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은행과 자율조정 후 합의…불만족 시 소송
증권가 “DLF 사태로 인한 은행 예상손실 크지 않아”

DLF피해자대책위원회, 금융정의연대 등 회원들이 지난 5일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우리·하나은행의 불완전 판매가 아닌 사기판매를 주장하며 계약 무효와 일괄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DLF피해자대책위원회, 금융정의연대 등 회원들이 지난 5일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우리·하나은행의 불완전 판매가 아닌 사기판매를 주장하며 계약 무효와 일괄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최대 80%로 정해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원금 손실액 배상비율이 DLF 투자자와 판매 은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 5일 금융감독원은 DLF로 손실을 본 6건 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DLF를 판매한 우리‧하나은행에 투자손실의 40~80%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이날 분조위에 회부된 6건은 분쟁조정이 신청된 276건을 유형별로 나눴을 때 대표적인 사례라고 금감원이 판단한 것들이다. 나머지 270건은 6건에 대한 배상기준을 참고해 은행과 투자자간 자율조정에서 배상비율을 정하게 된다.

우리‧하나은행은 일단 금감원이 권고한 6건에 대한 배상비율을 받아들이고, 배상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나머지 판매 건수에 대한 자율조정도 최대한 빨리 시작할 예정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손실액이 확정된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 연계 DLF를 판매한 만큼, 하나은행보다 먼저 자율조정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율조정 진행 일정은) 아직 미정이나, 최대한 조속히 협의해 고객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9월에 만기된 해당 DLF의 원금손실률은 98.1%였다.

자율조정은 금감원이 이번 배상비율 판단을 기초로 은행에 유형별 배상 기준을 제시하면, 은행이 이를 참고해 각 DLF 판매 건별 배상비율을 산정해 투자자에게 통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투자자가 은행이 산정한 배상비율을 받아들이면 합의가 성사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금감원에 다시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금감원은 은행의 배상비율 산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보고 배상비율을 재산정해 DLF투자자와 은행에 통보, 합의를 권고하게 된다.

금감원의 배상비율 재산정 결과도 받아들이기 싫은 투자자는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반대로 이미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가 금감원 분쟁조정안의 배상비율을 토대로 은행과 자율조정을 하고 싶다면 1심 판결이 나오기 전에 소송을 취하해야 한다. 그 뒤에 금감원이나 은행에 조정을 신청하면 된다.

하나은행의 경우 영국·미국 CMS 금리 연계 DLF를 판매했는데, 지난 9월 만기된 일부 사례에서 46.1%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다만 해당 DLF의 만기는 상당수가 내년 1월 이후다. 따라서 손실 확정에 따른 자율조정도 그 뒤에 진행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내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만기일이 돌아오기 때문에 (자율조정 관련)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며 “지금은 금리가 올라서 DLF가 정상 수익 구간에 진입해있기도 하고, 이미 손실이 난 DLF는 2억 원 이상 투자한 전문투자자들이 많아서 불완전판매 여부를 개별로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은행의 DLF 배상비율 산정 수준은 불완전판매라는 전제하에 최하 원금 손실액의 20%가 될 전망이다. 앞서 금감원은 전날 발표에서 배상비율 산정 기준으로 기본배상비율 30%와 내부통제 부실책임 20% 및 초고위험상품 특성 5%를 제시하고, 여기에서 가감 조정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내부통제 부실책임은 불완전판매 인정 시 적용되는 요건이다.

반면 기본배상비율은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것으로 DLF 판매 당시 상황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또 가감 조정 과정에선 고령 자 등 금융취약계층에 설명을 소홀히 한 경우 등이 가중사유, 금융투자상품 거래경험이 많은 경우 등이 감경사유다.

한편 증권가에선 금감원 권고에 따라 두 은행이 DLF 손실액을 배상하더라도 부담할 금액 은 크지 않은 수준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6일 보고서에서 “지난 11월 8일 기준으로 우리‧하나은행의 DLF 판매 잔액은 5870억 원”이라며 “이번 (금감원의) 배상비율 산정기준에 따른 두 은행의 예상손실 합계액은 415억~830억 원 수준으로 이들 은행의 경상적 손익이 연간 2조 원인 점을 고려하면 은행의 부담은 크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도 “9~10월 금리가 급락할 시기 DLF 물량은 대부분 만기 도래했고, 향후 만기가 돌아올 물량에 대해선 금리가 상당히 상승한 상황”이라며 “(DLF 사태 관련해) 은행이 실질적으로 부담하게 될 금액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박 연구원은 “투자자 보호 강화 기조와 파생결합상품 등 원금손실우려가 큰 금융상품에 대해 투자자 거부감이 증가하는 점, (정부의 판매규제 등으로) 은행권에서 그 동안 수수료 기여 비중이 컸던 일부 고위험상품군에 대한 판매가 위축되는 점은 우려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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