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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2019 폴리 10대뉴스 정치②] 조국 정국 그 후, 갈라진 광장과 소용돌이 속 정치권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은 하반기 정치권을 커다란 소용돌이로 밀어넣었다. 

지난 8월 9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서해맹산(誓海盟山)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폴리페서 논란 ▲민정수석 당시 인사 실패 ▲논문 표절 의혹 ▲55억원 재산 ▲자녀의 외고 입학 ▲국가보안법 위반 ▲민간인 사찰 의혹이 후보자 임명 동시에 쏟아졌다. 이후 딸의 허위 인턴십·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위조·논문 제1저자 의혹 등 입시비리 의혹과 동생의 위장 의혹 및 웅동학원 의혹, 5촌 조카와 일가가 연루된 사모펀드 의혹 등이 줄줄이 뒤를 이었다. 

9월 2~3일 예정됐던 인사청문회가 가족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무산되자, 당시 후보자였던 조 전 장관은 국회에서 11시간여 동안 밤샘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혹 해명에 나섰다. 야권은 “국회 유린”이라며 격분했다. 

6일 인사청문회가 열렸지만 채택된 11명의 증인 중 단 1명만이 출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9일 조 전 장관에 대한 임명을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직접 나서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민주주의가 타살됐다”며 10일 삭발을 감행했고, 황교안 대표를 포함한 한국당 의원들이 연이어 ‘삭발릴레이’를 벌였다. 이학재 한국당 의원은 조 전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하다 16일 만에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광장은 둘로 갈라졌다. 조 전 장관 지지 세력은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반대하는 세력은 서울 광화문 앞에서 각자 촛불을 들었다. 양 측은 참여 인원을 ‘300만 명’이라고 주장하며 세 대결을 펼쳤다. 민주당 의원들은 서초동으로, 한국당 의원들은 광화문으로 향했다. 인터넷 전쟁도 뜨거웠다. ‘조국 사랑해요 VS 조국 사퇴하세요’로 시작된 각 진영의 실검 전쟁도 매일 펼쳐졌다. 

예정된 대정부질문과 국감은 ‘대조국 질문’, ‘조국 국감’으로 변질됐다. 한국당은 대정부질문에서 조 전 장관을 장관으로 부르기를 거부했으며, 뒤돌아 앉아있기도 했다. 사퇴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조 전 장관은 검찰 특수부의 명칭을 ‘반부패수사부’로 바꾸고, 전국에 3곳만 남기고 모두 폐지하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또한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출석조사 최소화, 심야조사 원칙적 폐지, 장시간 조사 금지, 법무부의 탈검찰화도 추진했다.  

여전히 ‘조국 국감’이 진행 중이던 9월 14일, 조 전 장관은 갑작스레 입장문을 내고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취임 이후 35일 만, 후보 지명 66일 만이었다. 부인 정경심 교수의 뇌경색 등 건강문제가 사퇴의 이유였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권력형 비리로 수사 확대, 포스트 조국 정국 개막

조 전 장관이 사퇴하면서 ‘조국 정국’이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가족 비리를 넘어 ‘권력형 비리’로 수사가 확장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된 의혹이 연달아 터지고 문재인 정부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이 의혹의 '키맨'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석연치 않은 감찰 무마 의혹에 당시 민정수석실 최고 책임자였던 조 전 장관의 이름이 다시 등장했다. 검찰은 조 전 민정수석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인지하고도 감찰을 중단시켰다고 의심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이와 관련해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고 상세하게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 상태다. 

또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하명수사 의혹에 있어서도, 청와대의 첩보 생산과정에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이 연루돼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기현 전 시장은 의혹의 윗선에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조국 전 민정수석, 그리고 몸통인 청와대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재판은 계속되고 있고, 법무부 장관직은 여전히 공석이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일 때부터 몰두했던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는 국회 파행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포스트 조국 정국’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깊은 내상 입은 여권, 흔들리는 진보

‘조국사태’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급격한 지지율 하락을 맞으며 커다란 내상을 입었다. ‘진보’의 가치와 도덕성을 놓고 진보여권 내에서도 분열이 일어났다. 조국으로 대표되던 이른바 ‘386세대’는 그들 스스로 개혁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받으며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기도 했다. 

조 전 장관 후보자 임명 후인 8월 22일, 처음으로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후 정국이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연일 최저치를 경신했으며, <한길리서치>의 10월 10일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처음으로 30%대를 기록하며 추락했다. 

민주당은 끝까지 ‘조국 수호’ 기조를 유지했으나 지지층의 이탈, 특히 20대의 이탈로 곤란을 겪었다. 한때는 한국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1%도 차이나지 않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던 금태섭, 김해영, 박용진 의원 등이 있었으나 지도부의 벽을 넘지 못했고, 이들은 강성 지지층에게도 십자포화를 받아야만 했다. 

