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10월 일본 맥주 및 청주 수입액 감소폭 <사진=연합뉴스>
▲ 지난해 7~10월 일본 맥주 및 청주 수입액 감소폭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유재우 기자] 지난 5일 홈플러스 서울 신도림점이 아사히를 비롯한 일본 맥주를 진열했다 여론의 비난을 샀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새해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홈플러스 신도림점의 해외 맥주 코너에는 ‘세계맥주 대표 추천 상품’ 푯말이 걸려있었다. 그런데 이 푯말의 내용이 문제였다. 푯말에는 에일, RTD(Ready To Drink, 미리 만들어서 바로 마실 수 있는 칵테일), 흑맥주, 라거 등 4가지 종류의 주류에 각각 하나씩 수입 제품이 소개돼 있었다. 

그런데 이 중 라거 부문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국민 상당수의 기피를 받고 있는 일본 맥주 아사히였다. 불매운동이 끝나지 않은 와중에 일본 맥주를 추천한 셈이다. 일본 맥주를 취급하더라도 판촉행사는 하지 않는 다른 마트들과 대조적이다.
 
이에 홈플러스는 푯말 실수라면서 철거 지시를 내렸다고 해명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새로운 판촉행사를 위해 만든 푯말이 아니라 과거부터 남아있던 홍보물"이라며 "점포에 연락해 남아있는 곳에는 철거 지시를 내렸다"고 답했다. 또 할인 행사 의혹에 대해서는 "판매 부진으로 일본 맥주 업체들이 납품가격을 낮추면서 가격이 내려갔기 때문"이라며 판매 확대를 위해 가격 할인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일본 맥주 판촉을 안 하는 쪽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다. 불매운동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득보다는 손해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일본 제품 판촉행사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이익이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이미지 하락 같은 보이지 않는 손실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7월 일본이 한국에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수출을 금지한 이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결과, 일본 맥주가 지난 2018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7~8월 두 달 동안 거의 팔리지 않았다. 한국무역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수입 규모에서 중량은 99.6%, 금액은 99.5% 감소했다. 불매 운동 직후인 지난해 8월 수입액이 97% 감소한 사실을 감안하면 일본 맥주 수입은 사실상 무의미해진 셈이다. 

판매 순위 변동폭도 컸다. 불매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서 지난해 9월까지 아사히는 3위에서 36위, 삿포로는 10위에서 56위, 기린은 9위에서 53위로 떨어져 10위권 밖으로 판매 순위가 밀려났다. 

업계는 지난 9월 이후부터의 동향에 대해서도 겨울철까지의 매출이 반영되는 올해 실적은 계속된 불매 운동의 영향이 더욱 누적돼 작년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지난 1일 전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 제품 매출이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불매운동에 대한 국민 정서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며 “파급력이 강했던 맥주, 의류, 여행의 경우는 불매운동 이전상태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흐름에 대해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10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하나의 사회 현상이 3~6개월 이상 지속되면 일종의 트렌드가 됐다고 간주하는데 이번 불매운동은 지금까지 이루어진 불매운동 중 가장 파급력이 크고, 지속 가능성이 높아 트렌드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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