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시의 화난(華南)수산물도매시장 입구에서 흰 방역복을 입은 중국 보건 당국 관계자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지난 21일 오후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시의 화난(華南)수산물도매시장 입구에서 흰 방역복을 입은 중국 보건 당국 관계자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폴리뉴스 이은주 기자]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확산 속도가 2002년 11월 발병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의 전염 속도를 뛰어 넘으면서 금융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이번 미국 뉴욕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고, 코스피는 28일 2180선 마저 붕괴했고 코스닥은 3%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번 사태의 진원지가 글로벌 경제의 중심축이자,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로 이미 펀더멘털에 적잖은 내상을 입은 중국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27일 기준 전 세계에서 8609명이 우한폐렴에 감염됐다. 이는 774명이 사망한 사스를 뛰어넘는 전염 속도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사스는 확진자 수가 1000명에 도달하는 데 약 4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중국신문주간이 보도에 따르면 우한 폐렴은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에서 처음 확진자를 발표한 이후 25일 만에 1000명을 넘었다.

우한 폐렴의 전파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크게 요동치고 있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는 우한 폐렴 여파로 미국 여행주와 소비주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에 일제히 급락했다. 하락률은 다우지수 -1.57%, S&P500지수 -1.57%, 나스닥 –1.89%를 기록했다. 코스피도 28일 2180선이 붕괴됐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삼성바이오로직스(2.38%)와 현대차만 오르고, 나머지는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저우센왕(周先旺) 우한시장이 27일 관영 중앙(CC)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정보 공개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지방 정부 관리로서 한계가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저우센왕(周先旺) 우한시장이 27일 관영 중앙(CC)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정보 공개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지방 정부 관리로서 한계가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전염 속도에 따른 불안과 함께,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근간엔 이번 사태의 진원지가 ‘중국’이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전 사례에 비해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중국을 위시한 글로벌 경제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취약해서 돌발 변수에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의 경우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로 이미 내상을 입은 상황에서 우한 폐렴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 펀더멘털에 치명타를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증시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고 봤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증시의 하락 영향을 “중국 소비위축이 비단 중국기업뿐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의 ‘공장’인 동시에 ‘시장’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중국의 수요 위축은 중국과 거래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수요 위축도 낳을 것으로 판단되면서, 불확실성이 강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폐렴의 발생지로 지목되고 있는 우한은 ‘중국제조2020’의 핵심 도시이자, 해외 기업들과 비즈니스 교류가 활발한 곳으로 지목된다. 루이비똥을 비롯한 프랑스 기업들 50여개도 진출해 있고, 국내 기업도 현지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다. 비즈니스 때문에 진출해 있는 주재원과 교민이 많고, 중국 내 교통의 요지로 꼽히면서 주변 지역과 교류가 활발한 지역이기도 하다.

28일 오전 서울시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내 사무실에서 방역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28일 오전 서울시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내 사무실에서 방역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전염병이 확산되면 사람들은 외출을 꺼린다. 내수 소비의 악영향은 불가피하다. 외출과 함께 해외 여행도 꺼리면서 관광 산업 관련 업종도 타격이 확산된다. 소비재·여행·면세·운송 등 모든 업종들에 타격이 가해지는 것이다. 2003년 SARS는 중국과 홍콩에서 800여명의 사망자를 냈고 당시 3분기 중국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2.9%p 하락한 7.9%를 기록했다. 홍콩도 0.6% 역성장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소비, 운송, 관광’ 질병 확산에 따른 중국경제 초기 충격은 이미 관찰되기 시작했다. 지난 26일 CNBC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교통운수부는 춘절연휴 첫날인 24일 민간항공 이용건수, 철도여행건수, 도로이용건수가 각각 전년대비 41.6%, 41.5%, 25.0% 급감했다.

글로벌 증시에 불안이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은 안전자산 선호로 이동하고 있다. KRX금시장에서 거래되는 1g당 금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010원(1.72%) 상승한 5만9530원에 거래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0.4%, 5.50 달러 오른 1577.40달러에 거래돼 6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이 초동대응에 실패하고 춘절 이후 확진자와 사망자가 중국 및 주변국에서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키워드

#코로나19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