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사생활·인권 침해 우려”...한국당 공소장 제출 요구 거부
추미애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도 있어...공소장 유출 경위 확인할 것”
공소장 공개, 2005년 참여정부 때부터...진중권 “文정권, 노무현 배신했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법무부가 청와대의 하명수사·선거개입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청와대 및 경찰 관계자들의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더 이상 잘못된 관행이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4일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로서 전문을 제출할 경우 형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사건 관계인의 사생활과 명예 등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공소장 제출 요구를 거부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지난달 29일 이번 사건과 관련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13명을 기소한 바 있다.
공소장 비공개는 추 장관의 직접적인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5월 참여정부 때부터 주요 사건의 공소장은 법무부에 대한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를 통해 공개돼 왔다. 이후 법무부가 공소장 공개를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 장관은 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을 만나 “그동안 의원실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곧바로 언론에 공소장 전문이 공개되는 잘못된 관행이 있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2월1일자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도 만든 바 있다. 법무부가 만들어놓고 지키지 않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추 장관은 “재판 절차가 시작되면 공개된 재판에서 공소장의 세세한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별도로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자료에 의해서 알려지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동아일보가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을 입수했다며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에 대한 경찰 수사상황이 조국 전 민정수석에 15회, 국정상황실 6회 등 총 21차례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취지로 보도한데 대해 “어떻게 유출됐는지는 앞으로 확인해 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은 “국민 여러분들도 재판받을 권리에 의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지 언론을 통해서 왜곡돼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그것이 국민 피해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법무부 조치를 잘 이해하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野 “잘못 없는데 왜 숨기나...노무현 우롱”
법무부의 이같은 결정에 야권은 비난을 쏟아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의 관행으로는 국민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아주 개인적인 정보 외에는 공개했다. 제가 법무부 장관 시절에도 그랬다”며 “아무 잘못이 없다면 (공소장 전문을) 내놓으시고 잘못이 있다면 사과해야 한다. 숨길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 또한 이날 당대표단-주요당직자 확대연석회의에서 “추 장관의 궤변은 사법개혁과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소장 제출을 처음 지시한 노무현 대통령을 두 번 우롱하는 것”이라며 “지은 죄가 워낙 많아서 감출 것도 많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투쟁하는 중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떳떳하면 숨기지 않는 것이 우리사회의 상식 아니겠느냐”며 “당연한 상식을 거부하고 무리하게 공소장 공개를 막는 것은 선거개입 의혹이 사실이라고 고백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서 “참여정부에서 공소장을 공개하게 한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정권이 국민에게 준 그 권리를 다시 빼앗았다”며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정신을 배반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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