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 대비 1원 높다’ 주장에 화답
주택용·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보다 전기요금 체제개편 수행할 듯

나주 소재 한국전력 본사 <연합뉴스>
▲ 나주 소재 한국전력 본사 <연합뉴스>

[폴리뉴스 안희민 기자]한국전력 관계자가 한전이 공급하는 전기요금이 주택용의 경우 원가대비 약 70%, 산업용의 경우 약 90%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기요금의 직접적인 인상보다 전기요금 체제 개편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최근 불거진 한전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시비에 대한 간접적인 화답으로 풀이된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29일 폴리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전이 공급하는 전기요금의 주택용의 경우 70~80%, 산업용 90%”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주택용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국가경쟁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한전은 여전히 밑진 상태에서 전력을 공급하고 현실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 인식은 김종갑 한전 사장이 2018년 취임 초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가 된 ‘두부장수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사장은 전기를 두부, 연료를 콩에 빗대어 ‘콩값 보다 두부 값이 더 싸다’는 요지의 발언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최근 일각에선 한전전력통계를 인용해 주택용 전기요금이 산업용보다 kWh당 1.0원 높았다고 비판했다. 한전전력통계엔 판매 단가가 적시돼 있지 않다. 전력판매 단가는 전력 판매수입을 전력판매량으로 나눠 계산한 것으로 추론된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계산이 틀리지 않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한전이 주택용과 산업용에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음을 전했다.

한전이 발전자회사로부터 구입한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할 수 있는 이유는 정부가 지분 52%를 가진 공기업으로 지닌 ‘공공성’ 때문이다.

가령, 한전은 전력판매 수익보다 계통연결비용이 더 큰 인적 드문 격오지에도 전력을 공급한다. 주택용 전기요금의 경우 2018년 여름철 한시 할인혜택을 적용했고 2019년에 할인혜택을 상시화시킨 것도 한전이라는 기업 특성인 ‘공공성’ 때문이다. 한전의 공공성은 주요 의사결정에서 ‘전력복지’를 감안하도록 만든다.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것도 이와 같은 전력 복지 차원으로 풀이될 수 있다.

전력 복지에 앞장서 온 한전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일반인의 지분이 48%에 달하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 압박을 외면할 수는 없다. 기획재정부는 꾸준히 한전에 수익성 개선 압력을 넣고 있고 최근엔 한전의 주식을 구입한 해외 투자자들도 한전의 경영 상황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한전이 한때 적자가 노정되고 영업이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와 같은 압력은 더욱 커졌다. 일단 한전은 전기요금을 직접적으로 올리기보다 전기요금 체제를 개편하거나 일몰이 다가오는 할인특례 연장을 불허하는 방향으로 수익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대상은 주택용 전기요금과 산업용 전기요금 모두에 해당한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 체제의 경우 주택용 전기요금의 경우 필수사용량 보상공제와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 도입을 중심으로 개편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필수사용량 보상공제는 월 전기사용량이 200kWh 미만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2500~4000원을 할인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전력 복지 차원에서 2016년에 도입한 제도인데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며 한전이 다시 한번 제도의 도입 취지를 되새기는 기회가 됐다.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는 작년 4월 공청회 때 소비자들이 도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전 관계자는 “대기업은 경부하 시간에 자동화 설비를 많이 구축해서 경부하 시간대의 낮은 전기요금을 활용하고 중소기업은 설비투자가 떨어져서 중간부하 시간대에 설비를 많이 이용하는 현실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행 산업용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으로 구성돼 있다. 기본요금은 피크부하를 줄이기 위함이고 전력량요금은 전력 사용량에 대한 대가다. 전력량 요금은 계시별 요금제로 운영 중인데 경부하, 중간부하, 최대부하 시간대별로 전기요금이 다르다. 기업들은 태양광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설치해 전기료가 값싼 경부하 시간대를 이용해 공장을 가동하며 전기요금을 절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이 대중소기업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 아직까지 태양광, ESS 설비가 상대적으로 고가이기 때문에 이러한 시설을 설치해 제도의 이점을 향유하는 기업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가 주목하고 있다는 현실은 바로 이러한 점이다. 아직 한전의 관심은 관심에만 그칠 뿐 구체적인 행동 즉, 산업용 심야요금제 개편으로 이행되고 있지 않지만 김 사장이 취임 초기 심야요금제 개편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한전 내부에서 꾸준히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 체계에 대해 한전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음을 전하면서도 “이러한 검토가 전기요금 인상으로 연결될 것 같지 않다”며 다시 한번 입장을 신중히 정리했다. 자칫 한전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하는 것처럼 보이기 싫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화두인 의제이고 실제로 산업용 전기요금은 꾸준히 인상돼 왔지만 이를 드러내놓고 자랑한 정권은 없다. 정권은 선거와 물가를 의식해 득표에 영향 받기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전이 수익성 개선을 염두에 두면서 직접적인 전기요금 인상보다 전기요금 체제 개편에 관심을 두는 이유도 의사결정 최상층부의 태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한전 관계자가 현행 전기요금이 원가 이하라고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은 고심이 깊은 한전의 입장을 엿볼 수 있고 향후 원가 이하의 산업용 전기요금의 향방이 어디로 갈지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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