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공화국은 상생으로 확장” 강조했지만 보수진영 변화 없는 ‘상생’은 공염불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전 새해 국정운영방향을 국민에게 밝히는 신년사를 발표하기 위해 마련된 청와대 본관 1층 연단을 향해 내려오고 있다.[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전 새해 국정운영방향을 국민에게 밝히는 신년사를 발표하기 위해 마련된 청와대 본관 1층 연단을 향해 내려오고 있다.[사진=청와대]

현직 대통령이 매해 제시하는 메시지는 당해 국정운영방향이자 비전이다. 2020년 새해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신년사를 통해 ‘확실한 변화’를 통한 ‘상생 도약’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신년사 등을 통해 역대 대통령들이 제시한 비전과 가치가 실제로 우리 사회에 구현된 사례를 찾기란 어렵다. 제시된 비전 자체가 ‘정치적 수사나 구호’에 그친 경우도 있었고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고 자신이 내세운 비전을 구현하려 해도 국정운영동력 상실로 흐지부지된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신년사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데는 우리 사회공동체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인식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7일 밝힌 신년사에서 제시한 ‘상생’의 가치가 올 한 해 국정에 실제 구현될 지 여부보다는 문 대통령의 ‘정국인식’을 재는 잣대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맞은 첫 새해인 지난 2018년 신년사에서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라는 비전을 담았다. 촛불혁명을 통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 삶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담론을 담았다. 촛불혁명 완성과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인 ‘적폐청산’을 전제로 했고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을 알리며 ‘민주적 정통성’ 확립에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새해 신년기자회견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평화, 혁신 성장, 포용국가, 공정 사회’를 역설했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는 촛불로 탄생한 정부로서 한시도 잊을 수 없는 소명”이라며 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과거로 회귀하는 일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촛불혁명의 정통성’을 바탕으로 한 국정운영을 강조했다.

2018년과 2019년을 맞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촛불혁명의 과제를 받아 ‘적폐청산’과 ‘민주적 정통성’ 확립을 우선 가치와 비전으로 내세운 것이었다. 그리고 임기 전반기를 넘기고 후반기로 접어든 문 대통령은 올해 국정운영방향으로 ‘상생’을 내걸고 이를 통한 ‘확실한 변화’와 ‘도약’을 도모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문 대통령의 올 신년사에서 ‘적폐청산’과 관련된 메시지는 ‘공정’가치 구현과 연결한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 정도이다. 그러면서 경제, 교육, 채용 등 국민의 삶 모든 영역에서 존재하는 불공정 개선에 무게를 뒀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에 따른 성찰적 측면도 강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 ‘상생’을 국정운영비전으로 삼은 데는 촛불혁명이 요구한 ‘적폐청산’ 과제가 어느 정도 실현됐고 그 바탕 위에서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인식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년 반 동안의 적폐청산과 포용성장 등 정책운영의 결실이 올해‘확실한 변화’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민주공화국은 상생으로 확장” 강조했지만 보수진영 변화 없는 ‘상생’은 공염불

이번 신년사에서 문 대통령은 이제 ‘민주공화국’의 기초가 다져졌다면서 “민주공화국은 상생으로 더 확장되고 튼튼해진다.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함께 잘 살 수 있을 때 국민 주권은 더 강해지고, 진정한 국민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즉 민주공화국이 보다 튼튼해지기 위해선 ‘상생’이란 가치가 우리 사회에 구현돼야 한다는 인식이다.

‘적폐청산과 민주공화국 기반 구축’ 이후의 대한민국이 갈 길을 두고 “우리 사회가 내부적으로 더 통합적이고 협력적인 사회가 되어야만 경쟁에서 이겨내고 계속 발전해 갈 수 있다. 극단주의는 배격되고 보수와 진보가 서로 이해하며 손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과 같은 진영대립은 국가발전에 유용하지 않다는 얘기다. 

극심한 진영대립의 현실을 보면 이 또한 정치 레토릭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저부터 더 노력하겠다. ‘확실한 변화’를 통한 ‘상생 도약’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더 자주 국민들과 소통하겠다”고 이를 위해 자신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아름다운 변화는 애벌레에서 나비로 탄생하는 힘겨운 탈피의 과정일 것”이라며 “이제 나비로 ‘확실히 변화’하면, 노·사라는 두 날개, 중소기업과 대기업이라는 두 날개, 보수와 진보라는 두 날개, 남과 북이라는 두 날개로 ‘상생 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비전으로 진보적이거나 이념적 개념을 내세우기보다는 ‘상생’을 내세운 데는 지금의 갈등과 대립관계를 더 이상 지속할 경우 국가공동체의 발전이 지체되고 퇴행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상생’의 기대가 현실 속에서 구현되기란 쉽지 않다. 보수야당이나 보수언론들의 문 대통령에 대한 ‘적대감’을 걷어내야 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4.15 총선이 코앞이다. 야당은 오히려 ‘반(反)문재인 정서’ 결집에 온 힘을 쏟는 것이 정치다.

여야 승패를 떠나 총선이 끝난다 해도 21대 국회에서 문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 ‘상생의 정치’가 펼쳐질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이념과 진영의 갈등을 야기하는 근원이 이번 선거로 인해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보수진영과 자유한국당 일각에서는 여전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부정하며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려는 기류가 있다. 보수정당이 이들을 품고 있는 이상 ‘민주적 가치’를 둘러싼 대립 해소는 요원하다. 남북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북한 정권을 ‘붕괴 대상’으로 바라보며 적대시하려는 정치세력이 보수진영 내에서 강고하다.

진보진영 내에서 성, 계급, 북한 등의 인식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지만 극단적인 정파는 소수로 분류된다. 그러나 보수진영은 다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혁명을 공공연히 부정하는 ‘태극기부대’가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한국당은 ‘탄핵 딜레마’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보수의 새로운 길을 시도하기보다는 친박 결집과 대구/경북(TK) 정서에 기대 총선을 준비하는 형편이다.

문 대통령은 ‘확실한 변화’를 통한 ‘상생 도약’을 얘기했다. 여기엔 보수진영의 변화를 바라는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하듯 보수진영의 변화가 없는 ‘상생’은 공염불이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