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선거에 있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및 대통령 언급
공소장, 송철호‧송병기의 직접적인 경찰에의 수사청탁으로 봐
靑, 백원우 통해 직접적으로 수사상황에 개입
야권 강력 반발 속 여당 영입인재 “공소장 공개, 일률적 판단 어렵다”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비공개 처분해 논란이 되고 있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공소장에는 지난 지방선거 직전 이뤄진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수사와 송철호 당시 후보와 청와대 비서실과의 교류가 ‘선거개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는 검찰의 견해가 분명히 드러나 있다.

7일 <동아일보>가 공개한 71장 분량의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 검찰 공소장은 당시 경합지였던 울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친분으로 유명한 송철호 당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의 각 조직들이 전방위적으로 움직였다며 그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심지어 검찰은 별도의 분량을 할애해 ‘선거에 있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강조하고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국가기관이나 공무원이 스스로를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세력과 동일시하거나 특정 정당이나 특정후보자의 편에서 선거에 유리하거나 불리하도록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에게는 다른 공무원보다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욱 특별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검찰 공소장, 송철호‧송병기의 황운하에 대한 수사청탁 명시

검찰은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의 시작점을 송철호 울산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공업탑 기획위원회’가 구성된 2017년 8월로 잡았다. 검찰은 송 시장과 송병기 부시장이 이 시점부터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을 ‘토착비리’ 프레임으로 묶고, 이에 대한 ‘적폐청산’이라는 네거티브 선거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비위정보를 닥치는 대로 수집했다고 보고 있다.

공소장의 내용을 보면, 송 시장은 2017년 9월20일 울산의 한 식당에서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을 만나 김 시장에 대한 수사청탁을 했다고 한다.

같은 달, 송 부시장은 문해주 당시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전화를 걸어 김기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청탁했고, 문 행정관은 ‘김 시장과 주변 인물들의 비리를 문서로 정리해 달라’는 취지로 답했다. 이에 송 부시장은 비위 의혹 등을 정리해 ‘울산광역시장 비리개요’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해 문 행정관에게 전자우편을 통해 보냈다.

지난 12월 청와대가 “첩보문건에 추가한 비위 사실은 없다”고 해명한 것과 달리 문 행정관이 받은 문건을 ‘첩보문건’으로 재가공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문 행정관은 송 부시장에게 수차례 연락해 문건에 기재된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고, 수사에 들어갈 경우 먼저 접촉해야할 인물이나 수사 방법 등을 직접 확인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골프를 쳤다’는 본래 제보문건 내용이 ‘골프접대를 받고 금품을 수수했다’고 바뀌었고, 반대로 경찰 수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제보 내용들은 삭제되었다.

검찰 공소장, ‘엄정수사’ 부탁하며 청와대의 직접적인 수사개입 정황 명시

이렇게 재가공을 거친 ‘김기현 토착비리 의혹’ 문건은 ‘이광철 선임행정관, 백원우 민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차례로 거쳐 경찰로 이첩되었다. 특히 검찰은 백 비서관이 박 비서관에게 이 첩보문건을 직접 건네면서 “첩보서 내용이 울산지역에서 파다한 이야기인데, 경찰이 미온적인 것 같다. 이것 좀 엄정하게 수사 좀 받게 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청와대가 경찰의 김기현 토착비리 수사 상황을 지속적으로 보고받았을 뿐 아니라, 민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을 울산에 내려 보내 수사상황을 직접 챙기고,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이 청구하도록 독려까지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청와대는 이를 두고 ‘고래고기 사건’ 조사를 위해 울산으로 행정관들이 내려갔다고 해명한 바 있다.

실제로 민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은 2018년 1월11일경 울산으로 직접 내려가 황운하 청장과 당시 울산지청 수사과장을 만나 울산지청의 각종 수사상황을 확인했다. 또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연락관은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연락해 ‘청와대 하달 첩보에 대한 수사 상황을 파악해 보고고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경찰은 반부패비서관실, 민정비서관실, 국정기획상황실 등에 2018년 2월부터 6월 지방선거 직전까지 수사상황을 18차례에 걸쳐 보고했다고 한다. 경찰의 보고 내용에는 수사진행 경과나 피조사자들의 진술, 영장 신청 일정 등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공소장에는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직접 수사상황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백 비서관은 2018년 2월~3월 무렵 박 비서관에게 ‘울산 지역 경찰들이 검찰에서 영장을 무리하게 기각해서 수사를 진행하는데 불만이 많다’면서 ‘경찰 수사를 도와달라’는 취지를 울산지방검찰청 관계자에게 전해달라고 요청했고, 박 비서관은 실제로 울산지검 관계자에게 백 비서관의 말을 전달했다고 한다.

