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메모리얼파크에서 윤종원 기업은행장(왼쪽 두 번째)이 故 강권석 은행장의 묘소를 찾아 헌작하고 있는 모습. <사진=기업은행 제공>
▲  6일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메모리얼파크에서 윤종원 기업은행장(왼쪽 두 번째)이 故 강권석 은행장의 묘소를 찾아 헌작하고 있는 모습. <사진=기업은행 제공>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6일 관료 출신이었던 고(故) 강권석 행장의 묘소를 참배했다. 은행 내부에서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고인을 추모하면서, 윤 행장 본인도 관료 출신으로 성공적 경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윤 행장은 이날 오전 부행장들과 분당 메모리얼 파크를 찾아 강 전 행장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2004년 취임한 강 전 행장은 2007년 3월 기업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인물로, 같은 해 11월 지병으로 별세했다.

그는 행정고시 14회로 공직에 입문하여 재정경제원, 금융감독위원회 등을 거친 정부 관료 출신 행장이지만, 임기 중 ‘자산 100조 돌파’, ‘은행권 첫 차세대 전산 시스템 구축’ 등의 업적을 이루며 은행 내부에서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윤 행장은 강 전 행장에 대해 “시중은행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중소기업금융 리딩뱅크’로 자리잡은 기업은행의 초석을 놓은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고인의 유지를 이어받아 혁신금융을 통해 국가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의 발전을 지원하고, 기업은행이 초일류 은행으로 발돋움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윤종원 청와대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 IBK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하는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노조원들이 출근을 저지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윤종원 청와대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 IBK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하는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노조원들이 출근을 저지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행장의 이러한 행보는 ‘관료 출신 행장’을 반대하는 기업은행 노조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조는 지난 3일 윤 행장의 첫 출근을 저지하며 “함량 미달 낙하산 행장을 반대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김형선 노조위원장은 직접 윤 행장에게 “우리 입장을 이미 전달했으니 더는 정권과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말고 자진 사퇴하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 행장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 경제정책 전반을 담당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노조는 윤 행장의 선임에 반발하며 외부 관료 출신 행장은 은행 현장을 모른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기업은행장은 2010년 이후 세 차례 연속 내부 출신이 맡아 온 자리다.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청와대와 금융위, 기업은행은 윤 행장이 관료 출신인 만큼 정부의 정책을 잘 이해하고, 기업은행의 정책금융기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적임자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윤 행장 취임 당일 기자들에게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분들은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달한 바 있다.

같은 날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청와대에 제청했고 그분(윤 행장)이 적합하다는 것은 전체 이력을 보면 나온다”며 “외부에서 왔다는 건 사실이지만 기업은행 직원들도 겪어보면 훌륭하고 능력 있는 분이라는 걸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3년 전 여당과 금융노조 간 맺었던 정책협약을 어긴 행위라며 ‘청와대의 윤 행장 임명 철회’ 혹은 ‘윤 행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 중이다.

지난 2017년 4월 대선을 앞뒀던 더불어민주당은 금융노조와 ‘낙하산 인사 근절’, ‘성과연봉제 폐기’, ‘금산분리 원칙 준수’ 등의 내용이 담긴 ‘2017년 대선승리를 위한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협약과 함께 금융노조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를 공식 선언했었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관치금융을 적폐로 여겼던 문재인 정부가 모피아(재무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이자 청와대 낙하산을 기업은행장으로 내려 보내는 것은 코미디”라며 기업은행 노조와 연계해 윤 행장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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