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유임불가 판정에서 사당화 논란 크게 일어
민부론 등 정책대안 내놓았으나 과거 정책 답습한다는 비판
명분 없는 단식과 국회 폭력 사태 일어
보수 통합이라는 큰 과제 남아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 체제가 위기다. ‘조국 사태’와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 등 여러 호재에도 한국당 지지율은 제자리걸음이다. 황 대표와 이낙연 총리와의 대선주자 지지율이 거의 두 배 정도 차이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좀처럼 한국당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황 대표의 비전 제시 미비·당 운영능력 부족 등이 지적되고 있다.

황교안 체제는 박근혜 탄핵으로 무너진 한국 보수정당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는 보수층의 염원 하에 미래형 보수의 모델을 제시할 새로운 대안 과제를 안고 2019년 2월에 들어섰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로 국정농단 사태의 ‘공동책임자’라는 비판이 거셌지만, 박 전 대통령에 미련이 많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로 그는 제1 보수정당의 당대표가 되었다.

황 대표는 당 대표 당선 일성으로 “자유한국당을 다시 일으키는 길에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라면서 무너진 보수를 재건, 통합하고 이탈된 중도층을 흡수하여 차기 총선과 대선승리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표 취임 이후 황 대표의 리더십은 보수통합과 재건은 커녕 점점 더 ‘극우화’되어가고 있으며, 마침내는 ‘황교안 사당화’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소위 ‘황심(黃心)’ 논란부터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의 갈등설마저 흘러나온다.

보수의 신(新) 패러다임 제시 실패…탄핵 문제 정리 못 해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 ‘민부론’

먼저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정치 신인으로서의 새로운 보수의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황 대표의 가장 큰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경제 심폐소생술이 시급하다”면서 야심차게 민부론·민평론 등의 정책 대안을 내놓았지만,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부론’을 위시한 한국당의 정책적 비전이 과거의 ‘747’ 정책처럼 명확하게 국민들의 뇌리에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발표되자마자 여야 불문 정치권과 언론의 화제가 됐던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내놓은 모병제 공약과의 차이다.

노선 정립상의 애로사항은 한국당의 발목을 잡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에서 두드러진다. 황 대표는 전당대회 당시 보여줬던 ‘△(중립)’ 스탠스에서 한 발짝도 진전하지 못했다. 한국당 지지층의 70% 가까이가 “탄핵이 부당했다”고 생각하는 만큼 확실하게 내부적으로 엄정한 토론을 통해서 탄핵 문제를 다시 짚고 가자고 선언하거나, 중도층을 비롯한 범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깔끔히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지지층들의 반발이 무섭기에 황 대표는 ‘적당히 덮고 가는 쪽’, 곧 ‘황세모’의 길을 택했다.

동물국회·폭력국회 재현

단식 등 극단적인 투쟁 방식에만 골몰

구체적인 당 운영에 있어서도 황 대표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국회선진화법 도입으로 사실상 사라졌었던 동물국회를 부활시킨 것이다.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한국당 의원들을 형사처벌 및 피선거권 박탈의 위기로 몰아간 국회 패스트트랙 사태가 그렇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비례한국당’이라는 묘수이자 꼼수가 당 내에선 지난 4~5월여부터 논의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입법안에 대한 ‘동물국회’는 어느 측면에서 봐도 타당성이 없다.

12·16 국회 폭력 농성 사태도 황 대표의 당 운영 방식의 한계를 드러냈다. “우리가 이겼다”고 황 대표가 직접 발언하는 한편, 당 당직자가 엄연히 시위대에게 폭행을 당했음에도, 당의 원내대표가 나서서 “시위대를 봉쇄하고 일을 키운 것은 문희상 의장”이라며 다른 곳에 책임을 돌렸다. 비판 여론이 일자 한국당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삼진아웃제 적용을 들고 오는 등, 반성은커녕 ‘남탓’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소미아 파기 유예’라는 성과를 얻어냈지만, 황 대표가 갑작스레 단행했던 단식 역시 크게 명분이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포털 검색어창에 황 대표의 단식과 관련된 키워드를 검색하면 ‘이유’, ‘명분’ 등의 연관검색어가 따라 붙는다. 국민들에게 단식 투쟁의 이유와 얻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설득시키기 못했다는 증거다.

