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결렬 후 끝내 북미협상 접점 못 찾고 연말시한 넘겨, 6.30 판문점회동도 허사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0월 1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모습을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0월 1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모습을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2019년 새해 벽두에만 해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은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느껴졌지만 한 해를 결산하는 지금 한반도 평화의 시계는 군사적 긴장의 암운이 깃들었던 2017년 9월 시점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한반도평화의 시계는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멈췄고 이후 10개월여 동안 새로운 대화의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판 자체가 깨질 상황이다. 하노이회담 결렬 후 북한은 미국에 연말 시한의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이를 외면했다. 북미는 한 치 양보 없는 기 싸움을 벌이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설정한 연말 시한을 넘기게 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의 북미관계 재정립과 대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래서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재차 강조했다. 남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남북경협 사업 추진 등 다음 단계의 ‘한반도평화 프로세스’ 정책 추진의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2.28 하노이 회담 결렬은 이 모든 것을 멈춰 세웠다. 북한은 영변핵시설 폐기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를 이끌어내는 ‘단계적 방식’을 원했으나 미국은 ‘일괄타결’ 원칙 속에서 대북 압박기조를 유지하려 했기에 결렬됐다. 하노이 회담에서의 성과를 기대했던 북한은 이로 인해 충격 속에 빠져 들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에서부터 베트남 하노이까지 약 4,500km, 70여 시간의 열차 대장정을 펼치는 퍼포먼스를 행하면서까지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기대감을 가졌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미국에게 굴욕적인 항복을 강요당한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북한 내부에서의 김 위원장 지도력 손상이었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결렬의 충격이 어느 정도 가신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기본 전략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연말 시한을 제시했다.

그리고 한국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가 되지 말라며 남·북·미 축을 통한 비핵화 협상의 고리도 박찼다. 하노이회담 결렬에 중재자로서의 ‘한국의 역할’에 책임을 물으면서 북미 직접 협상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그러면서 연말 시한 비핵화 협상을 위한 대미, 대남 압박에 들어갔다.

북한은 5월 4일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 발사를 시작으로 11월 29일 방사포 도발까지 7개월 동안 총 13번의 도발을 감행했다. 종류도 방사포 외 단거리 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으로 다양했다. 다만 북한은 북미 협상을 염두에 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하지 않아 ‘레드 라인’은 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는 와중인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남·북·미 정상의 회동과 함께 북·미 정상의 단독 회담이 열려 다시 한반도평화 프로세스의 시계가 재작동할 것이란 기대를 안게 했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곳에서 약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실무협상을 갖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실무협상 재개를 두고 북미는 여전히 견해차를 드러냈다. 우여곡절 끝에 10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미 실무협상이 열렸으나 미국이 새로운 접근법을 내놓지 않았다면서 협상을 결렬시켰다. 사실상 원점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미 회동의 의미도 이로 인해 퇴색됐다.

이후 김 위원장은 10월 중순 백두산을 방문해 북미협상 결렬에 대비한 북미 대결과 자력갱생의 길을 가겠다는 신호를 발했고 연이어 금강산을 방문해 관광지구내 남측 시설물 철거를 지시했다. 12월에 들어서도 김 위원장은 백두산 천지에 올라 “자력갱생의 불굴의 정신력”을 호소하며 대미 협상 노선에 변화를 주는 ‘중대한 결정’을 예고했다. 

또 12월 3일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 담화에서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ICBM 발사 도발을 시사했고 12월 7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ICBM으로 추정되는 엔진 중대시험을 감행해 긴장감을 드높였다.

나아가 14일 북한은 국방과학원 대변인 명의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두 번째 중대한 시험을 했고, 큰 힘을 비축했다”며 미국을 향해 “자극적 언행을 삼가야 편안한 연말을 보낼 것”이라고 올 연말 내지는 내년 초에 ICBM 발사 가능성을 재차 예고했다.

북한은 12월 24일 전후로 예정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정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2020년 신년사를 통해 공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여기서 김 위원장이 북미 비핵화 협상 중단을 선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긴박한 상황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2월 15일 한국을 방문해 북한에게 공개적으로 대화 제의를 했지만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탄핵 국면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한의 요구한 ‘새로운 셈법’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은 비건 대표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았다.

2019년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희망의 불빛으로 출발했으나 회담 결렬로 그 불빛이 점차 사라졌고 2020년 새해를 앞둔 지금 시점에선 한 줄기 불빛 없는 캄캄한 어둠 속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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