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지혜 기자］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일 신임검사들에게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 원칙은 15년 전 법전에서 사라졌지만, 검찰 조직에는 아직도 상명하복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며 “여러분은 그것을 박차고 나가서 각자가 정의감과 사명감으로 충만한 보석같은 존재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추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검사 임관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 발언은 앞서 지난달 31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사 전출식에서 “어느 위치에 가나 어느 임지에 가나 검사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입각해서 운영되는 조직”이라고 말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은 이 자리에서 “최근 검찰 사건 처리 절차의 의사 결정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국민들께 불안감을 드린 것을 법무부 장관으로서 안타깝게 여긴다”며 “형사사건에서는 절차적 정의가 준수돼야 하고,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절차적 정의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수사·선거개입 사건 피의자들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윤 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갈등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 비서관의 기소는 이 지검장의 결재 없이 윤 총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추 장관은 신임 검사들에게 수사 전문가가 아닌 법률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드라마 ‘검사내전’을 언급하며 “여러분 들 중에는 진영지청의 차명주 검사가 로망일 수 있다. 그런데 앞으로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 간다면 ‘산도박’을 잡기 위해 변장하는 차명주 검사는 있을 수가 없다”며 “오히려 ‘어퓨굿맨’이라는 오래된 미국 영화에 나오는 데미 무어가 여러분의 로망일 수가 있겠다”고 말했다.

한편 추 장관은 같은 날 오전 열린 고검검사급 검사 전입 신고식에서도 “검찰청법에 규정된 검사동일체 원칙은 2004년 폐지됐고 대신 지휘·감독 관계로 변화된 만큼, 상명하복 관계에서 벗어나 이의제기권 행사 등 다른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준수해 실체적 진실 발견의 전제인 절차적 정의에 신경 써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성윤 지검장도 “형사절차에서 실체적 진실 규명 못지않게 절차적 권리 보장, 절차적 정의가 중요한 가치임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고 추 장관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한국당 “정권 지시 이행하라는 은밀한 협박”

자유한국당은 4일 추 장관의 발언에 대해 “차라리 ‘윤석열 총장의 말을 듣지 말라’, ‘정권 비리는 알아서 덮으라’고 솔직하게 밝혔다면 덜 위선적이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용찬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추 장관은 신임 검사들에게 이러쿵저러쿵 말할 자격조차 없다”며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은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정권의 지시나 충실히 이행하라고 은밀한 협박을 늘어놓으니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대변인은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하라더니 막상 그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자 곧바로 수사 검사들을 모조리 학살하고, 수사부서까지 대폭 줄여 검찰조직을 파괴한 장본인이 추 장관”이라며 “지금의 문재인 정권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래에선 정의감과 사명감을 가진 검사는 모조리 적폐가 되어버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상한 세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