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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필성 칼럼] ‘추미애-정세균의 시간’이 오고 있다

 

피호봉호(避狐逢虎,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 건곤일척(乾坤一擲, 운명과 흥망을 걸고 단판으로 승부), 여의도가 올해의 한자성어로 삼을만한 것들이다. 한자성어의 주인공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하면서 언급한 ‘더 센’ 인사가 장관으로 왔다는 점에서 전자를, 검찰개혁을 두고 두 인사가 벌일 끝장 승부를 빗댄 게 후자다.

추 의원은 5선이다. 당 대표도 지냈다. 하지만 왠지 정치적 미래는 불안했다.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21대 총선을 맞이해 6선 도전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내우외환으로 지역구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안으로는 지역 내 있는 대학 출신에 호남을 등에 업은 경쟁자의 도전이 거셌다. 20대 총선에 이어 두 번째 경선 리턴매치다. 밖으로는 오세훈이라는 한국당 차기 대권 주자가 도사리고 있었다. 특히 한 지역에서 그것도 서울에서 5선을 했다는 점은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왔다.

기회 요소는 6선을 할 경우 여성 최초의 국회의장직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국회의장직이 정계 은퇴를 전제로 한 자리라는 점에서 개인적인 명예는 될 수 있지만, 지역구 주민에게 매력적인 자리는 아니다. 위기 요소는 20년간 장기 집권한 탓에 지역구 주민의 피로감이 누적돼 교체하자는 분위기가 만만치 않았다.

이런 참에 법무부 장관직에 제안을 받은 것이다. 추 의원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정치 인생 마감수순에서 새로운 길을 찾게 됐다. 강골 윤석열 검찰총장에 맞서 검찰개혁을 완수한다면 현 정권의 최대 공신으로 부상해 서울시장 도전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까지도 노려볼 만 하다.

추 의원과 비슷한 입장에 처한 또 다른 인사가 종로지역의 6선 정세균 의원이었다. 정 의원은 20대 전반기 국가서열 2위인 국회의장직을 수행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후배를 위해 백의종군이 불가피한 입장이었다. 이에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 임종석 전 의원이 종로에 터를 잡았고 밖으로는 이낙연 총리의 종로 출마설이 끊이질 않았다.

무엇보다 386 운동권 대표주자 격인 임 전 실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종로 출마를 준비 중이던 정 의원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당내 운동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후배가 ‘제도권 정치’를 운운할 정도로 사실상 정계 은퇴 수준에 이르게 만들었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게다가 최근 5선의 원혜영. 3선의 백재현 의원이 불출마는 ‘중진 용퇴론’에 다시 불을 붙였다. 원 의원의 경우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경우 당선은 물론 차기 국회의장감으로 거론됐다. 개각 때에는 행안부장관, 총리 등 이름을 올리기도 한 인사라는 점에서 불출마 선언의 파급력은 컸다.

이렇듯 정 의장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이 쉽지 않은 가운데 숨통을 틔게 한 것은 ‘정세균 총리 내정설’이 재부상하면서다. 청와대는 추 법무부 장관 내정자와 함께 김진표 의원을 총리로 내정하려다 당내 지지층과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 반발로 주춤했다. 그사이 김 의원은 현 정권에 부담을 주기 싫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총리직을 고사했다.

이낙연 총리는 사실상 당 복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청와대는 총리 인선을 서둘러야 했다. 대안 카드로 떠 오른 인사가 정 의원이다. 정 의원은 평소 ‘국회의장까지 한 사람인데….’라며 총리직 수행에 부정적인 뜻을 표했다.

하지만 작금의 변화된 당 내외 상황은 추 의원과 마찬가지로 선택의 여지가 없게 만들었다. 만약 거절하고 종로에 출마할 경우 ‘중진 용퇴론’에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 의원으로선 총리직 수용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정 의원의 종로 출마 이유가 차기 대권 도전과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국회의장직의 이미지를 탈색하고 새롭게 차기 대권 도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총선을 맞이해 중진 물갈이와 개각이 서로 맞물리면서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세균, 추미애 두 인사가 새로운 스타트 선에 서게 됐다. 5, 6선 의원이 총리·장관으로 간다는 점에서 인사청문회와 총리 인준은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정작 승부는 그 후다. 총선 출마와는 멀어진 두 인사지만 정세균·추미애의 시간이 오고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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