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실세들...예산안 대립속에서도 지역구 예산 확보 
한국당 심재철, 김재원, 예산안 통과 강경투쟁...뒤에선 지역구 예산 확보

 

국회 본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이 통과됐다. <사진=연합뉴스>
▲ 국회 본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이 통과됐다. <사진=연합뉴스>


2020년도 예산안을 두고 국회에서 극한 갈등을 빚던 여야가 정작 뒤에서는 총선을 의식해 지역구 예산안을 챙기는 태도를 보여 시민사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통과되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로텐더홀에서 밤샘 철야 농성을 벌이며 여당과 4+1 협의체를 맹비난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2일 “좌파독재 완성을 위한 의회 쿠데타가 임박해 있다”며 “비상한 각오로 막아내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황 대표는 “예산안 날치기 처리는 일종의 발맞추기 예행연습이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도 이렇게 날치기 처리하겠다는 예고로 보여진다”며 예산안 통과를 맹비난했다. 

같은 당의 김재원 예결위원장(한국당 정책위의장) 이날 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 에서 “국회의장이 편파적·불법적으로 의사 진행을 하면서 우리가 준비한 여러 저항 수단은 휴짓조각처럼 무효화 했다”며 “쓸 수 있는 카드를 검토해 보고 안 되면 결국 '우리를 밟고 지나가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당초 김 위의장은 내년 예산안을 두고 그간 지적됐던 국회의 비공개 예산 심사 회의 '소소위'를 없애겠다 공언했지만 별다른 해명 없이 이번에도 운영했다.

또한 소소위에 이어 여야 4+1 협의체에서도 예산심사를 진행했지만 여야 가릴 것 없이 예산안이 어떻게 책정되고 진행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남기지 않았는데, 이는 매년 반복되는 지적임에도 불구 고쳐지지 않아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예산안 통과를 놓고 협상중이다. <사진=연합뉴스>
▲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예산안 통과를 놓고 협상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여야 예산안 놓고 대립...정작 물밑에서 예산확보 전쟁
4+1 협의체 참여 의원들...지역구 예산안 증액 


하지만 이날 처리된 예산안을 두고 여야는 대립했지만 여야 실세 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대비해서 지역구 예산을 물밑에서 챙겼고, 결국 통과된 예산안에는 이들의 지역구 민원 예산이 다수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4+1 협의체에서 각 당의 대표로 예산 수정안 마련에 참여한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여당을 살펴보면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세종시는 지역교통안전환경개선사업에서 당초 정부안엔 9억5천만원이 책정됐지만 수정안에선 5억 1천200만원이 증액되었다.

이어 같은 당의 윤호중 사무총장 역시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구리시에서 당초 정부안에 없던 아천빗물펌프장 정비비 4억원이 추가됐고, 구리 하수처리장 악취개선에 쓰일 예산은 정부안 12억4천만원에서 10억원이 더 증액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 역시 자신의 지역구 안산에 새로 세워질 신안산선복선전철사업에 정부안 908억원에서 50억원이 추가된 958억을 책정 받았다.

아울러 신안산선 2단계 사전타당성 조사에 필요한 2억원, 안산시 상록구 사동 복합문화체육센터 건립비로 20억원을 각각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에서 4+1 협의체에 참여한 김관영 의원은 군산대학교 노후화장실 환경 개선액 9억원, 군산시 옥서면 농어촌도로 확장 비용 5억원을 증액시켰고, 군산시 신덕과 개정 구간 도로 확장에 1억, 군산 예술 콘텐츠 활성화 사업에 10억원도 추가로 따냈다.  

역시 4+1 협의체에 참여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역시 지역구인 전북 전주병에서 전주역사 개량에 정부안 14억원보다 10억원을 추가로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고, 전주탄소산단진입도로 개설 사업으로 정부안 2억3천900만원에 20억원이 증액됐다.

이어 대안신당의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은 지역구인 전북 정읍고창군이 추진하는 고창 동학농민혁명 성지화 사업 2억원, 고창군 고창 하수처리시설 증설사업에 5억원을 확보했고, 역시 대안신당 대표로 참여한 장병완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인 광주 동구남구갑의 현안인 광주-강진고속도로 사업에 당초 정부안보다 예산 230억원을 증액시킨 1743억 5천 900만원 예산을 확보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의원이 예산안 통과를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 황교안 자유한국당 의원이 예산안 통과를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심재철, 김재원 원내대표...예산안 반대속에서도 지역구 예산 확보 
국회 예결위원장, 한국당 정책위의장 김재원...지역구 고속도로 건설 수십억원 확보


또한 이날 예산안 처리를 두고 ‘날치기’라고 극렬히 반박했던 한국당 역시 앞에선 반대를 외치면서 뒤에선 예산을 챙겼고, 여기에 예산을 확보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비난을 사고 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4+1협의체의 예산안에 적극적으로 거부하며 목이 터져라 반대를 외쳤지만, 한국당의 실세답게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안양의 안양천 노후 블록교체 사업에 10억원을 증액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내년도 예산안의 지휘를 맡았던 김재원 예결위원장은 예산안 통과 후 본회의장에서 “도대체 어느 항목을 어떻게 깎고 추가했는지, 예결위원장인 저도 모르는 예산을 만들어 4+1 협의체가 몽땅 나눠 가졌다”며 “저들이 국민의 세금을 도둑질 했다. 지금 와서 부끄러우니까 소리를 지르는가. 국민 무섭지 않냐? 이런 일이 세상에 있을 수 있는가”라고 예산안을 통과시킨 범여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김 예결위원장은 이 같은 태도와는 달리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에서 구미-군위 IC국도건설 사업에 정부안 45억6천400만원에 20억원을 더 확보한 65억 6천 400만원을 확보했다.

또한 군위-의성 국도건설에 정부안 42억4천200만원보다 10억원을, 삼자현터널국도건설 사업에서도 정부안 82억2천만원보다 10억원을 각각 더 증액시키는 등 실속을 다 챙겼다는 평가다.

이종배 한국당 예결위 간사 역시 정부 예산안에 극렬히 반대했지만 지역구인 충북 충주의 국립충주박물관 건립예산 3억원, 충주 두무소 생태탐방로 조성 예산 1억원, 충주 석종사 개보수 예산 1억1천200만원도 추가로 각각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당의 장석춘 의원 역시 예산안 통과에 반대를 외치며 극렬히 반발 했지만 예산안이 통과된지 고작 1분 후 지역구 예산을 확보했다는 보도자료를 뿌려 비난 받았다.

장 의원은 ‘구미에 295억원 로봇인력 양성기관 유치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도 신규 사업 예산 15억 5천만원이 통과되면서 구미에 센터 유치가 확정되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이 같은 활동에 대해 “경영난, 인력난에 빠져있는 구미 제조 기업을 살려보고자 3년 동안 여러 정부부처와 기재부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렸다”며 “그 동안 추진했던 로봇직업교육센터 설립사업이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되어 기쁘다. 이번 예산 확보가 끝이 아니라 앞으로 이 사업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전해 본회의장에서 여야 대치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아연을 실색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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