송철호 경쟁자 임동호에게 공기업 사장 자리 등 제시 정황도

공소장은 한병도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선거 불출마를 대가로 ‘다른 자리’를 권한 정황도 자세히 담았다.

공소장에 따르면, 임 전 최고위원은 오사카 총영사 등 상위 10대 공공기관장 자리를 원한다는 의사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송철호 울산시장 측에 밝혔다고 한다. 한병도 수석에게마저 그는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문의했고, 한 수석은 ‘오사카 총영사는 외교부가 반발하니 고베 총영사나 공공기관장은 어떠냐’고 답했다고 한다.

이에 임 전 위원이 울산시장 출마를 강행하자, 출마선언 기자회견 하루 전날인 2018년 2월12일 한 수석이 임 전 위원에게 전화해 울산에서는 어차피 이기기 어려우니, 공기업 사장 등 4자리 중에 하나를 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공소장 비공개 놓고 입장 3번 바꾼 법무부…법조계, 야권 반발 커

한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에 대한 공소장을 비공개 결정한 것을 두고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법무부는 7일 오후에만 공소장 비공개 처분에 대한 입장을 세 번이나 바꾸는 등 원칙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법조계와 야권의 반발이 나왔다.

법무부는 7일 오후 4시 12분 ‘공소장 자료 제출에 관한 법무부 입장 추가 설명자료’를 통해 “미국 법무부는 기소와 동시에 PDF파일 전문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공소장을 공개한다”는 내용의 여러 언론 보도를 반박했다. 법무부는 “기소된 형사사건에 관한 정보와 관련해 선진화된 형사사법체계를 갖춘 나라들에서는 공개된 법정에서 재판 절차를 통해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또 “미국 연방 법무부의 공소장 전문 공개 사례들 중 일부 사례는 대심재판에 의해 기소가 결정된 이후 법원에 의해 공소장 봉인이 해제된 사건이나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 유무죄 답변을 한 사건 등”이라며 기소 당시 공소장이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국도 1회 공판기일이 열리면 공소장을 게시한다”는 추 장관의 전날 주장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법무부의 입장이 뭐냐”라는 비판이 일자 법무부는 27분 후 “‘앞으로 공판 첫 기일에는 언론과 국회에 공소장을 제출하도록 하겠다’는 부분이 빠졌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첫 재판 이후에는 공소장을 공개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법무부는 다시 14분 뒤에 “저 추가 문구 의미는 제1회 공판기일 이후에는 절차 거쳐 공개할 수 있다는 의미로 시점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다시 9분 후엔 “국회 요구가 있으면 절차에 따라 제출되고 그 외에는 관련 규정에 따라 공개 여부가 결정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법무부가 이처럼 수차례 입장을 바꾸고 있는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추 장관이 내부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공소장 비공개를 결정한 뒤 여론의 비판을 받자 한때 공개를 검토했다 다시 비공개로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야권 강력반발…“특검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몸통 밝혀내야”

이에 야권은 적극적인 공세에 들어갔다. 자유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7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총선 후 이 사건의 전말을 수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현아 한국당 대변인 같은 날 오후 역시 “검찰의 공소장이 공개됐지만 청와대는 조용하다”며 “당사자인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고 문 대통령에게까지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공동대표 역시 7일 당대표단 회의에서 “특검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몸통을 밝혀내 죗값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범여권 진보진영 또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홍성문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7일 “총선을 앞두고 잠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했지만 오히려 사건만 더 부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도 같은 날 “추 장관은 아군인 진보진영과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 입당한 김남국‧김용민 “공소장 공개, 일률적 판단 어려워”

반면 최근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입당한 김남국, 김용민 변호사는 정부여당과 법무부의 입장을 옹호했다. 공소장 비공개를 놓고 김남국 변호사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의 알권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헌법상 무죄추정원칙 등 기본권이 충돌하고 있다고 본다. 일률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선거를 앞두고 민감할 수 있는 공소장을 여과없이 공개하는 것 자체가 옳은 건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선거범죄, 여권 관련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법무부가 공소사실범죄 관련 요지를 제출했기 때문에 알권리를 보장한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김용민 변호사 또한 “피의사실공표 관련 문제이기도 하고, 피고인이 공소장을 받아보기 전에 언론을 통해 공개된다는 것은 방어권 행사에 있어 어려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비공개가) 제도적으로 고착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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