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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슈] 한국당, 젠더 이슈에 한 발짝 더딘 이유는?

김진태 “젠더 이슈 중요한 정치적 사안임을 인식한다”
2030 여성표 잃을까 우려해 적극 나서지 못해
고령·남성·엘리트 중심의 한국당 정치인 인적구성 문제
청년 정치인 역할론 제기되기도

“여성운동이라 해서 남녀를 가르고 ‘남자는 나쁜 놈’ 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지난 2일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페미니즘은 남성혐오’라는 의견에 2030 남성 응답자 중 78.7%가 동의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만큼, 최근 지배적인 페미니즘 담론에 대한 2030 남성층의 인식이 굉장히 좋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반(反)페미만 확실히 해주면 한국당 고려해본다”는 식의 목소리가 2030 남성들 사이에서 상당한 여론을 형성하고 있음에도, 지속되는 자유한국당의 ‘묵묵부답’은 2030 남성 유권자들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페미니즘 등 젠더 이슈 중대성은 인식하는 한국당

젠더 이슈에 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해당 이슈의 중대성 자체는 인식하고 있을까. 의외로 답은 ‘YES’다. 송희경 의원실 관계자는 13일 '폴리뉴스'와의 만남에서 “한국당의 현직 정치인들이 해당 이슈에 매우 관심이 많다”며 인식하고 있음을 긍정했다. 다만 “정교하고 균형감 있는 논리적인 아젠다로 해당 이슈를 부각시킬만한 전문가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한국당이) 젠더 이슈 전문가의 자문을 많이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이슈에 어떤 계층이 크게 반응하고 관심 가지는지 인구통계학적 조사 자체는 마친 상태”라고 덧붙였다.

‘지역과 청년, 성평등을 넘어 성평화로!’라는 이름의 젠더 이슈 관련 포럼을 주최해 화제가 됐던 김진태 한국당 의원 역시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17일 “젠더 이슈가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안임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용태 의원실 역시 16일 “대부분 한국당 정치인들의 주력 분야가 젠더 이슈가 아닐 뿐, 현실 인식은 잘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순위·반대급부인 여성 표심 문제 있어 선뜻 나서지 못해

젠더 이슈 관련 포럼을 수차례 개최하고, 당 총선기획단에서 ‘젠더 이슈’를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올릴 만큼 발 빠르게 대처하는 민주당에 비해 한국당의 경우 젠더 이슈에 대한 대처가 소극적이고 늦지 않느냐는 지적을 하자 송 의원실 관계자는 13일 “이슈 대응에서는 굉장히 부족한 것이 맞다”며 “‘82년생 김지영’을 직접 시청하고 그에 대한 논평을 내는 등 그때그때 터지는 젠더 관련 이슈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만한 분은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실 관계자는 16일 '폴리뉴스'와의 만남에서 “군복무 및 취업 시장에서의 여성할당제로 대두되는 남성 역차별 문제의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기에 군 가산점 재도입과 같은 해결책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사회 전체적으로는 할당제의 경우 그것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고 평가되기에 정책적 우선순위에서는 밀린다”고 밝혔다.

김진태 의원 또한 17일 ‘젠더 이슈에 대해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청년층의 실제 투표 행위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중요 이슈가 맞지만, 그 정도가 잘 예측되지 않는 데다가 반대급부로 여성표를 잃을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청년 정치인들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17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에서 해당 이슈를 정치인들이 다루길 원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청년 당협위원장, 시·도의원 등 청년 정치인들이 다뤄야 할 문제인데 (그들이) 공천 때문에 황 대표 옆을 따라다니기에만 바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30 여성층 여론 역풍 우려

2030 여성, 개개별 이슈에는 페미니즘 성향 강하게 띄어

한국당의 지지율이 낮은 ‘2030 여성층’을 중심으로 한 여론의 역풍이 우려돼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에 대해 송 의원실 관계자는 13일 “의원들이 2030 여성들을 ‘두렵다’고 표현할 정도로, 탄핵 사태 이후 더 정도가 심해진 2030 여성층의 냉대와 비판에 정치인들이 움츠러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전문성이 상당히 축적돼 정치인의 개인기만으로도 담론 형성이 가능한 경제나 국제정치에 관한 이슈와는 좀 다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당 정치인들이 갖는 ‘여론 역풍’에 대한 우려가 사실일까. 여론조사 결과는 그들의 추측을 뒷받침하는 방향이다. 13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내놓은 ‘20대 현상: 탈가부장 사회를 향한 도전과 갈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페미니즘을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은 여성 29.9%, 남성 4.1%로 크게 높지 않았다.

그러나 ‘미투(Me Too)’ 운동, 강남역 추모시위, 낙태죄 폐지 운동, ‘소라넷’ 폐지 운동 등에는 남녀 모두 절반 이상이 지지를 보이는 등 개별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지지도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젠더 이슈적 성격이 상한 사회적 이슈에 즉각 반응하는 것이 한국당 정치인들에게는 상당한 모험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해당 조사 응답자의 89.6%는 ‘한국은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가 심각하다’에 동의하는 만큼, 한국당이 젠더 이슈에 나선답시고 자칫 잘못하면 ‘여성혐오’라는 비판을 크게 받을 수 있다.

이에 김용태 의원실 관계자는 16일 “젠더 이슈는 ‘세대 갈등’의 종속 변수”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소위 586 세대의 사회적 자원에 대한 독점이 깨지면 젠더 이슈는 알아서 해결될 것”이라며 “시류 대응보다는 ‘세대간 불평등’이라는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젠더 이슈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을 바라는 2030 남성층의 요구에는 다소 맞지 않는 방향으로 보인다고 지적하자 김 의원실 관계자는 16일 “한국당의 대부분 정치인들은 개인적으로 엄청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 많다”며 “정부나 정당이 자신의 인생의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는 인식을 나약하다고 받아들인다”고 대답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의 “요즘 페미니즘 가지고 ‘여성을 과도하게 우대한다’ 그런 남자들, 학생들이 있는데 내가 보기엔 좀 쩨쩨하다”라는 지난 9월 3일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당 차원의 정책적 대응 요구...  청년 정치인 역할론도 

그렇다면 한국당의 방향은 어떻게 돼야 할까. 송 의원실 관계자는 13일 “내년 1월쯤에 총선 구도가 확실히 잡히면 정식 아젠다 및 공약으로 젠더 이슈 관련 프레임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조용한 다수‘의 표심을 결집시킬만한 방법을 꼭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이슈 메이킹보다는 당 차원의 세련되고 논리적인 이념 정립과 정책 개발을 중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당 국회의원들의 인적 구성 자체에 문제가 있기에 소위 ’물갈이‘라 불리는 인적쇄신도 같이 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익명의 한국당 관계자는 16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당 지역구 의원 중 1970년대생은 단 두 명”이라며 “의원들의 연령대 자체가 젠더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슈메이킹을 하기엔 너무 많은 축이기에 공천 ’물갈이‘를 통해 그 인적구성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태 의원 또한 17일 “엘리트·고령 남성이 주축인 한국당이 젠더 이슈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에는 그 인적 구성상 상당히 힘들다는 지적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얽히고 설킨 젠더 갈등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한국당의 인적 쇄신 등 거론되는 ’공천 물갈이‘와 함께 의원들의 개인기로 해결할 수 없는 거대담론과 이슈 메이킹 영역에서 당 차원에서의 당력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17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이슈에 개인적으로 참전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들 공천 때문에 정신 없어서 딸랑이 노릇만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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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기자

정치부 이경민 기자입니다. 급박한 여의도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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