가 작성한 공소장의 국회 제출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방어권과 프라이버시·개인정보보호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국회의 기능을 고려하여 정당성 여부가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소장 또는 공소 요지를 국회에 제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세부적 기준이 정비되어야 하며 앞으로 정부와 국회 차원의 좀 더 진지한 인권적·법적 검토와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법무부가 내세운 논점은 그 자체로는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현실에서는 법무부의 공소장 제출 문제가 인권을 위한 제도개선의 관점보다 정치적인 논쟁의 소재가 되고 있다”며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법무부 역시 해당 사안의 엄중함에 비추어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변은 법무부를 세 가지 측면에서 비판했다. 일단 사전 논의가 사회적으로 충분히 형성되지 않고 법률과 법무부 훈령 사이의 충돌 문제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사건에 대한 공소장 제출 요구에 대해 공소 요지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는 것을 들었다.

그 다음으로는 사안의 성격이 “사적 생활 영역에 관한 것이 아니라 권력기관이 공적 영역인 선거에 관여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가 진행된 사안”이라며 해당 공소제기가 된 사건이 가지는 무거움을 제대로 헤아렸는지 의문이라는 점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민변은 “피고인의 공소장이 과연 어떤 범위에서 공개되어야 하는가는 앞으로 지속적 논의를 거쳐 법령과 제도 개선을 이뤄야 할 사안”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다음은 민변의 논평 전문이다]

공소장 국회 제출 관련 논란에 대한 입장과 제안

1. 법무부는 2020. 2. 4. ‘울산시장 등 불구속기소 사건’과 관련하여, 국회의 공소장 제출 요구에 대하여 공소사실의 요지만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법무부의 이러한 결정에 대한 정당성은 일주일여의 시간 동안 공론의 장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공소장 전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하였다. 우리 모임은 이러한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며, 이번 논란이 향후 계속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안을 원칙적 관점에서 검토해 보기를 제안한다.

2. 국회 공소장 제출의 제도적 측면에 대하여

그간 국회는 국회법,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국회증언감정법’) 등을 근거로, 국회의원 단독으로 정부 부처 등에 관련 자료를 요구하고, 정부 부처는 이러한 요구에 응해 왔다. 이러한 관행은 오랜 기간 이어져 왔으나, 국회법 등이 정한 절차에 충실한 것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회법 제128조가 규정한 보고·서류 등의 제출 요구는, ‘본회의, 위원회 소위원회가 그 의결’로 ‘안건의 심의 또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와 직접 관련된 보고 또는 서류와 해당 기관이 보유한 사진 영상물’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목적, 주체와 대상 등의 제한이 있다. 국회증언감정법에서도 법의 적용 대상을 ‘국회에서의 안건심의 또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와 관련하여 하는 보고와 서류제출’로 국한하고 있다. 현재 이러한 목적과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그와 달리 국회의원이 단독으로 국정감사·국정조사·안건의 심의 등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정부 부처에 자료 제공을 요구하는 경우, 이를 거부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위 국회법이나 국회증언감정법을 위반하였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법무부가 국회의 요구에 따라 공소장을 제공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헌법적 평가가 요구된다.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라는 헌법상 기본권과 국회의 국정통제권이라는 헌법기관의 권한이 충돌하는 것으로, 조화롭게 해석하여야 한다. 특히 검사의 공소장은 형사절차에서 일방의 의견이 담긴 문서로,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에 대한 법률적 평가 및 사실관계에 대한 피고인의 반박 등을 통해 재평가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공소장일본주의의 범위를 넘어서 증거능력이 확보되지 않은 증거에 따른 기소내용이 제한 없이 기정사실화될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은 크게 침해될 수 있으며 과거 많은 시국 공안 사건에서 이와 같은 인권침해의 전례가 있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다른 한편 재벌과 권력의 비리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일정한 공적 사안에 대해서는 국정통제와 공론화 차원에서 기소된 내용이 국회에 제공될 필요성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개인의 프라이버시권,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 때문에 독일과 미국 등 외국에서도 각자의 역사와 문화에 따라 서로 다른 관점과 기준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결국 검사가 작성한 공소장의 국회 제출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방어권과 프라이버시·개인정보보호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국회의 기능을 고려하여 정당성 여부가 논의되어야 할 것이며, 만약 정당하다면 그 시기와 범위, 절차 등에 대하여도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 과정을 통해 정리될 필요가 있다.

