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청와대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 IBK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하는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노조원들이 출근을 저지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윤종원 청와대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 IBK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하는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노조원들이 출근을 저지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IBK기업은행장에 임명됐지만 노조의 반대가 거세 험로가 예상된다. 청와대와 금융당국은 윤 신임 행장이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어 국책은행 수장으로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3일 오전 첫 출근을 하려던 윤 행장이 본점 앞에 대기하고 있던 노조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발길을 돌렸다. 전날 기업은행장으로 임명된 윤 행장의 임기는 이날부터 시작됐다.

기업은행 노조는 아침 일찍부터 바리케이드로 정문을 봉쇄하고, 후문에서 수십명이 대기하며 윤 행장의 진입을 막았다. 노조원들은 “함량 미달 낙하산 행장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선 노조위원장은 직접 윤 행장에게 “우리 입장은 이미 전달했으니 더는 정권과 대통령에게 부담 주지 말고 자진 사퇴하는 게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윤 행장은 “함량 미달 낙하산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은행은) 1만4000명 가족들의 일터이니 열심히 해서 잘 키우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후 윤 행장은 몇 차례 노조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약 10분 만에 발길을 돌려 차에 올랐다. 출발 전 그는 노조와의 갈등 해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잘 듣고 말씀 나누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윤 행장의 물리적인 출근은 무산됐지만, 비서실을 통해 업무 보고는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취임식을 비롯한 윤 행장의 향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윤 행장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 경제정책 전반을 담당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외부 관료 출신 행장은 은행 현장을 모른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또한 기업은행장은 2010년 이후 세 차례 연속 내부 출신이 맡아 왔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분들은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은 ‘외부 관료 출신 행장은 은행 현장을 잘 모른다’는 이유 등으로 윤 행장의 임명을 반대해 온 기업은행 노조의 입장을 반박하는 동시에 임명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신라호텔에서 열린 ‘범금융 신년인사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청와대에 제청했고 그분(윤 행장)이 적합하다는 것은 전체 이력을 보면 나온다”며 “외부에서 왔다는 건 사실이지만 기업은행 직원들도 겪어보면 훌륭하고 능력 있는 분이라는 걸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새 은행장이 노조와 얘기하는 걸 옆에서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며 "어차피 두 당사자가 해결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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