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윤진 기자] 국산 AI의 발전 속도가 매섭다. 지난 2016년 구글 AI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1승 4패를 기록한 이세돌 9단과 국산 AI ‘한돌’이 18일 맞붙는다. 인간 대 AI 구도는 화제를 모으기 충분하다. 그러나 개발사 입장에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이벤트다. AI가 허무하게 패배한다면 기술력에 의심을 사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돌을 개발한 NHN은 자신에 차 있다.

그렇다면 앞서 인간과 승부한 국산 AI들은 어떤 성적을 거뒀을까.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국내 AI 개발사들은 잇따라 인간과의 대결을 주선했다.

<사진=EBS 장학퀴즈>
▲ <사진=EBS 장학퀴즈>

 

퀴즈 / AI 승

2016년 11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AI ‘엑소브레인’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 4명과 ‘퀴즈’ 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엑소브레인의 압승이었다. 엑소브레인은 고난도의 객관식과 주관식 문제 총 30개 가운데 25개를 맞추며 510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인간은 최고 350점에서 최하 270점을 올렸다.

엑소브레인은 자연어로 기술된 질문에 답을 찾아주는 AI다. ETRI는 최근 엑소브레인을 한컴오피스2020의 지식검색 기능으로 탑재했다고 밝혔다. ETRI는 2020년까지 ‘취업시험’ 합격을 목표로 엑소브레인에 법률과 특허 등 전문지식을 학습시킬 계획이다.

번역 / 인간 승

다음으로는 인간과 AI 번역기가 겨뤘다. 2017년 2월 국제통역번역협회·세종대학교·세종사이버대학교가 주관한 해당 대결에서는 인간이 승리했다. 번역기로는 국산인 네이버의 파파고와 엘솔루의 시스트란, 미국의 구글 번역기가 사용됐다.

번역 심사는 한국통번역사협회가 맡았다. 한영 번역에서는 인간 번역사들이 30점 만점에 평균 24점을 받았지만, 번역기는 평균 11점을 받았다. 영한 번역에서도 번역사들은 평균 25점을 받았지만, 번역기는 13점을 받았다.

번역기는 “강아지가 이불에 실례를 했단다”라는 문장을 “그는 담요에게 무례했다”고 오역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개발한 시점은 기술 발전의 역사와, 또한 세계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순간이었음을 지금은 다들 인정한다”라는 문장은 “그 순간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소개했다 technology(기술)와 세계의 역사에 있어 온 중추적인 접합이라는 것이 밝혀졌다”로 오역했다.​

게임 <스타크래프트> / 인간 승

2017년 10월에는 세종대학교·세종사이버대학교가 인간과 AI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을 주관했다. <스타크래프트>는 미국 블리자드가 제작한 실시간 전략게임이다. 인간 대표로 나선 프로게이머 송병구 선수는 세종대학교에서 개발한 MJ봇과 해외 AI 3종 등 총 4종의 AI를 상대로 모두 승리했다.

각 승부는 초반부터 결과가 예상됐을 정도로 송병구 선수가 압도했다. 당시 송병구 선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MJ봇은 입구를 막거나 리버를 대처하고, 바이오닉과 메카닉 조합을 준비하는 등 인상적이었다. 프로게이머가 참여해 보완한다면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9월 인간과 AI의 '블레이드앤소울' 이벤트 매치가 펼쳐졌다.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 지난해 9월 인간과 AI의 '블레이드앤소울' 이벤트 매치가 펼쳐졌다.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게임 <블레이드앤소울> / 인간 승

지난해 9월에는 인간과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비무 AI’의 <블레이드앤소울> 이벤트 매치가 펼쳐졌다. <블레이드앤소울>은 엔씨소프트의 MMORPG로, 승부에는 게임 내 대전 콘텐츠가 활용됐다.

엔씨소프트는 공수 균형, 방어형, 공격형 등 3종의 AI를 선보였다. 이 가운데 공수 균형, 방어형 AI는 각각 유럽과 중국 선수에게 패배했고, 공격형 AI만 한국 선수에게 승리를 거뒀다. 다만 치러진 모든 경기에 공격형 AI가 나섰다면, 결과는 뒤집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공격형 AI는 내부 테스트 당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을 정도로 가장 강력했다”고 설명했다.

바둑 / AI 승

NHN이 <한게임 바둑>에서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한 AI ‘한돌’은 지난해 12월 전초전을 벌였다. 상대는 국내 바둑 랭킹 상위 다섯 명이었다. 결과는 모두 한돌의 승리였다. 다만 이번에 열리는 한돌과 이세돌 9단의 대국은 이세돌 9단이 두 점을 깔고 시작하기 때문에 아직 승패를 가늠하기 어렵다. 한돌은 은퇴를 앞둔 이세돌 9단과 18일부터 21일까지 세 번 대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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