다만 현행 법률들은,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는 데 관하여 공소장의 성격을 고려하여 정확한 규율을 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몇 가지 흠결이 있다. 예컨대 형사소송법 제47조(소송서류의 비공개)는 "소송에 관한 서류는 공판의 개정 전에는 공익상 필요 기타 상당한 이유가 없으면 공개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는데, 이는 현행 국회증언감정법과는 그 취지상 상충하는 면이 있다. 또한 공소장 외에 수사기록까지도 제출 대상이 되는 것인지도 문제가 된다. 기소 후 공소장 등의 국회 제출에 대하여는, 누가(법무부 또는 법원), 언제(제출의 시기), 어떤 사건에 대하여, 어떤 범위에서, 공소장 또는 공소 요지를 국회에 제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세부적 기준이 정비되어야 하며 앞으로 정부와 국회 차원의 좀 더 진지한 인권적·법적 검토와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법무부가 내세운 논점은 그 자체로는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3. 특정 사건에 대한 법무부의 판단에 대하여

사정이 이와 같음에도, 정작 현실에서는 법무의 공소장 제출 문제가 인권을 위한 제도개선의 관점보다 정치적인 논쟁의 소재가 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법무부 역시 해당 사안의 엄중함에 비추어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첫째, 절차적인 측면이다. 개혁이란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므로, 개혁을 하고자 한다면 그 필요성을 합리적으로 제시하고 사회적 설득을 통한 동의를 얻어 나가야 한다. 법무부는 이에 대한 사전 논의가 사회적으로 충분히 형성되지 않고 법률과 법무부 훈령 사이의 충돌 문제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사건에 대한 공소장 제출 요구에 대해 공소 요지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논란이 일자 사후에 제도개선 차원의 결단임을 밝혔다. 특정 사안에 대한 정치적 대응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둘째, 법무부는 공소장 제출을 하지 않는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해당 공소제기가 된 사건이 가지는 무거움을 제대로 헤아렸는지 의문이다. 해당 사건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청와대와 정부 기관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검찰이 수사를 거쳐 기소한 사안이다. 정부는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측면에서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으나, 한편으로 여러 권력기관의 작동을 통해 국민의 인권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언제나 국민에 의한 통제와 감시의 대상이 된다. 해당 사건은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가 피고인이 된 사안으로, 사안의 성격 역시 사적 생활 영역에 관한 것이 아니라 권력기관이 공적 영역인 선거에 관여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가 진행된 사안이었다. 피고인이 속한 정부의 한 기관인 법무부가 이 사안부터 공소장 제출 방식의 잘못을 문제제기하고 ‘보편적인 형사피고인의 인권’을 내세운 것은 사안을 정치화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좀 더 진지하게 다뤄져야 할 인권의 문제인 피고인의 방어권 문제가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소비되기에 이르렀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사안의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의심을 키우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특정 언론을 통해 공소장 전문이 공개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정부가 해당 사건 자체의 엄중함과 국민에 대한 깊은 책임감에 대해 가볍게 생각했다는 비판에 대하여, 정부는 경청할 필요가 있다.

4. 공소장 제출의 제도적 개선 문제와 기소된 사안 각각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

피고인의 공소장이 과연 어떤 범위에서 공개되어야 하는가는 앞으로 지속적 논의를 거쳐 법령과 제도 개선을 이뤄야 할 사안이다. 만약 현행 법령의 취지가, 국회가 요구할 경우 사건의 성격을 불문하고 즉시 그리고 일률적으로 요구받은 공소장 자체를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이러한 해석은 피고인의 방어권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라는 헌법적 관점에서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어제(2. 11.)자 법무부 기자간담회에서 추미애 장관은 법무부가 공소장 공개의 기준을 재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개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중요사건의 경우, 공개재판 개시 이후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등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공소장 전문을 공개할 것이며, 국회에도 공개재판 개시 이후 공소장 전문을 제출하겠다고 하였다. 피고인의 방어권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국회의 대정부 견제의 권한과 알 권리의 조화 속에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그 기준이 확립될 수 있도록 우리 모임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것이다.

한편 공소장 제출 방식의 제도적 문제와 기소된 사건 자체는 분리되어 논의될 필요가 있다. 청와대와 정부 소속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하였다는 의혹은, 그 자체로 중대한 사안이다. 기소된 시점에서 기소 내용만을 가지고 단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마땅히 자제되어야 할 것이지만, 향후 재판 과정에서 진상이 규명되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이 드러나면 책임 있는 사람에게는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해당 사건 공소장 자체의 공개가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와 별개로, 해당 사안에 대하여 정부는 국민에게 정보를 제대로 알려야 하며, 특히 수사나 재판 등 과정에서 사안을 감추거나 진행에 관여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

어떠한 사안이든 보편타당한 원칙을 세워가는 것이 먼저여야 하며, 무엇보다 주권자의 입장에서 따져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는 이번 사안에 대해 헌법 정신의 관점에서 좀 더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제안한다.

 

2020년 2월 1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 호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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