그나마 잡음이 덜한 곳이 차기 총선의 공천 룰 세팅이다. 공천관리위원장을 국민 추천으로 받고, 소위 ‘조국형 범죄’와 관련된 인사들의 공천을 원천배제하겠다는 방침은 많은 여론의 호응을 얻었다.

현역 의원을 최소 30% 이상 컷오프하고, 종국적으로 50%를 물갈이하겠다는 황교안 지도부의 방침도 총선 전망을 밝게 한다. 이전까지 가장 높았던 한국당 컷오프 비율은 19대 총선의 25%였다. 19대 총선 당시 한국당은 현역 의원의 41.7%를 교체했고, 패색이 짙었던 총선에서 극적으로 역전승했다.

당 장악을 넘어선 ‘사당화’

나경원과의 갈등 등 리더십 한계 노출

다만 안정적인 공천 물갈이를 위해서는 황 대표의 강한 당 장악이 요구되는데, 당 장악의 어두운 면은 결국 ‘사당화’라는 것이다. 황 대표의 ‘사당화’ 논란이 본격화된 것은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임기 유임 불가 결정을 내렸을 때다. 의총 결정사항인 원내대표의 유임을 당 최고위가 결정을 내려버린 것이다. ‘월권’이라는 해석이 여러 의원들에게서 나왔다.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을 비롯한 당직자 일괄사표 제출 사건에서도 황 대표의 일방적 리더십이 두드러졌다. 일부 인사는 사표를 반려시킨 반면, 당에 대해 원색적 비판을 했던 김세연 전 원장은 경질했다. 황 대표는 “‘친황’ 하려고 정치하는 사람 아니다“라고 변명했지만, 공개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원내대표 선거전에서도 여전했다. 일부 후보 진영들이 서로 “황교안 대표의 낙점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등 ‘황심(黃心)’ 논란이 불거졌던 것이다. 심재철 원내대표의 당선이 황 대표와 갈등을 빚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입김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을 심 원내대표에게 소개시켜 준 것이 나 원내대표라고 알려졌다. 대권을 노리는 나 전 원내대표와 황 대표 간의 갈등은 그 뿌리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 통합을 외치지만, 속 사정은 복잡한 셈이다.

보수 통합, 지금 상황에선 성사 어려워

‘비례한국당’ 묘수로 보수통합 성사되나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황교안 체제의 마스터피스인 보수통합의 성사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유승민은 곧 보수 통합과 동의어”라는 윤상현 한국당 의원의 지적대로, 유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보수당’과의 통합은 한국당이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우리공화당, 전진과 미래 4.0 등 보수진영 군소정당과의 통합 또한 과제다.

그러나 내달 5일경 정식 창당을 앞두고 있는 ‘새로운보수당’은 보수통합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유승민 3원칙(▲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보수로 나아갈 것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을 것) 및 기존 당을 다 해산하고 신당을 만든다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보수당은 또한 한국당의 극우 노선 또한 보수통합이 불가능한 이유라고 지적한다.

물론 황 대표 주도의 보수통합이 가능하다는 시선도 있다. 새로운보수당의 창당 작업 자체가 보수통합 논의에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 하에 이뤄지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는 그의 책 ‘한국정당 정치사’에서 “정치권은 이합집산이라는 정치적 담합을 통해 손쉽게 지지를 동원하려 하는데, 이런 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정치인들이 기존의 행태를 철저히 답습하기 때문에 통합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비례한국당’이라는 묘수를 통해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선거법 개정안이 사실상 좌초 위기에 처한 것도 보수통합의 전망을 밝게 한다. 기존의 소선거구-비례대표 병립형 제도로 이번 총선이 치러지게 된다면 민주당과 한국당이라는 거대 정당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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