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일하면서 마음 아프게 한 분들이 있다면 제 부덕입니다. 사심은 없었습니다.”

정경진 전 부산광역시 행정부시장 영결식이 9일 오전 9시부터 시청 후문 광장에서 부산시공무원노조 주관으로 열렸다.
▲ 정경진 전 부산광역시 행정부시장 영결식이 9일 오전 9시부터 시청 후문 광장에서 부산시공무원노조 주관으로 열렸다.

故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지병인 골육종으로 1년여 투병 끝에 지난 5일 별세했다.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 영결식이 9일 오전 시청 후문 광장에서 많은 후배 공무원들의 애도 속에 거행됐다.

부산광역시는 이날 오전 9시 시청 후문 광장에서 부산시공무원노동조합 주관으로 "故 정경진 전 행정부시장 영결식"을 열었다. 이날 영결식에는 동료 후배 직원과 유가족, 조문객 등 200여 명이 참석했으며 고인에 대한 묵념과 약력보고, 영결사, 조사,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진행했다.

영결식에서는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어 친구들과 시간을 못 보냈다. 이제는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 일하면서 마음 아프게 한 분들 계시면 제 부덕이지 아무런 사심 없었다"는 생전 고인의 퇴임식 날 육성이 흘러나와 조문객들이 울음을 삼키기도 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영결사에서 "그분은 저를 위해 너무나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세상을, 부산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꿈을 접고 저를 선택했을 때 저는 후배나 동료를 넘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동지를 얻었다"며 "그러나 저는 무엇 하나 그 사람을 위해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 '언젠가 이 빚을 갚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 이제 그럴 기회조차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너진다"고 추모했다.

이어 오 시장은 "정경진 부시장은 입버릇처럼 부산은 아직 그 진가가 드러나지 않은 도시라 했다. 어느 도시보다 뛰어난 잠재력을 가졌지만, 아직 그것을 다 보여주지 않은 도시라 했다"며 "우리가 하겠다.
당신의 길은 아쉽게도 여기서 멈추지만, 당신이 추구하던 가치와 이상은 살아있는 우리가 짊어지겠다. 당신이 남긴 헌신과 열정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모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조사에 나선 여정섭 부산시공무원노조위원장은 "모든 직원에게 항상 밝은 미소로 반갑게 맞아주셨고, 직원 복지를 위해서라면 두말없이 들어주셨던 당신!  내가 평생 자랑하는 건 우리 직원들이 3년 연속 뽑아준 ‘존경받는 간부 공무원’이라던 당신!"이라 회고하며 "불과 3년이 채 지나지도 않아 이렇게 돌아오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늘 겸손하고 소탈하게 세상을 대했고 참으로 정 많고 가슴이 따뜻했던 당신! 너무 보고 싶고 사랑한다"며 흐느껴 말했다.

이어 유족을 대표한 장남 정해욱 씨는 "아버지는 ‘부산’이라는 말만 들어도 애틋해 했다. 힘든 병상에서 몇 차례나 의식을 잃고 깨어나 의료진이 ‘여기가 어디냐’ 물으면 ‘시청’이라고 답하셨다"며 "아버지 육신은 가시지만, 그 마음은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라고 인사했다.

故 정경진 전 행정부시장은 1959년 경남 남해 출생으로, 부산상고와 동아대를 졸업했다. 1983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 국무총리실, 대통령비서실, 행정자치부와 1996년부터 부산시청에서 공보관, 정책기획실장 등 주요 요직을 거쳐 2014년 8월부터 2016년 말까지 부산시 행정부시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행정부시장을 마친 뒤 고인은 가시밭길을 걸었다. 2017년 더불어 민주당 부산시당 대통령선거관리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그는 공직을 떠나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됐으나 오거돈 부산시장이 공천을 받으면서 출마를 접었다. 그후 부산교통공사 사장으로 내정됐으나 엘시티 관련 선물 사건이 불거져 나오면서 이마저도 포기해야 했다.

고인을 오랫동안 지켜본 한 지인은 "어쩌면 정치에 발을 들여선 안 되는 사람이었다. 배신감에 많은 충격을 받으면서 고통스러워했다"면서 "부산을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분이었는데, 너무나도 안타깝다"고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상 스마트시티 조성 등 서부산 발전 프로젝트를 본격화하는가 하면, 2015년 메르스 발생 당시 최일선에서 확산방지에 총력을 다해 전국 최초로 메르스를 종식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 밖에도 대중교통 무료환승, 피란수도 부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부산형 기초보장제도 시행 등 초석을 마련, 부산 발전에 기여했다.

이날 오전 부산시민장례식장에서 발인, 시청 후문광장에서 동료 공무원들의 애도 속에 영결식을 치렀으며, 장지는 창원 공원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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