조 전 장관을 이른바 ‘데스노트’에서 배제하며 사실상 적격판정을 내린 정의당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정의당 지지율은 역풍을 맞으며 하락했고, 심상정 대표는 “정의당 결정이 국민적 기대에 못 미쳤다”며 사과해야 했다. 정의당의 대표 인물 중 하나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조국 정국에 실망하며 결국 정의당을 탈당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보수야권은 ‘반문(反文)반조(反曺)’연대로 단단히 내부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은 대규모 장외집회 등으로 강한 투쟁력과 존재감을 선보였다. 다만 민주당에서 이탈한 중도층을 흡수하는데는 실패했다. 또한 강경투쟁 노선을 넘어 보수통합, 중도층 확장 등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는 보수의 과제로 남았다.  


떠오르는 ‘공정’ 화두, 또 다른 갈등 씨앗 ‘입시 공정’

‘공정’은 가장 중요한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진보’의 얼굴이었던 조 전 장관 딸의 입시비리 의혹이 쏟아져 나오자 2030 세대는 분노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부산대 등이 연이어 촛불집회를 열고 “기회는 평등할 것, 과정은 공정할 것, 결과는 정의로울 것”을 요구했다. 

조 전 장관에게 가장 큰 리스크로 작용한 것도 청년들의 분노였다. 그는 8월 25일 출근하면서 “개혁주의자’가 되기 위하여 노력했지만,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음을 겸허히 고백한다”며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말았다”고 사과했다. 이후 기자간담회, 인사청문회, 장관 임명 후에도 거듭 사과했지만 대학가 촛불집회의 불길은 꺼지지 않았다. 

한국당은 9월 26일 ‘공정성 회복’을 전면에 내세우는 당내 기구 ‘저스티그 리그’를 발족했다. 황 대표는 이날 발대식에서 “정의와 공정을 자신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친문 좌파 세력들의 오만과 독선”을 비판했다. 

10월 정기국회에서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의 대표연설에서도 ‘공정’이 빠지지 않았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입시와 취업의 공정성을 회복하겠다”며 “청년들의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조국 임명 강행이 공정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9월 1일 “조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있는데 이 논란의 차원을 넘어서서 대학입시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입시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입시제도가 공평하지 못하고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2022년 대입부터 서울 소재 주요 16개 대학 정시비중 40% 이상 확대, 논술전형 및 특기자 전형 폐지, 2025년 자사고·외고 일반고 일괄 전환 등의 방안 대입정상화방안을 내놓았으나 ‘번갯불에 콩 굽기’식 방안이라는 우려와 더불어 보수·진보 진영 간의 팽팽한 대립이 계속돼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검찰개혁’ 위에 선 검찰, 조국 수사는 계속 된다

검찰은 갈림길에 섰다.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해 검찰은 이례적인 압수수색을 여러 차례 벌였다. 9월 2~3일 예정된 인사청문회 전날인 1일, 검찰은 서울대·부산대·고려대·사모펀드 사무실·웅동학원 등 30여 군데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3일에도 동양대,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6일 겨우 열린 인사청문회를 마치기도 전에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한 차례의 소환조사도 없이 검찰에 기소됐다. 9월 23일에는 조 전 장관의 방배동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현직 법무부 장관으로 초유의 일이었다.

민주당은 검찰 정치를 한다며 격분했다. 이해찬 대표는 9월 1일 검찰의 압수수색에 “후보가 스스로 사퇴하기를 바라는 압력”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논두렁시계’를 거론했다.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은 5일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압수수색)을 사전에 보고했어야 했다”며 공개비판했고, 이낙연 국무총리도 “자기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덤비는 것은 검찰 영역을 넘어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문 대통령 또한 27일 “검찰은 국민 상대로 공권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하는 기관이므로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개혁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검찰은 성찰해주시길 바란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피의사실 공표’와 ‘검찰개혁 방해’라는 비난을 받은 검찰은 “수사에 개입하지 말라”며 강하게 맞섰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국감에서 “좌고우면 하지 않고 어떤 사건이든 원칙대로 처리한다”며 강경한 자세를 고수했다. 

정경심 교수, 조 전 장관의 동생, 5촌 조카 조범동씨 등 의혹과 관련된 친인척 3명은 모두 구속됐다. 검찰은 일단 수사의 정당성은 확보한 모양새다. 하지만 아직 재판과정이 남아있는 만큼 안심은 이르다. 

또한 조 전 장관을 지지하는 세력에게 ‘개혁을 막기 위해 조국을 공격한다’는 거센 비난을 받았 검찰은 이에 반박하듯 자체개혁안을 연달아 내놓으며 맞섰다. 대검찰청은 ▲특수부 대폭 축소 ▲공개소환 및 심야조사 폐지 ▲전문공보관 도입 ▲대검 인권위원회 설치 ▲비위검사 사표수리 제한 ▲변호인 변론권 강화 ▲인사재산검증 대상자 신규 부장검사까지 확대 등 총 8개의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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