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강력반발 “세종시 백지화 음모, 마각을 드러냈다”

정운찬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주호영 특임장관 등 여권 수뇌부가 지난 11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극비회동을 갖고 세종시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밝혀져, 세종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한나라당 내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볍법 개정을 통해 세종시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정부에서도 여론파악을 위해 총리실에 세종시 문제를 전담할 자문기구를 설치키로 하는 등 정부여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데서 이 같은 회동 사실이 알려져 여권으로선 곤혹스러운 눈치가 역력하다.

정몽준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거듭 ‘세종시법 원안 통과가 여당 당론’이라며 충청권 민심 달래기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충북 보궐선거를 의식한 대외용일 뿐, 정부여당은 세종시 수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16일 보도를 통해 여권이 정부부처 이전 전면 백지화를 1안으로 추진하는 ‘플랜A’를 마련했으며,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기존 고시안인 9개 부처 대신 5개 부처만 이전하는 ‘플랜B’를 준비해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청와대가 ‘플랜A’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충청권과 야당의 반발은 물론이고, 당 내 박근혜 전 대표를 설득하는 일도 만만치 않아 ‘플랜B’의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회동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세종시 논의는 없었다고 극구 부인하고 나섰다.

총리실은 16일 “지난 11일 저녁 총리 공관에서 한나라당 대표 등이 참석한 만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한 상견례였지, 특정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공직모임은 아니었다”며 “세종시 문제 역시 국정운영의 전반적 수준에서 거론되긴 했지만 구체적 수준에서 토의가 이뤄진 바는 없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운찬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충청출신 인사 모임인 ‘백소회’에 참석해 “(세종시 문제는) 지금 연구 중이고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충청도 여론을 참작해서 훌륭한 작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력할 테니 조금 기다려 달라. 빨리 설계도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정 총리가 총리공관에서 저녁이나 먹자 해서 11일 저녁에 (총리 취임) 축하 저녁을 먹었다”며 “식사 도중 세종시 문제가 나와서 한나라당 당론을 총리에게 확인시키며 신중을 기할 것을 부탁했다. 더 이상 제가 언급할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권은 정부 속셈이 드러났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서 세종시를 둘러싼 여야 대립은 격화될 조짐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정권 일각에서 행정도시가 아닌 다른 도시로 변질된 도시를 추진하는 것은 특별법 취지를 무시하고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선진당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세종시 백지화 음모가 마각을 드러내고 있다”며 “충청출신 총리 뒤에 숨어 눈치만 살피지 말고,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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